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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 달동네에 예술 입히자 관광명소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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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충북 청주시 상당구 수동에 가면 우암산 아래 허름한 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인 달동네가 있다. 구불구불한 골목길에 낮은 담장, 옛 모습을 한 가옥들이 1970년대 마을 풍경을 옮겨 놓은 듯 하다. 짙은 회색빛 슬래브 지붕을 한 70여 채의 집들이 비탈진 언덕에 아담하게 내려앉은 느낌을 준다. 이곳은 6·25 전쟁 후 피난민들이 모여살았던 수암골이다. 청주의 대표적인 빈민촌이었지만 지금은 벽화마을로 더 유명하다. 골목길과 전봇대, 대문, 담벼락, 의자 밑에 40여 점의 벽화가 곳곳에 숨어있다. 방문객 정용찬(40)씨는 “어릴 때 친구들과 골목길을 놀이터 삼아 말타기를 하고 술래잡기를 하던 생각이 난다”고 말했다.

국내 3대 벽화마을 청주 수암골 #한국전쟁 피난민 모여살던 빈민촌 #곳곳 벽화 그리자 연 13만명 방문 #작가 김수현 홀 등 드라마공원 추진 #풍경 훼손 우후죽순 커피숍은 문제

청주시 상당구 수암골에서 한 방문객이 벽화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청주시 상당구 수암골에서 한 방문객이 벽화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벽화마을 수암골에 드라마 공원이 들어선다. 드라마를 주제로 한 전시관을 짓고 1.7㎞ 길이 거리를 한류스타 조형물 등이 설치된 드라마 거리로 꾸민다. 청주시는 8일 상당구 수동의 옛 청주시장 관사에 ‘김수현 아트홀’을 짓고 인근 시유지에 드라마 거리를 조성하는 내용의 한류명품 드라마파크 사업을 3월부터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들 사업에는 모두 96억원이 투입된다.

김수현 아트홀은 2601㎡ 부지에 지상 3층 규모로 짓는다. 청주 출신의 드라마 작가 김수현씨의 이름을 딴 전시형 체험공간으로 김 작가의 대본·원고 등 소장품이 전시된다. 작가 지망생들이 창작활동을 하는 공간과 소극장도 마련할 예정이다. 김수현 아트홀~수암골~청주대 중문을 잇는 드라마 거리에는 60~70년대 거리를 재현한 세트장과 예술 작품, LED 조명 등을 설치할 계획이다. 아트홀은 내년 4월, 드라마 거리는 상반기 중에 공사를 마친다. 남태영 청주시 문화산업팀장은 “아트홀이 건립되면 수암골이 드라마를 테마로 한 문화예술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암골 꼭대기에 가면 연탄재를 쌓아 만든 미디어파사드를 볼 수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수암골 꼭대기에 가면 연탄재를 쌓아 만든 미디어파사드를 볼 수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수암골은 연간 13만명이 찾는 명소가 됐지만 2000년대 중반까지 도시개발에서 소외된 빈민촌이었다. 낡고 허물어져 가는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은 건 지역 작가들이다. 2008년 청주 민예총 전통미술위원회 회원 등 작가 10여명이 수암골에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햇님달님, 웃는 아이 삼남매, 소나무와 학, 천사의 미소, 추억의 연탄구이, 골목길 지도 같은 벽화를 하나 둘 그렸다. 당시 기획을 맡았던 생활문화공동체 마실의 이광진(60) 사무국장은 “옛 모습을 간직한 수암골의 골목길을 시민들과 공유해야겠다는 생각에서 벽화를 그렸다”며 “마을에 벽화 산책로가 생기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고 말했다.

수암골이 유명해지면서 2009년 ‘카인과 아벨’, 2010년 ‘제빵왕 김탁구’ 등 각종 드라마와 영화가 이곳에서 촬영됐다.

수암골에는 60여 가구가 살고 있다. 수암골 주변에 커피전문점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옛 풍경이 훼손돼 간다는 지적도 있다. 김종수(71) 수암골 노인회장은 “거주민의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관광객 유입에 따른 주민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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