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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함께 차차차’ 남북 20곡 열창 … 김일성 그리는 ‘새별’ 불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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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현송월 단장이 이끄는 북측 삼지연관현악단(예술단)의 첫 공연은 북측 노래 ‘반갑습니다’로 시작했다. 북측이 설 명절 음악회에서 즐겨 부르는 ‘흰 눈아 내려라’와 북한판 소녀시대 모란봉악단과 청봉악단이 즐겨 연주하던 터키행진곡, 고엽 등의 외국곡 메들리도 선보였다. 8일 강릉아트센터에서 오후 8시14분에 시작한 공연은 약 90분 동안 진행됐다.

삼지연관현악단 강릉서 첫 공연

터키행진곡·고엽 등 메들리도 연주

삼지연관현악단이 8일 강릉아트센터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성공기원 공연에서 ‘J에게’를 부르고 있다. 이날 공연에선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당신은 모르실 거야’ 등 한국가요를 여러 곡 불렀다. [사진공동취재단]

삼지연관현악단이 8일 강릉아트센터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성공기원 공연에서 ‘J에게’를 부르고 있다. 이날 공연에선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당신은 모르실 거야’ 등 한국가요를 여러 곡 불렀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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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에서 예술단은 ‘오페라의 유령’(북한에서는 ‘가극극장의 유령’)을 비롯한 경음악과 관현악곡인 ‘친근한 선물’을 연주했다. 또 한국 노래로 ‘사랑의 미로’와 ‘J에게’ 등 가수 최진희와 이선희의 노래를 불렀다. 두 가수가 각각 2002년과 2003년 평양 공연에서 불렀던 노래다. ‘해뜰날’, ‘다함께 차차차’, ‘최진사댁 셋째딸’ 등의 노래도 불렀다. 이승정 한국예총부회장은 “짧은 시간에 남과 북의 노래를 함께 준비해 하나 됨을 보여주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부인과 함께 강원도 양양에서 온 김동길(65)씨는 “(신나는 한국 노래가 나올 때) 박수 치고 아는 노래는 따라 불렀다”며 “마지막 곡 ‘다시 만납시다’ 때는 다들 아쉬워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공연에선 앵콜곡을 포함해 45곡의 노래가 연주됐다. 남측 가요는 11곡이, 북측 노래는 9곡이 공연됐다. 여성 5인조 무용단은 ‘달려가자 미래로’라는 노래에 맞춰 무용도 선보였다.

남측에서 우려했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찬양하거나 북측 체제를 직접 선전하는 노래는 없었다. 북측은 공연에 앞서 지난 2일 밤 전화통지문을 통해 “남측 노래를 많이 준비했다”고 알리기도 했다. 남북은 예술단이 묵호항에 도착(6일)한 직후부터 공연 내용을 놓고 협의를 이어갔다.

공연 시작 직전까지 북측이 준비한 ‘모란봉’과 ‘백두와 한나(한라)는 내 조국’이라는 두 곡의 공연 여부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금수산 제일봉에 아침 햇발이”로 시작하는 민요풍의 ‘모란봉’은 노래 중간에 “우리네 평양 좋을시고, 사회주의 건설이 좋을시고”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 북측이 통일 노래의 하나로 즐겨 부르는 ‘백두와 한나(한라)는 내 조국’은 3절에 “태양조선 하나 되는 통일이어라”는 부분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남측의 지적이었다.

결국 ‘모란봉’은 공연에서 빠졌고, ‘백두와 한나는 내 조국’은 가사를 부르지 않고 연주곡 형태로 공연을 마쳤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공연 뒤 “북측이 짧은 시간에 성의 있게 많은 노래들, 우리 남측 주민들도 좋아할 만한 노래를 섞어서 연주하고, 노래해 줬다”며 “오늘 오신 분들도 만족한 거 같아서 잘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송월 “강릉 커피 또 먹고 싶었다”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 추미애 더불어민주당대표(왼쪽부터) 등이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 추미애 더불어민주당대표(왼쪽부터) 등이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그럼에도 북측 가요 ‘새별’이나 ‘빛나는 조국’의 경우 논란이 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있다. 1960년대 영화음악으로 제작된 새별은 표면적으로는 찬양이나 사상성이 없지만 김일성을 그리는 마음을 노래하며 “나의 마음을 사무치게 그리운 나의 님(김일성·김정일)에게 전해 달라”는 가사를 담고 있다. 또 “조선아 조선아 영원무궁 만만세”라는 가사의 ‘빛나는 조국’ 역시 거부감을 느낄 수 있는 곡들이다. 이에 따라 11일 열리는 서울 공연에서 이들 노래들이 연주될지 주목된다.

앞서 지난달 21일 공연장 점검차 방문한 이후 17일 만인 7일 강릉아트센터를 찾은 현 단장은 남측 관계자와 재회했다. 현 단장은 “강릉이 커피 도시라고 하던데, (강릉) 커피를 다시 마시고 싶었다”며 커피를 주문했다.

공연 시간이 다가오자 현 단장은 웃음기 없이 다소 긴장한 모습이었다. 음량이나 조명 등 공연과 관련한 대화 외에는 말을 아꼈다고 한다. 또 단원들의 구겨진 공연복을 펴기 위해 다리미를 부탁하기도 했다. 정부 당국자는 “현 단장의 남측 공연은 처음으로 안다. 기대와 관심이 집중되는 만큼 현 단장도 긴장한 것 같았다”고 전했다. 현 단장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환담하기도 했다.

네 차례의 리허설과 개별 연습을 진행한 단원들은 전날보다 활기찬 모습이었다. 단원들은 북측 지역에서 인기를 끌며 공연과 언론이 익숙한 듯 남측 언론을 보고 손을 흔드는 등 여유를 보였다.

공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추첨을 통해 무료로 배포한 입장권이 암거래되고 있다는 얘기가 돌자 정부는 관람객의 신원을 일일이 확인하고 입장시켰다. 전산 오류로 30여 명의 관객은 입장하지 못한 채 공연장 복도에서 TV로 시청하기도 했다. 또 공연장 주변에 공연을 지지하는 단체와 보수단체가 각각 시위를 하자 경찰 3개 중대(약 270명)가 강릉아트센터 주변에 투입됐다.

공연 암표 소문에 관람객 신원 확인

◆조총련 응원단도 평창으로=이날 평창 겨울올림픽을 응원하기 위한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소속 재일동포로 구성된 응원단 46명이 도쿄 하네다 공항을 출발했다. 1차 응원단은 도쿄 외에도 오사카·홋카이도·후쿠오카 등에서 총 106명이 출국했다. 조총련은 세 차례에 걸쳐 약 170명의 응원단을 보낸다. 이들은 4박5일 일정으로 속초에 있는 숙소에서 머물면서 9일 개막식에 참석한다. 이른 아침 하네다 공항에 모인 이들은 붉은색으로 ‘총련’이라고 적힌 이름표를 목에 걸었다. 응원에 사용할 한반도기도 인원수만큼 준비했다. 인솔자는 “거리에서 통일기(한반도기)는 흔들어도 되지만, 공화국기는 흔들면 안 된다. 우리 선수들이 경기할 때만 흔들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또 “김포공항에 도착하면 ‘반갑습니다. 통일하러 왔습니다’라고 잘 대응해 주시기 바란다”며 인사말을 미리 공유했다. 응원단은 주로 50대, 60대의 중·장년층으로 구성됐다.

강릉=박진호·송승환 기자, 도쿄=윤설영 특파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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