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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 타고 하늘 날고 사륜구동차로 사막 질주…두바이는 짜릿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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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여행한다면 도심에만 머물러선 안된다. 호화 리조트에서 망중한을 누리고 맛집을 찾아다니고 세계 최대 몰에서 쇼핑을 즐기는 것으로는 뭔가 부족하다. 시내를 조금만 벗어나보자. 두바이에서만 가능한 짜릿한 즐길거리가 널렸다. 헬리콥터를 타고 신기루 같은 도시를 굽어보고, 사륜구동차를 타고 롤러코스터 같은 사막 투어를 할 수 있다. 아이와 함께라면 중동 최대 규모의 테마파크인 ‘두바이 파크 앤 리조트(이하 두바이 파크)’를 가보는 것도 좋다. 사막 한복판에서 디즈니랜드나 유니버설 스튜디오 못지않은 대형 테마파크가 있다는 사실에 탄복하게 될 것이다. 하늘은 청청하고, 바람은 선선했던 2017년 12월 두바이에서 직접 경험한 바다.

사륜구동차를 타고 사막을 질주하는 듄 베이싱. 두바이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재미거리다.

사륜구동차를 타고 사막을 질주하는 듄 베이싱. 두바이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재미거리다.

헬기 타고 굽어본 인공 섬 

높이가 주는 감흥은 생각만큼 크지 않았다. 세계 최고층(163층) 빌딩 부르즈 칼리파 이야기다. 40층이 더 낮긴 해도 서울에도 현기증 나게 높은 빌딩이 있으니 말이다. 되레 인상 깊었던 건 팜 아일랜드(Palm islands)였다. 두바이 정부가 주산업인 관광·부동산업을 극대화하기 위해 2001년 착공한 인공 섬 프로젝트다. 섬 3개를 만들려던 야심찬 계획은 2009년 두바이 정부가 채무상환 위기를 맞으면서 제동이 걸렸다. 하나 유일하게 완공된 섬 ‘팜 주메이라(Palm jumeirah)’만 봐도 기가 막히다. 야자수 모양으로 만든 섬에는 현재 주택 4500채가 있는데 2008년 분양 개시 사흘 만에 모두 팔렸다. 영국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이 1600만달러를 들여 저택을 산 일화가 유명하다.

인공 섬 팜 주메이라에서는 헬리콥터를 꼭 타봐야 한다. 기상천외한 도시의 광경을 가장 극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인공 섬 팜 주메이라에서는 헬리콥터를 꼭 타봐야 한다. 기상천외한 도시의 광경을 가장 극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이다.

팜 주메이라의 진면목을 보려면 하늘에서 굽어봐야 한다. 헬리콥터 투어가 인기인 이유다. 두바이 시내에서 모노레일을 타고 팜 주메이라 가장 안쪽에 있는 아틀란티스 아쿠아벤처역에 내렸다. 모노레일 차창에 비친 섬이 생각보다 거대해 놀라웠다. 섬을 지을 때 콘크리트나 철제는 일절 쓰지 않고 모래와 바위만으로 5㎢ 면적을 채웠다고 한다.

전설의 수중도시 아틀란티스를 모티브로 한 아틀란티스 호텔. 호텔 앞쪽에는 수영장과 전용해변이 있고, 1층에는 레스토랑과 몰, 수족관이 있다.

전설의 수중도시 아틀란티스를 모티브로 한 아틀란티스 호텔. 호텔 앞쪽에는 수영장과 전용해변이 있고, 1층에는 레스토랑과 몰, 수족관이 있다.

신화 속 수중도시를 본딴 아틀란티스 호텔을 둘러본 뒤 헬기 탑승장으로 이동했다. 조종사까지 6명을 태운 헬기는 북쪽으로 날았다. 7성급 호텔 부르즈 알 아랍, 하늘을 찌르는 부르즈 칼리파 등 두바이 상징물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왔다. 역시 인상적인 건 팜 아일랜드였다. 초승달이 감싼 야자수 모양의 팜 주메이라가 또렷이 보였고, 미완의 섬인 ‘팜 데이라’와 지구 모양을 본딴 ‘더 월드’도 눈에 들어왔다. 하늘에서 굽어보니 어린아이가 만들 다 만 모래성 같았다. 인공섬들의 10년 뒤가 궁금해졌다.

두바이 정부의 야심찬 프로젝트 '팜 아일랜드'는 경제위기를 만나면서 답보 상태에 빠졌다. 세계지도를 본따 만든 인공 섬 '더 월드'의 공사도 지지부진하다.

두바이 정부의 야심찬 프로젝트 '팜 아일랜드'는 경제위기를 만나면서 답보 상태에 빠졌다. 세계지도를 본따 만든 인공 섬 '더 월드'의 공사도 지지부진하다.

중동 최대 규모 테마파크

최근 두바이에 가족여행객을 사로잡는 공간이 생겼다. 몇날 며칠을 놀아도 정복할 수 없는 중동 최대 규모 테마파크인 ‘두바이 파크’다. 여의도보다 조금 작은 2.3㎢ 사막 땅에 5개 테마파크와 호텔 하나가 들어섰다.
셰이크 제이드 로드를 따라 남서쪽으로 달리니 UAE 수도인 아부다비에 인접해 두바이 파크가 나타났다. 5개 테마파크의 관문인 ‘리버랜드 두바이’로 들어섰다. 유일하게 입장이 무료다. 1㎞에 이르는 인공 강 주변에 1950년대 미국 할리우드 거리, 프랑스 시골마을을 본딴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여느 테마파크처럼 예쁜 건물들은 식당·카페·기념품숍으로 쓰인다.

두바이 파크 앤 리조트의 관문인 리버월드. 1km 강 주변에 미국, 프랑스, 인도풍 건물과 산책로를 꾸며놓았다. 사진은 프렌치빌리지.

두바이 파크 앤 리조트의 관문인 리버월드. 1km 강 주변에 미국, 프랑스, 인도풍 건물과 산책로를 꾸며놓았다. 사진은 프렌치빌리지.

리버랜드를 지나 동쪽으로 한참 걸으니 레고랜드가 나왔다. 전체적으로 레고의 본산 덴마크나 미국·일본 레고랜드와 비슷하지만 ‘실내 미니랜드’는 전 세계에서 두바이에만 있다. 두바이 날씨가 너무 더워서다. 파트마 알 무하이리 레고랜드 홍보매니저는 “방문객 중 중동 사람들이 유독 실내 미니랜드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레고 부품을 이용해 온갖 물건을 조립하는 공간부터 놀이기구, 워터파크까지 아이들 못지 않게 어른들이 더 즐거워보였다. 레고 덕후(매니아)는 해외에도 많나보다.

덴마크, 미국 등 세계 각지에 있는 레고랜드에는 미니랜드가 있다. 두바이 레고랜드만이 미니랜드를 실내에 들여놓았다. 날씨 때문이다.

덴마크, 미국 등 세계 각지에 있는 레고랜드에는 미니랜드가 있다. 두바이 레고랜드만이 미니랜드를 실내에 들여놓았다. 날씨 때문이다.

쿵푸팬더, 마다가스카르 등 미국 애니매이션을 주제로 한 드림웍스 테마파크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아랍 여인들.

쿵푸팬더, 마다가스카르 등 미국 애니매이션을 주제로 한 드림웍스 테마파크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아랍 여인들.

인도 영화를 주제로 한 ‘발리우드 파크’를 지나 도착한 곳은 ‘모션게이트’. 슈렉·마다가스카르·쿵푸팬더 등 우리에게도 익숙한 미국 애니매이션 테마파크인데 역시 실내 공간이 많았다. 세계 최초로 영화 ‘헝거게임’을 주제로 한 라이언스게이트도 있었다. 영화의 모든 시리즈를 흥미롭게 봤고, 헝거게임 테마파크가 수년 내 제주 신화월드에도 들어선다는 소식을 접해서 더 눈길이 갔다.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영화 속 빵집소년 ‘피타’의 이름을 딴 베이커리까지 들여놓을 정도로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썼다. 롤러코스터와 VR 체험시설은 어른도 아찔할 만큼 제법 근사했다.

모션게이트에는 세계 최초로 영화 '헝거게임' 테마파크가 있다. 영화 속 도시를 둘러보며, 롤러코스터·VR 체험 등을 할 수 있다.

모션게이트에는 세계 최초로 영화 '헝거게임' 테마파크가 있다. 영화 속 도시를 둘러보며, 롤러코스터·VR 체험 등을 할 수 있다.

모래 언덕에서 본 일몰 

한국에서 두바이를 경유해 유럽이나 아프리카로 가는 환승객도 하루 쯤 시간이 나면 꼭 체험하는 게 있다. 바로 사막 사파리 투어다. 누구나 사막을 동경하지만 사하라나 고비사막을 갈 순 없는 노릇. 두바이가 고마운 건 그래서다. 안전하고 접근성 좋은 사막을 품고 있다. 경기도의 반토막도 안된다며 두바이를 무시하지 말자. 시내에서 1시간만 나가면 지평선 끝까지 모래언덕이 춤추는 장관이 펼쳐진다.

사막 사파리 투어는 해넘이 시간에 맞춰 진행된다. 맨발로 고운 모래언덕을 걸으며 붉게 물든 하늘을 보는 건 사막이 없는 우리에게 꽤 이색적인 경험이다.

사막 사파리 투어는 해넘이 시간에 맞춰 진행된다. 맨발로 고운 모래언덕을 걸으며 붉게 물든 하늘을 보는 건 사막이 없는 우리에게 꽤 이색적인 경험이다.

사막을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다. 사막 속 호화 호텔에서 하룻밤 묵거나 열기구를 타고 일출을 감상할 수도 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1인 8만원선)으로 여러 체험을 하고 싶다면 사막 사파리 투어가 제격. 기사가 숙소로 손님을 태우러 오고 데려주기까지 하니 더없이 편하다.
오후 3시, 일행 5명을 태운 하얀색 도요타 랜드크루저가 호텔로 왔다. 정확히 1시간을 달리니 2차선 아스팔트 도로 외에는 온통 황토색인 사막에 당도했다. 자동차가 하나둘 모여들더니 십여대가 정렬했다. 기사들이 일제히 차에서 내려 타이어 바람을 뺐다. 듄베이싱(Dune bashing)을 준비하는 거다. 낙타처럼 느긋하게 사막을 건너는 게 아니라 맹폭하게 차를 몰며 사막을 질주하기 위해서다. “아 유 레디?” 모로코인 기사 압둘이 외쳤다. 이윽고 자동차가 롤러코스터처럼 모래언덕을 휘젓고 다녔다. 차가 전복되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스릴 넘쳤다. 한참을 달리던 차들이 멈춰섰다. 해넘이가 시작될 시간이어서다. 차에서 내린 사람들은 저마다 모래언덕에 자리를 잡고 하늘과 땅이 모두 붉게 물드는 장관을 넋놓고 바라봤다.

사파리 캠프에서는 다채로운 아랍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밸리 댄스, 이집트 탄누라 댄스를 감상하고 관광객도 무대에 올라 함께 춤을 춘다.

사파리 캠프에서는 다채로운 아랍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밸리 댄스, 이집트 탄누라 댄스를 감상하고 관광객도 무대에 올라 함께 춤을 춘다.

땅거미가 내려올 무렵 캠프로 이동했다. 아랍 유목민인 베두인족 캠프처럼 꾸민 공간이다. 양고기 바비큐와 커리를 먹고, 밸리댄스와 이집트 탄누라 댄스를 감상했다. 캠프 곳곳에는 아랍 의상을 입어보고 헤나 문신을 하고 물담배를 피울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사막마저도 테마파크처럼 꾸며놓은 게 역시 ‘두바이답다’ 싶었다. 이 정도면 아랍문화와 사막을 체험하고픈 사람에게 제법 그럴싸한 ‘아라비안 나이트’ 아닌가.

사파리 투어에서 제공되는 음식은 제법 준수하다. 평소 양고기를 즐겨 먹지 않지만 바비큐가 아주 맛있었다.

사파리 투어에서 제공되는 음식은 제법 준수하다. 평소 양고기를 즐겨 먹지 않지만 바비큐가 아주 맛있었다.

◇여행정보=두바이는 한국보다 5시간 느리다. 화폐는 디르함을 쓴다. 1디르함은 약 300원. 에미레이트항공·대한항공이 인천~두바이 직항편을 운항하고 있다. 에미레이트항공(emirates.com)을 이용하면 두바이에서 더 알찬 일정을 만들 수 있다. 한국에서 오후 11시30분 출발, 오전 5시에 도착하며, 두바이에서는 오전 3시30분 출발, 오후 4시50분 인천에 도착한다. 팜 주메이라 헬기투어는 15분 약 23만원, 사막 사파리 투어는 약 8만원이다. 하나투어·인터파크투어 등 국내 여행사를 통해 예약해도 된다. 두바이 파크(dubaiparksandresorts.com)는 하루에 테마파크 2곳을 이용하는 입장권을 추천한다. 285디르함(약 8만원). 자세한 정보는 두바이관광청 홈페이지(visitdubai.com/ko)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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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UAE)=글·사진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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