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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 한우·제철 송어로 평창의 맛 전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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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IOC 프레지던트 만찬’을 총괄한 김규훈 총주방장. [사진 이랜드 켄싱턴 호텔]

‘IOC 프레지던트 만찬’을 총괄한 김규훈 총주방장. [사진 이랜드 켄싱턴 호텔]

“공식 만찬은 지나치게 기교를 부리면 호불호가 나뉘어서 실패할 수 있어요. 누구나 만족할 수 있는 메뉴여야 하죠.”

IOC 공식만찬 총괄한 김규훈 셰프 #튀지 않고 편안한 메뉴 위주로 #스위스 오가며 4개월간 6차례 수정

8일 저녁 강원도 이랜드 켄싱턴호텔 평창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이하 IOC) 프레지던트 만찬’을 총괄한 김규훈(43) 총주방장의 말이다. 경력 20년 차인 그는 2010년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때도 국빈 만찬 팀에 스태프로 참여한 경험이 있다.

이날 만찬은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평창 겨울 올림픽에 참가한 각국 귀빈과 IOC 위원을 초대한 자리다. 영국·스위스·독일·모나코 등 세계 각국의 대통령과 왕세자·공주 등 총 30명의 국가 정상급 VIP가 참석했다. 또한 자크 로게 전 IOC 위원장,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 한정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을 비롯해 이낙연 국무총리와 국내 대기업 총수 등 400명이 참석했다.

‘튀지 않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편안한 메뉴.’ 단순하지만 어려운 숙제인 만큼 준비 과정도 까다로웠다. 지난해 11월 만찬 개최가 결정된 직후, 이랜드 켄싱턴호텔은 영국 왕실의 공식 케이터링 회사이자 소치·리우올림픽에 참여했던 모시만스사와 협약을 맺고 만찬 메뉴 레시피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김 총주방장은 “지난 4개월간 한국과 IOC가 있는 스위스 로잔을 오가며 여섯 차례 메뉴를 시연하고 테이스팅하면서 조금씩 메뉴를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쇠고기는 최대한 부드러운 식감을 낼 수 있도록 끓인 후 오븐 조리를 추가했고, 갑각류 등 알러지를 일으킬 수 있는 해산물은 제외했다.

대관령 한우 스테이크. [사진 이랜드 켄싱턴 호텔]

대관령 한우 스테이크. [사진 이랜드 켄싱턴 호텔]

평창에서 열리는 국제행사인 만큼 김 총주방장은 현지의 좋은 식재료를 세계에 소개하고 싶었다. 고민 끝에 평창 대관령한우와 제철을 맞은 송어를 택했다. 그는 “대관령한우는 미국 앵거스 비프나 일본 고베 비프와 비교해도 맛이나 식감에서 최상의 식재료”라고 소개했다. 코스의 메인 메뉴인 스테이크에 사용했는데 안심과 볼살 두 부위를 함께 접시에 담았다. 안심은 마리네이드(올리브유, 허브 등을 넣고 재워 풍미 올리기)한 후 저온 조리하고, 볼살은 냄비 육수에 넣고 한 번 끓인 후 육수 냄비째 오븐에 넣고 3시간 정도 졸여 부드러운 식감을 살렸다.

겨울 제철을 맞아 육질이 쫄깃하고 고소한 맛이 강해진 송어는 애피타이저 메뉴로 테이블에 올랐다. 송어는 기름기가 많아 훈제해 담백함을 살린 후 마리네이드한 연어 위에 올렸다. 한 접시 위에서 다양한 식감의 생선 요리를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비건 메뉴와 무슬림을 위한 할랄 푸드도 따로 준비했다.

앞서 6, 7일에 열린 132차 IOC 총회의 오찬 준비도 김 총주방장의 몫이었다. 만찬과 달리 뷔페로 진행된 오찬은 250명을 위해 양일간 40개의 메뉴를 준비해야했다. 한식과 서양식을 골고루 구성했다. 특히 같은 사람이 이틀간 식사를 하는 만큼 똑같은 식재료를 다르게 선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예를 들어 쇠고기는 하루는 서양식 스튜로, 다음날은 한국 갈비찜으로 준비했다.

만찬이 끝나도 김 총주방장은 쉴 틈이 없다. 2월 말까지 올림픽 관계자와 해외 취재진이 이랜드 켄싱턴호텔 평창 300개의 객실에 묵고 있어 이들의 식사를 준비해야 한다. 1월 말부터 주말도 반납한 채 오전 6시부터 밤 11시까지 주방을 지켰으니 피곤할 법도 한데 그의 얼굴엔 지친 기색이 전혀 없다.

“아무래도 경기장으로 올림픽 선수들 응원을 갈 순 없겠죠. 아쉽지만 이번 평창 올림픽이 무사히 잘 끝날 수 있도록 끝까지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평창=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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