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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우리나라에 자영업자가 많은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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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학 교수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학 교수

우리나라는 자영업자가 유난히 많다. 2017년 현재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 2656만 명 중 25%인 675만 명이 자영업자나 무급가족 종사자인 비임금 근로자이다. 임금근로자는 전체 취업자의 75%이다.

광의의 자영업자 전체 취업자 25% #선진국 평균의 두 배 수준에 달해 #조세회피 심하고 실업급여 불충분 #공정과세 위한 소득 파악 필요해

무급가족종사자는 18시간 이상 가족이 경영하는 사업체에서 무료로 일하는 사람을 의미하며 약 110만 명이다. 무급가족 종사자는 광의의 자영업자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자영업자의 수가 600만 명이 넘는다고 여겨도 무방할 것이다. 그리스, 터키, 멕시코, 이탈리아, 포르투갈, 폴란드 등이 한국과 더불어 자영업자의 비중이 선진국 평균의 두 배 내지 그 이상의 높은 수준을 보인다.

높은 비율의 자영업자는 농업 중심의 정체되거나 쇠락하는 경제의 상징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긱 이코노미(gig economy)의 진전에 따라 소위 겸업이나 파트타임의 자영업자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긱 이코노미란 산업 현장에서 필요에 따라 관련 있는 사람과 임시계약을 통해 일하는 새로운 형태의 경제를 의미한다. 이렇듯 자영업자는 다양한 이유와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국가별 자영업자 비율의 차이를 일률적으로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연구들은 산업화의 정도가 미흡하다든가, 노동시장이 유연하지 못하거나, 개인 소득세나 사회보장분담금이 많다든가, 실업급여 수준이 낮다든가, 조세 회피 가능성이 높은 경우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유연하지 못한 대기업과 유연한 중소기업의 이중구조로, 노동시장이 유연하지 못해 자영업자 비중이 높다는 주장은 한계가 있다. 또한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가 되는 시점에서 산업화 정도가 미흡하여 자영업자 비중이 높다고 여기는 것도 무리다. 소득세를 내는 사람의 비중이 작고 소득세율과 사회 보험료율이 높지 않은 우리나라에 위의 일반론 적용은 어려워 보인다.

한국에 가장 적용 가능한 요인은 조세 회피의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더불어 낮은 실업급여 수준도 관련이 있는 부실한 사회안전망에 따른 생계형 자영업 창업이다.

실제로 이 두 가지 요인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 조세 회피의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는 부패의 정도가 높다고 볼 수도 있고, 소득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아 큰 규모의 지하경제가 존재한다는 의미로 여길 수 있다.

한국의 경우 면세가 많아 소득세 납부 비중이 전체의 절반 정도이니, 역으로 조세 회피의 가능성이 크다고 충분히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사회안전망이 부실하다는 것은, 노령연금의 미가입과 낮은 수급액으로, 직장 퇴직 후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치킨집으로 대표되는 창업을 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상황이 너무 오래 지속했다. 자영업자의 소득을 제대로 파악하거나, 사회보험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4대 사회보험의 징수와 적용을 통합하기 위한 시도들이 수십 년 동안 지속적으로 시도되었지만, 번번이 실패하였다. 사회보험 공단통합을 통한 소득파악 기반 형성은커녕 4대 보험 영수증을 통합 발급 정도로만 끝나 버린 것이다.

너무 깨끗한 물에는 물고기가 살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었다. 결국 기득권자들이 자신의 이해관계에 빠져 발전된 사회로 나가는 것을 거부했기 때문에 십수 년 동안 발전이 없었다.

현재는 빅데이터 시대이다. 과세자료와 건강보험, 고용보험 등 광범위한 양질의 행정 빅데이터가 즐비하다. 따라서 마음만 먹는다면 소득을 정확히 파악하여 넓고 공정한 과세기반을 확립하는 것은 더는 복잡하거나 어려운 일이 아니다. 또한 우리나라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부실한 사회안전망의 보완은 필수이다.

그러려면 제대로 된 소득파악을 하여 공정한 과세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그들 통해 재정수입을 늘리고 사회보험료도 올려 튼실한 사회안전망을 설계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과도한 생계형 자영업자는 차츰 줄어들고 국가의 품격도 올라갈 것이다.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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