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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택희의 맛따라기] 태국요리 ‘맹장’이 이름 걸고 낸 음식점…김남성의 ‘쿤쏨차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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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튀긴 소프트 셸 크랩에 태국식 커리를 올린 뿌팟봉커리. 이 음식을 국내 처음 개발한 김남성 셰프가 지난달 15일 서울교대 근처에 ‘쿤쏨차이’라는 태국 음식점을 냈다. ‘쿤쏨차이’는 태국말로 ‘남성씨’라는 뜻이다.

튀긴 소프트 셸 크랩에 태국식 커리를 올린 뿌팟봉커리. 이 음식을 국내 처음 개발한 김남성 셰프가 지난달 15일 서울교대 근처에 ‘쿤쏨차이’라는 태국 음식점을 냈다. ‘쿤쏨차이’는 태국말로 ‘남성씨’라는 뜻이다.

대형 외식기업 조리이사 사임하고 창업
사람들은 그에게 “미쳤다”고 했다. 그는 “그곳에서는 심장이 뛰지 않아서 더 일을 할 수 없었다”고 답했다. 40곳 넘는 매장을 거느린, 국내 최대의 아시아 음식 전문회사 창설멤버로 참여해 조리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이사 자리까지 오른 사람이 뜬금없이 회사를 그만둔 다음 나온 반응과 당사자의 해명이다. 그는 회사를 그만두고 두 달 반 만에 자신의 음식점을 냈다.

셰프들의 모임이나 저녁 술자리에서 그를 봐오던 나는 그의 요리 솜씨를 알기에 쾌재를 불렀다. 많은 매장을 거느린 회사의 조리 총괄 책임자로서의 음식과 오너 세프로 직접 나서서 만든 음식은 근본부터 다를 것이므로 기대도 크다. 집착에 가깝게 태국 요리를 파고든 지 15년, 그러나 아직은 젊은 요리사의 손맛이 궁금해 카운터 테이블에 앉아 음식 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맛봤다.

서울 남부터미널역 근처 신축 건물 2층에 판을 펼친 태국 음식점 ‘쿤쏨차이’.

서울 남부터미널역 근처 신축 건물 2층에 판을 펼친 태국 음식점 ‘쿤쏨차이’.

김남성(38) 셰프의 태국 음식점 ‘쿤쏨차이(서울 서초구 사임당로8길 40/서초동 1623-7/전화 02-455-0915)는 지하철 3호선 남부터미널역 1번 출구와 서울교대 중간 뒷골목에 있다. 신축건물 2층 약 70㎡(21평)에 새 판을 펼쳤다.

상호 ‘쿤쏨차이’는 태국말로 씨(氏)를 뜻하는 ‘쿤’, 남성(男性)이라는 뜻의 ‘쏨차이’를 합친 말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그의 닉네임이기도 하다. 태국에서는 사람을 부를 때 우리나라처럼 ‘성’으로 하지 않고 남녀 구분 없이 이름 앞에 ‘쿤(=Mr. Ms. Mrs.)’을 붙여 부른다. 상대방이 이름을 불렀다고 무례한 것은 아니다. 김 셰프의 이름은 남성(南成)이지만, 뜻을 그대로 옮길 태국말은 없으므로 소리가 같은 ‘남성’을 뜻하는 ‘쏨차이’를 빌려 ‘남성씨’라는 의미의 태국 이름을 지었다. (※김남성씨 설명과 달리 태국에서 10년을 살았다는 독자 이기훈씨는 기사를 보고 “’쏨차이’는 남성이라는 뜻이 아니고 아주 흔한 태국 남자 이름이다. 우리 이름의 '철수' 정도 된다. 태국어로 남성은 ‘푸차이(ผู้ชาย)’”라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상호 '쿤쏨차이'는 한국말 '남성씨'라는 뜻
‘쿤쏨차이’는 지난달 9일 임시로 문을 열어 6일간 지인들에게 음식을 선보이며 먹고 마시고 논 다음 15일 정식 개업했다. 테이블은 2인짜리 9개를 4인 4개, 2인 1개로 배치했고, 카운터 테이블에 12석이 있어 총 30석이다. 카운터 테이블을 널찍하게 만들고 바닥에 열선 깔아 온도를 조절할 수 있게 했다. 평일 문 여는 시간은 오전 11시 30분~오후 10시(오후 3시~5시 준비시간)이고, 일요일과 명절에는 쉰다.

‘쿤쏨차이’ 내부. 카운터 테이블 12석, 홀 20석 등 32석을 갖췄다. 카운터 테이블 오른쪽이 공개 주방이다.

‘쿤쏨차이’ 내부. 카운터 테이블 12석, 홀 20석 등 32석을 갖췄다. 카운터 테이블 오른쪽이 공개 주방이다.

메뉴는 우선 100% 예약제로 운영하는 코스 2가지가 있다. ▷7가지 코스 ‘셰프의 초이스’(5만5000원) ▷9가지 코스의 ‘스페셜 초이스’ (7만7000원). 그날그날 재료에 따라 셰프가 알아서 다양하게 요리를 해준다. 일종의 오마카세(お任せ; 맡김)다. 점심 메뉴는 ▷국밥·쌀국수(각 9000원) ▷특대 국밥(1만3000원), 점심 사이드 메뉴는 ▷뿌팟봉커리(1만5000원) ▷쏨차이춘권(6000원)이 있다. 저녁엔 코스 외에도 9000~3만원 사이 단품 요리 20여 가지가 있다.

손님들이 많이 주문하는 메뉴를 물어보니 다섯 가지를 들었다.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태국음식인 똠양이 들어있지 않은 게 특이했다. 세 번 방문해 5가지 대표 음식을 포함해 모두 7가지 음식을 먹어봤다. 하나하나 한국사람 입맛을 거스르지 않으려고 신경을 썼는지 입에 맞지 않는 음식은 없었다. 맛도 모두 보통 이상이었다.

낯선 태국음식이 주종…손님 반응 좋아

한 뼘 길이의 마구리 갈비가 들어간 ‘쿤쏨차이’ 대표 음식 태국 국밥.

한 뼘 길이의 마구리 갈비가 들어간 ‘쿤쏨차이’ 대표 음식 태국 국밥.

국밥에 따라 나온 코코넛 쌀밥에 가지양념장을 올렸다. 밥 추가는 무료다.

국밥에 따라 나온 코코넛 쌀밥에 가지양념장을 올렸다. 밥 추가는 무료다.

전략상품이자 대표 음식인 태국 국밥에 쓰려고 갈비를 삶아 국물을 만들면서 부유물을 걷어내는 김남성 셰프.

전략상품이자 대표 음식인 태국 국밥에 쓰려고 갈비를 삶아 국물을 만들면서 부유물을 걷어내는 김남성 셰프.

태국 국밥과 마싸만커리에 들어가는 소갈비. 등뼈 쪽 마구리에서 한 뼘 길이로 잘랐다.

태국 국밥과 마싸만커리에 들어가는 소갈비. 등뼈 쪽 마구리에서 한 뼘 길이로 잘랐다.

①쏨차이국밥: 태국에서 국밥은 곱창·양·선지·간장(태국식 밀간장)·액젓을 넣고 끓이는 내장탕 형식이다. ‘쿤쏨차이’에서는 호오(好惡)가 갈리는 내장 부위 대신 갈비·사태를 넣고 끓인 갈빗국이다. 한 뼘 길이로 자른 갈비 마구리 쪽 뼈를 핏물 빼고 기름기 떼어낸 다음 칼집을 넣어 2시간 끓인다. 계피·팔각을 넣고 간도 한다. 다 끓으면 갈비는 꺼내 식혀둔다. 상에 낼 때는 솥에서 국물을 덜어 갈비 한 대를 넣고 데워서 국그릇에 담고, 코코넛이 들어간 쌀밥은 따로 낸다. 밥에는 가지양념장을 한 덩이 올렸다. 가지를 태우듯 익혀서 껍질을 벗기고 다지면서 태국 소스로 간을 한 양념장이다. 잘게 썬 실파·셀러리·고수를 국에 고명으로 얹는다. 다진 고추지에 식초를 섞은 양념이 별도로 나온다. 처음 국물 맛은 한국의 국밥과 큰 차이가 없어 보였다. 고명과 양념을 넣고 섞자 태국 음식 향취가 완연해졌다. 향은 이국적이지만 친근한 소고기 국물은 투명도나 맛이 맑아서 큰 거부감이 없다.

양념간장에 재운 항정살 구이 커무양.

양념간장에 재운 항정살 구이 커무양.

양념간장에 재운 항정살을 구우려고 꺼냈다.

양념간장에 재운 항정살을 구우려고 꺼냈다.

②커무양: 돼지 항정살 구이인데, 태국 이산지역의 길거리 음식이라고 한다. ‘양’은 천천히 굽는다는 말이다. 한국인들이 좋아하고 태국에서도 쉽게 만나는 인기 음식이다. 항정살을 레몬그라스 넣은 태국식 간장에 재워서 굽는다. 불이 밑에 있으면 떨어진 기름이 타면서 연기가 올라와 고기에 그을음 냄새가 밴다. 태국에서는 숯불에서 멀리 떨어트려 굽는데 서울에서는 하향식 구이기로 굽는다. 항정살의 기름이 어느 정도 빠져서 쫀득한 질감은 살아나고 느끼함은 줄었다.

소갈비가 들어간 마사만커리. 맨 위에 중국 요리에 널리 쓰는 향신료 팔각이 올려져 있다. 동남아 요리에도 많이 쓰는 팔각은 식용증진 효능이 있다.

소갈비가 들어간 마사만커리. 맨 위에 중국 요리에 널리 쓰는 향신료 팔각이 올려져 있다. 동남아 요리에도 많이 쓰는 팔각은 식용증진 효능이 있다.

소갈비 한 대를 앞접시에 덜고 커리를 끼얹은 모습. 고기가 두툼하다.

소갈비 한 대를 앞접시에 덜고 커리를 끼얹은 모습. 고기가 두툼하다.

마싸만커리를 접시에 담고 있는 김남성 셰프.

마싸만커리를 접시에 담고 있는 김남성 셰프.

마싸만커리 덮밥. 손님이 감기 기운이 있다고 하자 고추지 소스를 듬뿍 올려줬다.

마싸만커리 덮밥. 손님이 감기 기운이 있다고 하자 고추지 소스를 듬뿍 올려줬다.

③마싸만커리: 페르시안 커리를 태국식으로 재해석했다고 메뉴판에 쓰여있다. 태국식(페이스트)과 인도식(파우더) 커리를 합친 쇠고기 커리다. 태국 커리는 고추·마늘·생강·라임·라임잎을 생으로 쪄서 새우 페이스트를 섞어서 만든다. ‘마싸만’은 페이스트를 뜻한다. 인도 커리는 계피·팔각·강황·정향·고수씨·커리잎 등을 빻은 가루를 섞어서 만든다. 커리를 끓여 국밥에도 들어가는 한 뼘 갈비 위에 붓고 밥과 함께 접시에 담아 상에 낸다. 갈빗살을 발라 커리 소스에 찍어 먹고 남은 소스에 밥을 비벼 먹으면 맛있다.

뿌팟봉커리의 재료인 소프트 셸 크랩. 게는 성장단계마다 허물을 벗는데, 허물을 벗으면 껍데기가 한동안 물렁물렁하다. 그때 포획한 것이다.

뿌팟봉커리의 재료인 소프트 셸 크랩. 게는 성장단계마다 허물을 벗는데, 허물을 벗으면 껍데기가 한동안 물렁물렁하다. 그때 포획한 것이다.

튀긴 소프트 셸 크랩. 커리를 끓여 부으면 뿌팟봉커리가 된다.

튀긴 소프트 셸 크랩. 커리를 끓여 부으면 뿌팟봉커리가 된다.

완성된 뿌팟봉커리.

완성된 뿌팟봉커리.

④뿌팟봉커리: ‘봉’은 파우더를 뜻한다. 커리 가루로 볶은 소프트 셸 크랩 요리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태국 요리다. 타기 직전까지 게를 튀긴 고소함과 매콤한 맛, 향이 짙으면서 계란이 들어가 촉감은 부드러운 커리가 어우러져 다채로운 맛을 낸다. 게 값이 비싸지만 점심엔 비교적 헐한 1만5000원에 내기로 했다. 자장면 먹으러 중국집에 간 사람들이 탕수육 주문하듯 쉽게 접근하도록 하려는 전략이다. 소프트 셸 크랩은 허물을 벗은[脫皮] 직후 갑각이 물렁해진 짧은 시간 안에 포획한 게다. 익히면 껍데기까지 다 먹을 수 있다. 튀긴 소프트 셀 크랩 위에 태국식 커리를 얹은 음식이 ‘뿌팟봉커리’다. 국내 처음 이 음식을 개발한 김 셰프에게 양명(揚名; 이름을 드날림)의 발판을 마련해준 성공작이다. 음식이 화제가 돼 그가 조리이사로 일하던 음식점 ‘생 어거스틴’이 주목을 받았고, 지금껏 대표 음식 자리를 확고히 지키고 있다.

삭힌 돼지 등갈비 튀김인 냄씨콩무텃. 곁들여 나온 것은 줄콩 커리무침이다.

삭힌 돼지 등갈비 튀김인 냄씨콩무텃. 곁들여 나온 것은 줄콩 커리무침이다.

삭힌 등갈비는 밥알과 다진 마늘을 털어내고 튀긴다.

삭힌 등갈비는 밥알과 다진 마늘을 털어내고 튀긴다.

삭힌 돼지 등갈비 튀김인 냄씨콩무텃에 쓰려고 등갈비를 쌀밥과 다진 마늘에 버무려 삭히고 있다.

삭힌 돼지 등갈비 튀김인 냄씨콩무텃에 쓰려고 등갈비를 쌀밥과 다진 마늘에 버무려 삭히고 있다.

⑤냄씨콩무텃: 삭힌 돼지 등갈비 튀김이다. ‘텃’은 튀김을 뜻한다. 등갈비를 밥과 다진 마늘에 버무려 여름에 사흘, 겨울에는 일주일을 삭힌다. 서울에서는 여름에 하루, 겨울에 이틀 상온에 뒀다가 냉장 숙성한다. 삭힌 등갈비에서 밥알과 마늘은 털어내고 얇은 반죽을 입혀서 튀긴다. 겉은 바삭해 튀김 같지만 고기는 속으로 갈수록 간이 세지면서 숙성된 맛이 올라오다가 끝에는 묵직한 신맛이 느껴진다. 발효취도 나고, 삭은 마늘 향도 깊게 배어있다. 곁들여 나오는 데친 줄콩 커리무침을 중간에 하나씩 먹으면 입을 씻어주는 효과가 있다. 맛은 조금 다르지만, 삭힌 홍어 전이 생각났다. 배탈 날 염려는 없는지 물으니 몇 년 동안 그런 경우는 없었다고 한다.

‘냄씨콩무텃’은 태국에서도 오지이자 못사는 지역인 북동부 이산지방 음식이다. 이 지역은 장류와 저장 음식이 발달했고, 음식 맛이 강렬하고 매콤해 대중적 인기가 높은 요리가 많아 ‘태국의 부엌’으로 불린다. 알려진 요리로 ‘쏨탐뿌’가 있다. 덜 익은 파파야를 채 썰어 민물고기 젓갈이나 푸동(발효 민물게)으로 무치는 샐러드 같은 음식이다. 우리나라 무생채와 비슷하다. 이산과 방식은 비슷하지만 방콕 스타일은 ‘쏨탐타이’라고 하는데 코코넛을 주재료로 만드는 고급 음식이다.

쏨차이춘권.

쏨차이춘권.

베트남식 볶음 쌀국수인 퍼싸오. 김남성 셰프가 동부이촌동 아시아 음식점 ‘스틱’에 태국 음식 담당으로 근무할 때 베트남 요리를 맡은 베트남 출신 아주머니에게 배운 음식이다.

베트남식 볶음 쌀국수인 퍼싸오. 김남성 셰프가 동부이촌동 아시아 음식점 ‘스틱’에 태국 음식 담당으로 근무할 때 베트남 요리를 맡은 베트남 출신 아주머니에게 배운 음식이다.

똠얌 국물에 새우를 넣고 끓인 똠얌꿍.

똠얌 국물에 새우를 넣고 끓인 똠얌꿍.

똠얌꿍을 끓일 때 쓰려고 준비해둔 밑국물 똠얌.

똠얌꿍을 끓일 때 쓰려고 준비해둔 밑국물 똠얌.

그날그날 준비되는 식재료에 따라 셰프가 역량을 마음껏 발휘해 조리한 7가지 코스로 진행되는 ‘셰프의 선택’ 지난 1일 차림을 살펴봤다. ①뿌팟봉커리 ②새우춘권 ③퍼싸오(베트남식 볶음면) ④커무양 ⑤똠얌꿍 ⑥냄씨콩무텃 ⑦마싸만커리 순서로 나갔다. 4가지는 대표 음식과 겹쳤다. ‘퍼싸오’는 김 셰프가 동부이촌동 ‘스틱’에서 태국 요리 담당으로 근무할 때 베트남 음식을 담당하던 아주머니에게 배운 한국식 베트남 음식이다. 한국 사람이 삼겹살 좋아하는 것에 착안해 기름에 튀겨 겉을 바삭하게 익힌 삼겹살을 새끼손가락 굵기로 잘라 팬에서 살짝 볶은 다음 몇 가지 채소와 불려둔 쌀면를 넣고 볶았다.

새콤·매콤 자극적이고 상큼한 열대 미각
그밖에 두 가지 음식을 더 맛봤다. ▷태국 이산지방의 국물 요리 똠샙. 샙(saab)은 그곳 말로 ‘맛있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똠샙은 ‘맛있는 국물’이 된다. 돼지갈비의 오도독뼈 부분으로 국물을 내기 때문에 그게 있을 때만 할 수 있는 음식이라고 했다. 돼지 뼈 국물 맛에 열대의 새콤함과 쏘는 매운맛이 가미된 국물이었다. ▷태국의 식사용 길거리 음식인 카오랏무끄럽. ‘끄럽’은 우리말 바삭, 아삭과 같은 뜻의 의성 의태어다. 돼지 오겹살을 튀겨서 가늘게 자르고, 마늘종·배추·브로콜리 등 채소와 함께 볶아 밥에 올린 튀긴 오겹살볶음 덮밥이다. 고추·피시소스·라임 등이 들어가 새콤·짭짤·매콤한 맛이 튀긴 돼지고기의 느끼함을 말끔하게 잡아준다.

태국 북동부 이산 지방의 돼지 오도독뼈 국물요리인 똠샙. 음식 이름은 ‘맛있는 국물’이라는 뜻이다.

태국 북동부 이산 지방의 돼지 오도독뼈 국물요리인 똠샙. 음식 이름은 ‘맛있는 국물’이라는 뜻이다.

마싸만커리 덮밥. 손님이 감기 기운이 있다고 하자 고추지 소스를 듬뿍 올려줬다.

마싸만커리 덮밥. 손님이 감기 기운이 있다고 하자 고추지 소스를 듬뿍 올려줬다.

김 셰프는 전두환씨가 앞장선 신군부의 정권 찬탈 모의로 역사가 격동하던 1980년 3월 10일 인천에서 출생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서울로 이사해 서울 말죽거리(양재동)에 오래 살았다. 부모님은 강원도 출신이었다.

고등학생 때 피자집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했다. 하도 열심히 하니까 아버지는 “피자가 그렇게 좋으면 이탈리아로 유학을 가라”고 했다. 그때는 용돈이 필요했을 뿐 요리할 생각은 없었다. 2001년 군대에 입대해 육군 6군단 706 특공연대에 복무했다. 휴전선 비무장지대(DMZ)를 담당하는 민정경찰 바로 다음에서 전방을 지키는 부대였다. 제대를 앞두고 TV 예능프로그램을 보는데 태국 음식이 주제였다. 게임 벌칙이 고추 먹기였다. 화면에는 고추들이 얼마나 매운지 보여주는 자료화면이 흘렀다. 왠지 알 수 없지만 ‘나 저거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먹어본 적도 없는 태국 음식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특공연대 말년 TV 보다 태국요리 꽂혀
2003년 제대하면서 바로 어머니에게 “태국 요리를 하겠다”고 얘기했다. 어머니는 “좀 쉬고 생각하라”며 우회적으로 반대의 뜻을 비쳤다. 이틀을 그 문제로 옥신각신했다. 사흘째 어머니가 교회에 가고 집을 비운 사이 혼자 있는 시간에 인터넷을 ‘폭풍검색’했다. 구인광고를 낸 태국 음식점 하나를 발견했다. 월급은 90만원이라 했다.

어머니에게 이력서를 사다 달라고 했다. 어머니는 “하지 말라는데…”라며 말렸다. “아니라고, 난 한다고” 하면서 우겼다. 똑같은 이력서 5장을 손으로 썼다. 가장 상태가 나은 걸 골라 콜택시를 불러 타고 행여 구겨질까 봐 이력서를 양손에 받쳐 들고 홍은동에서 서울시청까지 이동했다. 택시기사가 왜 그러냐고 물었다. “이 일이 정말 하고 싶은데, 이력서가 구겨지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런다”고 했다. 얼마나 하고 싶었던지 불합격시키면 무보수로 일할 테니 시켜만 달라고 매달릴 작정이었다. 그렇게 간절했다. 면접을 봤더니 월급은 80만원을 주겠다고 했다. 안 받고라도 하겠다고 생각한 데 비하면 ‘무조건 땡큐’였다. 바로 현장에 투입됐다.

2003년 10월 처음 태국 음식점에 채용면접 보러 갈 때 이력서가 행여 구겨질까 봐 양손으로 받쳐 들고 갔다는 얘기를 하면서 김남성 셰프가 손을 모아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2003년 10월 처음 태국 음식점에 채용면접 보러 갈 때 이력서가 행여 구겨질까 봐 양손으로 받쳐 들고 갔다는 얘기를 하면서 김남성 셰프가 손을 모아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2003년 10월 태국 음식에 첫발을 디딘 곳은 세종대로 서울파이낸스센터에 있는 ‘리틀타이’였다. 주방 인력이 7명인데 3명은 태국인이었다. 밥 짓는 걸 한번 보여주더니 해보라고 했다. 태국인은 옆에서 지켜보기만 했다. 그때부터는 그 태국인에게 일일이 물어가며 일을 했다. 후에 알고 보니 나이는 일곱 살 위였지만 입사 15일 선임이었다. 호주에서 한국인 부인과 결혼해 아기 1명을 낳고 살다가 한국에 들어와 정착한 사람이었다.

2003년 '리틀타이' 주방서 태국요리 입문
답답한 걸 참지 못하는 성격인데 태국인들과 일하려니 언어가 장벽이었다. 사흘 동안 눈치와 서로 짧은 영어로 소통했다. 답답해 참을 수가 없었다. 브레이크 타임에 그 사람 손을 잡고 주방을 한 바퀴 돌았다. 심부름할 일이 가장 잦은 냉장고 안 식재료의 태국 이름을 다 물어봤다. 적어 두고 출·퇴근 길 버스 안에서 외웠다. 4~5일 만에 암기했다. 다음엔 조리기구 이름을 물어봤다. 주방의 모든 것들 이름을 그렇게 외웠다. 그러니까 재미가 생겼다. 그다음엔 단어를 연결해 짧은 문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태국인들은 친절히 알려줬다. 거기서 20개월을 근무했다.

레몬 향이 나고 신맛을 내는 허브 레몬그라스의 뿌리 쪽 줄기. 국내에서도 조금씩 재배를 하고 있다.

레몬 향이 나고 신맛을 내는 허브 레몬그라스의 뿌리 쪽 줄기. 국내에서도 조금씩 재배를 하고 있다.

동남아 음식에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허브인 카피르 라임잎.

동남아 음식에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허브인 카피르 라임잎.

토란과 모양이 비슷한 가랑갈. 똠얌 국물은 가랑갈·라임잎·레몬그라스로 만든다.

토란과 모양이 비슷한 가랑갈. 똠얌 국물은 가랑갈·라임잎·레몬그라스로 만든다.

동남아 음식에 많이 사용하는 허브인 고수.

동남아 음식에 많이 사용하는 허브인 고수.

뭔가 새로운 것을 접하고 싶어서 2006년 설 전날 그곳을 그만뒀다. 우선 그때까지 가본 적 없는 태국에 가보고 싶었다. 혼자 가려고 했더니 어머니는 “안 된다. 가본 적도 없는, 모르는 나라에 어떻게 혼자 가느냐. 형과 함께 가라”고 했다. 지금은 잘 지내지만 당시엔 형과 툭하면 아웅다웅하던 사이라 혼자 가겠다고 했다. 현지 호텔에 가면 서울에서 함께 일한 아주머니의 조카가 나와서 도와주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형제 사이를 오가며 설득하고 달래고 다짐받으며 간곡하게 부탁해 함께 가도록 했다.

돈므앙공항(한국의 김포공항과 같은 역할을 하는 옛 국제공항)에 내리니 시설은 낡고 공항은 지저분했다. 택시를 타고 태국말로 “OO호텔로 가자”고 했다. 이후 현지인처럼 계속 태국말로만 얘기했다. 형은 반신반의했다. “다 알아듣고 얘기하는 거냐”고 물었다. 대충 배운 태국어가 요긴하게 쓰여 언어 공부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처음 간 태국서 첫 끼 먹은 식당 매년 방문 
호텔이 도착해서 만난 태국인 아주머니의 조카는 객실료 4500밧을 1500밧으로 깎아줬다. 여장을 풀고는 닥치는 대로 먹고, 보며 돌아다녔다. 처음 간 태국에서 첫 끼를 먹은 식당은 서울의 강남역 사거리처럼 방콕에서 유행을 선도하는 지역인 스쿰빗 거리에 있는 낀나리 레스토랑이었다. 이후 매년 1회 이상 태국엘 가는데 그때마다 이 식당에 들른다. 지역 특색을 지키면서도 세계인에게 거부감 없는 음식을 내놔 외국인 발길이 끊이지 않는 집이다. 자리도 옮기지 않아 방콕의 맛 트렌드를 읽기에 좋은 곳이다. 태국인 아주머니의 조카와 친구들은 뭐라도 더 해주고 싶어 애쓰는 분위기였다. 방콕에서 가장 유명한 짜뚜짝 주말시장도 뒤지듯 돌아봤다.

벽 장식 선반에는 태국식 풍로와 옹기 냄비가 놓여있다. 정신우 셰프가 개업 축하 인사말을 쓴 저서가 나란히 놓여 눈길을 끈다.

벽 장식 선반에는 태국식 풍로와 옹기 냄비가 놓여있다. 정신우 셰프가 개업 축하 인사말을 쓴 저서가 나란히 놓여 눈길을 끈다.

서울에서 ‘리틀타이’ 조리실장은, 나이로는 두 살 위였는데, 힘들 때면 “방콕 가서 맥주 마시며 음악 듣고 바람이나 쐬고 오고 싶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 그가 얘기하던 고층건물 사이에 있는 바에도 가봤다. 바람이 잘 통해 앉아있으니 춥다는 생각이 들었다. 덥고 좁은 주방에서 그가 왜 그런 얘기를 했는지 공감이 갔다.

태국 여행에서 돌아와 2006년부터 동부이촌동의 동남아음식점 ‘스틱’에서 태국 음식 담당으로 일하게 됐다. 베트남 음식을 담당하는 아주머니는 식당을 여러 번 운영했는데, 당시엔 남의 식당 일을 하고 있었다. 어릴 때 정말 예뻐서 월남전에 참전한 한국 군인이 귀국할 때 데리고 왔다고 한다. 어릴 적 사진을 보여주는데 정말 예뻤다. 한국군이 1972년 철수했고, 월남은 1975년에 패망했으니까 그 아주머니가 한국에 산 기간은 적어도 35년은 됐다고 봐야 한다. 그에게 베트남 요리를 배웠다. 식당 운영의 노하우도 많이 배웠다. 그의 베트남 요리도 실은 한국식으로 많이 변용된 것이었다.

2009년 생일날 ‘생 어거스틴’ 조리실장에

2007년에 결혼을 하고 다음 해부터 1년 조금 넘게 컨설팅 회사에서 운영하는 해물요리 전문점 ‘씨 갤러리’에서 해물로 태국 요리를 하는 섹션을 담당했다. 회사 재정이 안 좋아져 감원하는 바람에 그만뒀다. 태국 요리로는 일할 자리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호주식 베트남 요리를 하는 ‘라우라우’라는 곳으로 옮겼다.

50일쯤 지나서 컨설팅 회사에서 그를 다시 찾았다. 그때 마침 전화기가 고장 나 수리하는 중이어서 통화가 안 됐다. 회사는 구인공고를 냈다. 그걸 본 친구가 귀띔을 해줘서 전화해보니 전에 일하던 회사였다. “전화했는데 왜 연락이 안 되냐, 빨리 오라”고 했다. 가보니 용산 어느 곳에 태국 음식점을 하자고 했다. 너무 빨리 하직하게 된 라우라우에는 “죄송하다. 나는 태국 요리를 하고 싶다”고 사죄를 했다.

고추지를 다지고 식초를 섞은 소스. 국밥에 넣으면 국물 맛이 신기하게 달라진다.

고추지를 다지고 식초를 섞은 소스. 국밥에 넣으면 국물 맛이 신기하게 달라진다.

덮밥소스.

덮밥소스.

해산물용 소스와 튀김소스, 볶음용 쌀국수(왼쪽 아래부터 시계방향).

해산물용 소스와 튀김소스, 볶음용 쌀국수(왼쪽 아래부터 시계방향).

2009년 3월 10일 김 셰프 생일에 합류한 곳이 ‘생 어거스틴’이었다. 그해 서래마을에 1호점을 낸 ‘생 어거스틴’은 현재 40여개 매장을 거느린, 태국 음식을 주 종목으로 하는 국내 최대 아시아 음식점으로 성장했다. 그는 2017년 10월까지 8년 7개월을 근무하면서 조리실장·조리이사를 역임했다. 처음부터 그만둘 때까지 인력 관리를 포함하여 주방·음식과 관련된 모든 걸 총괄했다.

그렇게 잘 나가던 직장을 왜 그만뒀는지 묻자 그는 “매장에서 할 수 있는 걸 다 만들어놔서 뭔가 할 일이 없어진 느낌이 들었다. 더는 거기서 뭔가 하고 싶은 의욕이 일지 않았다”며 “회사가 단순히 직장이 되니까 재미가 없더라. 조직이 커져서 레시피 하나 수정도 현장까지 전달돼 시행하는 데 6개월이나 걸렸다. 지난해를 돌이켜봤다. 7, 8월을 제외하고는 계속 해외를 떠돌았다. 뭘 계획하고 그런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것에 대한 갈증 때문에 그렇게 돌아다닌 것 같다”고 했다.

“요리사는 만든 메뉴로 자기 역사 말해야”
그는 “요리사는 메뉴로 자기 역사를 말한다”고 말했다. ‘뿌팟봉커리’를 예로 들었다. 그가 개발해 회사도 크고 자신도 유명해진 출세작이었다. 그는 “두 번째 도전은 국밥”이라고 말했다. ‘생 어거스틴’을 나와서 보니 ‘2년쯤 더 빨리 그만둘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뭘 할까 생각하다가 국밥이 떠올랐다. 태국 국밥이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상품 가치가 있겠다고 판단했다.

얼마 전 직장에서 은퇴한 아버지도 계기를 제공했다. 다니던 회사에 나가 자문에 응하며 소일하니까 반퇴(半退)인 셈인데, 이 또한 오래가지는 않을 테니 뭔가 할 일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퇴한 분들이 큰돈 안 들이고, 최소비용으로, 안정성 있게 창업할 종목을 따져봤다. ‘콘쑴차이’에서 국밥이 자리를 잡으면 그런 분들이 할 수 있게 대중화된 틀을 마련할 계획이다. 왜 국밥인지 묻는 사람에게는 “요리가 쉽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국물·고명 만들어 두고, 고기 잘 삶아두면 준비가 끝난다. 운영 힘들지 않고, 용돈 벌이도 할 수 있는 종목으로 잘 맞겠다고 봤다.

태국 국밥에 밥 대신 국수를 만 망치쌀국수.

태국 국밥에 밥 대신 국수를 만 망치쌀국수.

마른 쌀국수를 불리고 있다.

마른 쌀국수를 불리고 있다.

그가 근무하던 ‘생 어거스틴’에서 제2 브랜드로 ’웍N박스’를 만들어 매장을 22곳까지 늘린 적이 있다. 유심히 살펴보니 나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힘든 일이었다. 음식을 직접 조리할 수 있어야 투자비 회수가 가능했다. 직장에서 은퇴한 분이 그 일을 다 배워서 하기에는 어렵다고 봤다. 그 일을 거울삼아 좀 더 쉽게 할 수 있는 걸 찾았다. 국밥으로 프랜차이즈를 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누군가 하고 싶다면 컨설팅이나 창업 지원을 하려고 한다. 상호도 같이 쓰겠다고 하면 은퇴한 어른들에게는 아주 싸게, 젊은이들에게는 타당한 비용을 받을 생각이다.

은퇴한 세대 창업 모델로 태국 국밥 도전
그는 창업 특강도 종종 나간다. 현장에서 물어보면 준비한 자금이 5000만~1억원이다. 직장생활 성실히 하고 마친 서민들이 뭔가 도모할 때 쓸 수 있는 돈이 대개 그 정도다. 젊은이가 창업할 때 부모가 도와줄 수 있는 돈도 비슷하다. 그는 어설프게 시작해 헛돈 날리지 말고 신중하게 하라고 창업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쪽이다. 그런 관점에서 1억원을 투자해 월 300만원 수익을 내는 음식점 모델로 태국 국밥을 시작했다. 현재 자리는 신축건물이라 권리금이 없어서 비용이 1억 안팎 들어갔다고 한다.

선반의 투명한 수납 통에는 다양한 요리를 해보려고 준비한 조리도구와 향신료·소스·쌀·국수 등 여러 가지 식재료가 들어있다. 국내는 물론 중국·태국·라오스·인도네시아·필리핀 등지에서 사 모았다.

선반의 투명한 수납 통에는 다양한 요리를 해보려고 준비한 조리도구와 향신료·소스·쌀·국수 등 여러 가지 식재료가 들어있다. 국내는 물론 중국·태국·라오스·인도네시아·필리핀 등지에서 사 모았다.

또 다른 수납 통에는 고급 쌀과 국수·소스 등이 들어있다.

또 다른 수납 통에는 고급 쌀과 국수·소스 등이 들어있다.

일본 샤프사 제품이지만 태국 쌀로 태국사람 입맛에 맞는 밥을 짓도록 개발한 태국 밥솥이다. 이 솥에 유기농 자스민 쌀로 밥을 지어 가장 비싼 메뉴인 1인 7만7000원 ‘스페셜 초이스’ 코스에 낼 계획이다.

일본 샤프사 제품이지만 태국 쌀로 태국사람 입맛에 맞는 밥을 짓도록 개발한 태국 밥솥이다. 이 솥에 유기농 자스민 쌀로 밥을 지어 가장 비싼 메뉴인 1인 7만7000원 ‘스페셜 초이스’ 코스에 낼 계획이다.

국밥 시설만 했으면 비용을 조금은 줄일 수 있었지만 그는 주방에 모든 태국 요리를 할 기구를 다 들여놨다. 결국엔 국밥으로 돌아갈 것이고, 추구하는 대표 음식도 국밥이지만, 그는 이것저것 해보고 싶다고 했다. 요리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셰프 코스’ 두 가지를 메뉴에 넣은 이유다. 날마다 조달하는 식재료에 맞춰 적절한 요리 7가지 또는 9가지를 내는 오마카세 형식이다.

한국 사람들이 이미 많이 아는 태국 음식은 팔지 않으려고 한다. 태국에 좋은 음식들이 많은데 국내에 소개된 것은 다양성이 떨어진다. 다양하게 알리고 싶어서 새로운 태국 요리를 메뉴에 많이 넣었다. 흉내만 태국 요리도 많다. 그런 것도 반대한다.

덜 익은 그린망고. 신메뉴로 망고 채를 민물게젓인 푸동에 버무려 쏨탐을 만들기 위해 마련했다.

덜 익은 그린망고. 신메뉴로 망고 채를 민물게젓인 푸동에 버무려 쏨탐을 만들기 위해 마련했다.

태국 이산 지방의 민물게로 담근 젓갈 푸동.

태국 이산 지방의 민물게로 담근 젓갈 푸동.

다른 태국 음식점과 메뉴·맛 차별화 추구

태국식 쌀국수 볶음인 빳따야는 웬만한 태국 음식점이면 다 하는 음식이다. 하지만 그는 “여건상 한국에서 할 수 없는 음식”이라고 했다. 숙주가 반드시 들어가는데, 태국에서 쓰는 짧고 굵은 숙주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가늘고 긴 숙주로는 제맛을 낼 수가 없다. 숙주의 굵기는 녹두 알의 굵기에 따라 다르다. 알이 굵은 녹두가 우리나라엔 없다. 수입해서 숙주를 기르면 가격이 안 맞는다. 빳따야 소스도 제대로 만들려면 원가가 너무 비싸다. 가공 소스로는 맛을 내는 데 한계가 있다. 비슷하게 하려면 하지 말자는 게 그의 평소 생각이다. 태국 현지의 길거리 빳따야도 손님은 늘어나는데 재료 공급이 어려우니까 품질이 점점 떨어진다고 한다.

다른 태국 음식점들과 메뉴로 차별화하고, 맛도 분명히 다르게 내겠다는 게 그의 기본 전략이다. 손님들은 먹어보고 “깊고 묵직한 맛이다. 다른 곳에서 먹지 못한 맛이다”라는 평가를 많이 한다. 그가 추구하는 맛이 그런 맛이다. 가벼운 태국 음식은 피하고, 깊이 있는 음식으로 태국 음식의 참모습을 알리면서 자신의 요리 세계를 키워갈 생각이다. 그래서 메뉴를 방콕 고급요리와 아주 시골 음식을 아울러 구성했다. 시골 음식의 대표 메뉴가 삭힌 돼지 등갈비 튀김(냄씨콩무텃), 돼지 오도독뼈 국물 요리(똠샙) 같은 것이다.

정식 개업 15일 만에 만난 그는 “3월까지 워밍업 마치고, 4월부터 정주행해 7~8월에 본격 오름세를 탈 것”이라고 구상과 기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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