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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트럼프와 김정은이 평창에서 만났다고? 핀란드 작가의 재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한국에 온 괴짜노인 그럼프

한국에 온 괴짜노인 그럼프

한국에 온 괴짜노인 그럼프
투오마스퀴뢰 지음
따루 살미넨 옮김
세종서적

“손녀는 한국 사람들이 뚱뚱한 소년의 위협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겨울에 있을 올림픽을 기다린다고 말했다 (…) 저녁 때 서울발 뉴스를 통해 커다란 엉덩이에 오렌지색 얼굴과 대걸레 머리를 한 양키 대통령이 뚱뚱한 소년과 하는 말다툼을 전해 들었다. 나는 화면에 대고 말다툼을 멈추라고 경고했다.”

인구 500만의 핀란드에서 50만 부 이상 판매된 ‘그럼프 시리즈’의 작가 투오마스퀴뢰가 책의 주인공으로 내세운 까칠한 노인 그럼프의 시각으로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쓴 한국 여행기다. 그럼프는 교환학생으로 지구 반대편 ‘뚱뚱한 소년’에 위협당하고 있는 나라로 간 손녀를 염려하며 한국을 찾는다.

괴짜 노인

괴짜 노인

첫 장을 북한 김정은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얘기로 시작한 작가는 평창 아이스링크에서 본 피겨 스타 김연아의 연기에 감탄하고, 소치올림픽에서 억울하게 금메달을 빼앗겼다는 얘기에 공감했다. 첨단 경기장 시설에 은근 질투를 하고, 서울에서 본 고향집 벽보다 더 큰 TV 화면에 놀라고, 김치와 소주·해장국에 도전한다.

‘뚱뚱한 소년’과 ‘양키 대통령’에 대한 얘기는 책 마지막까지 곳곳에서 계속 튀어나온다. 심지어는 ‘뚱뚱한 소년에게’라는 제목의 편지도 등장한다. 서구의 여행자들이 겨울올림픽의 나라 한국을 찾을 때 첫인상과 심정이 아마도 이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의 걱정처럼 평창올림픽은 북한과 미국의 대결 구도 속에 ‘정치 올림픽’으로 시작하고 있다. 글은 가볍긴 하지만 탄탄하다. 집필을 위해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사전조사를 하고, 지난해 한국을 방문해 서울과 강릉·휴전선 등 여러 장소를 답사했다고 한다. 한국 독자들에게는 익숙한 풍경 속에 털모자를 쓴 작가의 모습을 같이 넣어 친근함을 더했다.

베스트셀러 작가답게 유머 넘치고 통통 튀는 경쾌한 표현이 인상적이다. 작가의 성찰이 깃든 여행 에세이기도 하다. 국내 한 공중파 TV의 프로그램 ‘미녀들의 수다’에 나와 유명해진 핀란드인 따루 살미넨이 한글로 번역했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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