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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적 화장품 줄잇는 한국, 영감 얻으려 자주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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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해외 CEO 인터뷰] 스위스 화장품 라프레리 이끄는 라스퀴네 회장 

지난 2월 6일 오후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패트릭 라스퀴네 라프레리 그룹 회장겸 CEO를 만났다. [최정동 기자]

지난 2월 6일 오후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패트릭 라스퀴네 라프레리 그룹 회장겸 CEO를 만났다. [최정동 기자]

대표상품인 크림은 한 통에 57만원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1개에 152만원이 넘는 화장품도 있다. 스위스 화장품 브랜드 ‘라프레리’ 이야기다. 메릴린 먼로, 그레타 가르보, 찰리 채플린 등 유명 영화배우부터 윈스턴 처칠 등 세계 명사들이 휴식과 치료를 위해 들렀던 스위스 클리닉에서 출발했다.

1개에 152만원 넘는 제품도 있어 #기능·스토리 갖춘 고가 브랜드 약진 #작년 하반기 매출 전년비 15% 늘어 #2001년부터 5년간 성북동서 살아 #좋아하는 한식? 된장찌개가 최고

이제 화장품업계에서 ‘고가 전략’은 진부하다고 할 만큼 최근 몇 년간 세계적으로 값싸고 효과 좋은 화장품에 대한 인기가 치솟았다. 하지만 ‘고급 화장품’ 라프레리의 아성은 여전하다. 아니 오히려 지난 2017년 하반기 매출은 전년 대비 15%나 성장했다고 한다.

지난 6일 한국을 찾은 라프레리 그룹의 패트릭 라스퀴네(51) 회장을 직접 만났다. 20대 중반 라프레리의 모회사인 독일 스킨케어 기업 ‘바이어스도르프(BEIERSDORF)’ 벨기에 지사에 입사, 43세 젊은 나이에 라프레리 그룹의 회장겸 CEO로 부임했다.

지난 2017년 6월 아트 바젤에서 열린 ‘아트 오브 캐비아’ 전시 모습. [사진 라프레리]

지난 2017년 6월 아트 바젤에서 열린 ‘아트 오브 캐비아’ 전시 모습. [사진 라프레리]

한국에선 저가 화장품의 약진으로 고급 화장품 시장이 힘들어졌다고 한다. 세계 시장은 어떤가.
“2017년 하반기 전 세계 스킨케어 시장은 고급 화장품군이 6% 가량 성장했다. 나쁘지 않은 성장률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중에서도 우리를 포함해 샤넬·라메르 등 몇 개의 고가 브랜드로 이루어진 럭셔리 화장품군의 성장률이 10%대로 성적이 더 좋았다는 점이다.”
라프레리 성장률은 만족스러웠나.
“그렇다. 2016년 전까지만 해도 이렇다 할 만한 성장률을 보이지 않았다. 2017년 들어선 올라가는 조짐이 보이긴 했지만 큰 변화가 없었는데,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갑자기 확 성장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그건 아니다. 사람들의 화장품 소비 성향에서 나온 결과라고 생각한다. 요즘 소비자들은 화장품에서 두 가지를 기대한다. 첫 번째는 보습·미백처럼 자신이 원하는 기능적인 효과가 제대로 나오길 바란다. 그리고 역사와 전통, 특별한 이미지 등 그 브랜드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스토리’를 함께 원한다. 이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켜줄 수 있는 브랜드를 찾다 보니 럭셔리 화장품에 관심을 갖게 되고, 결과적으로 지난해 높은 성장률로 나타난 것이라고 본다. 흐름으로 봤을 때 올해 역시 더 성장할 것으로 예측한다.”
굳이 고가의 화장품을 써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다.
“세상에는 소비자의 필요에 따라 다양한 화장품 시장이 존재하고, 각각 역할과 목적이 다르다. 예컨대 대중시장을 타깃으로 하면 가급적 많은 사람에게 다가가는 게 목표다. 제약회사들이 만드는 더모화장품은 기능에 충실하다. 우리는 ‘제품을 파는 게 아니라 경험을 판매한다’고 말한다. 화장품을 살 때부터 포장을 뜯고 얼굴에 바르는 순간, 그 후의 결과까지 사용자가 최상의 만족도를 얻을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대부분의 럭셔리 화장품이 추구하는 바다. 그렇다고 기분 좋게만 만들어 준다는 의미는 아니다.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최상의 기능을 담아야 한다. 실제로 우리는 개발 막바지라도 예상했던 효과가 나오지 않으면 제품 출시를 연기한다.”
1931년 문을 연 스위스의 라프레리 클리닉. 메릴린 먼로, 윈스턴 처칠 등 세계의 명사들이 이곳을 찾았다. 라프레리는 이 클리닉에서 사용한 세포과학을 기반으로 만든 화장품이다. [사진 라프레리]

1931년 문을 연 스위스의 라프레리 클리닉. 메릴린 먼로, 윈스턴 처칠 등 세계의 명사들이 이곳을 찾았다. 라프레리는 이 클리닉에서 사용한 세포과학을 기반으로 만든 화장품이다. [사진 라프레리]

벨기에 출신의 라스퀴네 회장은 한국을 아주 잘 알고 있다. 2001년 바이어스도르프의 브랜드 중 하나인 ‘니베아’의 한국 지사장 자리를 맡으며 처음 한국에 와 2005년까지 5년간 성북동에 살았다. 좋아하는 한국 음식을 물으면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된장찌개가 최고”라고 답한다. 나이를 묻는 질문엔 “67년에 태어났으니 한국 나이로는 51세”라고 답할 정도다. 업무상 한국 화장품과 화장품 시장에 대해 깊이 들여다본 건 당연하다.

한국 소비자의 특징을 뭐라고 생각하나.
“한국 여성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스킨케어를 꼼꼼하고 세심하게 한다. 매일 12개까지 다른 제품을 바른다는 조사 결과가 있는데 정말 놀랍다. 이는 ‘좋은 피부’에 집중한다는 의미다. 덕분에 다른 나라에서는 보지 못한 혁신적인 상품이 끊임없이 등장하는 게 한국 시장의 특징이다. 내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땐 BB크림이 유행이었다. 유럽에선 보지 못했던 상품이라 신기했는데, 조금 시간이 지나니 바로 ‘쿠션’이라는 게 나오고, 뒤이어 마스크 열풍이 불었다.” 
화장품 시장이 지나치게 과열됐다는 지적도 있다.
“유통 또한 혁신적인 형태가 많이 나와 시장 흐름이 좋은 걸로 알고 있다. 백화점 외에도 올리브영 같은 편집숍과 미샤·더페이스샵 같은 브랜드숍 등 여러 유통채널이 잘 포지셔닝 돼 있어서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나는 이 흐름이 너무 재미있어서 사업 전략이나 제품에 대한 영감을 얻고자 할 때면 한국을 찾는다.”
이번에도 좋은 영감을 얻었나.
“이번엔 면세점 사업을 주로 검토했는데, 믿을 수 없을 만큼 온라인 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더라. 모바일 쇼핑이 퍼지긴 했지만, 면세의 경우 유럽에선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하는 형태가 많은데 한국은 유독 온라인 거래가 많았다.”
대표 상품인 ‘스킨 캐비아 럭스 크림’과 ‘스킨 캐비아 에센스-인-로션’. [사진 라프레리]

대표 상품인 ‘스킨 캐비아 럭스 크림’과 ‘스킨 캐비아 에센스-인-로션’. [사진 라프레리]

라프레리는 2016년부터 전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아트 페어인 ‘아트 바젤’을 후원하고 있다. 지난해 6월엔 캐비아 라인 론칭 30주년을 기념해 프랑스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4개의 아티스트 그룹과 함께 ‘아트 오브 캐비아’란 이름의 전시를 기획해 바젤·뉴욕·상하이 등 세계 5개 도시에서 전시회를 개최했다.

화장품 브랜드가 아트에 집중하는 이유는.
“브랜드 초기부터 과학과 아트를 결합하는 것에 가치를 뒀다. 과학은 피부에 좋은 효과를 내는 성분을 개발하는 것이고, 아트는 발랐을 때 만족할 수 있는 새로운 질감과 아름다운 패키지를 만드는 데 해당한다. 스킨 캐비아 라인에 사용하는 파란색 역시 프랑스인 조각가 니키 드 생팔이 작품에 즐겨 사용하던 색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용기는 바우하우스의 깔끔하고 단순한 선을 차용했다.”
많은 브랜드가 아티스트와의 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단순한 유행 아닐까.
“완전히 결이 다르다. 우리는 아트를 통해 제품을 더 많이 팔길 원치 않는다. 지금까지 아트 리미티드 에디션을 만들지 않은 이유다. 브랜드 핵심 가치에 아트를 이해하는 DNA가 자연스레 녹아 있기 때문에 관심을 갖는 거지 이를 마케팅으로 활용할 생각이 없다. 존경심을 갖고 아티스트가 잘 활동할 수 있도록 후원하고 전시회를 함께 여는 게 우리 방법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한국 시장에서 브래드 인지도를 높이는 게 첫 번째 목표다. 매니어층이 있지만 조금 더 넓게 고객층을 확대시킬 필요가 있다. 동시에 고객과의 긴밀한 관계 쌓기에 더 집중하려 한다. 고객의 의견이 브랜드를 발전시키는 열쇠이니까.”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S BOX] 남자도 가꿔야 한다는 것, 한국에서 배웠지요

50대의 나이가 무색할 만큼 밝고 생기 있는 피부를 가진 패트릭 라스퀴네 라프레리 회장은 낮과 밤에 각각 다른 화장품을 쓸 정도로 체계적인 피부관리를 한다. 화장품 회사에 다니니 역시 남다르다 생각하겠지만, 그가 화장품을 바르기 시작한 건 한국에 근무할 때부터다. 그는 “한국 남자들에게서 스킨케어 방법을 배웠다”고 했다.

그가 처음 한국에 온 2001년 서울의 한 사우나에서였다. 목욕 후 한국 남자들이 거울을 보며 보습크림·로션 등 스킨케어 화장품을 바르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단다. 당시 그는 면도 후 피부를 진정시켜주기 위해 애프터쉐이브(스킨)만 발랐을 뿐이다. 라스퀴네 회장은 “그때부터 로션과 크림을 바르기 시작했고, 곧 피부 상태가 좋아지는 걸 보고 남자도 피부관리를 제대로 해야 한다는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가 제안하는 ‘좋은 피부를 위한 최소한의 피부관리법’은 이렇다. 우선 부드러운 클렌징 습관을 길러야 한다. 얼굴의 기름기를 모두 없애는 클렌징은 피하고, 클렌징 폼·밀크를 얼굴에 가볍게 비빈 후 물로 씻어낸다. 세안 후에는 바로 피부결을 정돈할 수 있는 프리 세럼을 바른다. 라스퀴네 회장은 ‘라프레리 스킨 캐비아 에센스-인-로션’을 주로 쓴다.

낮엔 다음 단계로 에센스나 크림을 바르되 자외선 차단효과가 있는 것을 선택한다. 차단지수는 SPF15 정도면 적당하다. SPF지수가 높아지면 피부에 자극이 될 수 있으니 욕심낼 필요가 없다고 했다.

피부가 건조한 편이면 밤에 스킨과 영양분이 많은 보습크림을 충분히 바른다. 평소 물을 많이 마시고 금연은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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