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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당' 당명 못 쓰게 된 안철수…선관위와 이어지는 악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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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통합 과정에서 암초를 만났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가 2일 신당의 이름을 '미래당'으로 결정한 뒤 당명을 들어 보이고 있다. 하지만 선관위에 결정에 따라 미래당 당명을 쓸 수 없게 됐다. [연합뉴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가 2일 신당의 이름을 '미래당'으로 결정한 뒤 당명을 들어 보이고 있다. 하지만 선관위에 결정에 따라 미래당 당명을 쓸 수 없게 됐다. [연합뉴스]

중앙선관위가 7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정당이 ‘미래당’이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없다고 결정하면서다. 선관위는 대신 원외정당인 ‘우리미래’가 약칭으로 ‘미래당’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지난 2일 회의를 열어 미래당으로 당명을 최종 신청했다. 중앙선관위로부터 미리 유사 당명 등이 없다는 판단을 받은 후였다. 문제는 ‘우리미래’ 측이 5일 선관위에 약칭으로 미래당을 사용하겠다고 신청하면서 시작됐다.

우리미래는 지난해 3월 만들어졌다. 1년 간 약칭을 신청하지 않다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당명을 미래당으로 결정하자 약칭을 신청했다. 우리미래 측은 “지방선거 때 '우리미래당'을 지지해달라고 하면, ‘미래당’과 혼동의 소지가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국민의당도 5일 선관위에 미래당을 약칭으로 등록 신청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이 13일 완료되기 때문에 그 전에는 미래당이라는 이름을 등록할 수 없는 데 따른 궁여지책이었다. 결국 선관위는 7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어 우리미래의 손을 들어줬다. 국민의당이 약칭으로 ‘미래당’을 사용하는 건 사회 통념상 허용되는 약칭의 범위를 벗어난다는 이유에서였다.

청년정당 `우리미래'당 당원들이 7일 국회 정론관에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당명으로 사용하려 했던 `미래당' 문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년정당 `우리미래'당 당원들이 7일 국회 정론관에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당명으로 사용하려 했던 `미래당' 문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관위의 결정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비상이 걸렸다. 당명을 미래당으로 정한 후 ‘우리가 미래당’ 식의 홍보 캠페인도 시작했다. 게다가 이날 양당은 ‘미래당’의 이름에 걸맞는 당의 로고와 당색 등을 결정하기로 했다. 당색으로는 하늘색, 보라색, 짙은 자주색 등이 후보군에 올랐다. 당명이 바뀌게 되면 기존에 검토했던 당 로고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추진위원회는 이날 오후 2시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양당 통합추진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후속 당명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통추위 대변인인 국민의당 신용현 의원과 바른정당 유의동 의원은 “청년들과 당명을 놓고 다투는 것보다 청년과 함께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향하는 것이 바람직한 모습이라는 것이 양당의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양당은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회의를 통해 당명을 재논의하고 있다. 오후 6시30분에는 안철수 대표와 유승민 대표가 참여하는 회의를 연다. 미래당과 함께 최종 후보에 오른 ‘바른국민’ 등이 다시 당명으로 떠오른다. 하지만 안 대표 측은 ‘미래’ 등의 가치를 담는 게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유의동 의원은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기획조정분과가 먼저 논의하고 있다. 최대한 오늘 결론을 냈으면 좋겠지만, 회의 진행 상황을 봐야 결정 시점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평화당 측의 개입을 놓고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민평당에 합류한 장모씨가 우리미래 측 인사에게 “조속히 약칭을 미래당이라고 조건을 갖춰 선관위에 신고부터 하라”고 메시지를 보낸 게 문제가 됐다. 신 의원은 “언론을 보면 민평당 창당에 관여한 J씨라는 사람이 우리미래 측에 ‘가이드라인’을 줬다는 얘기가 나온다”고도 했다. 다만 유 의원은 “통합을 해 저희 길을 가는 데 큰 문제가 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리미래 당원들은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당명을 지키기 위한 내부 논의 끝에 약칭 신청을 결정한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외부의 조언이나 개입은 전혀 없었다. ‘사주를 받았다’는 표현은 우리미래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니 사과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은 정의당이 잡아줬다.

안 대표와 중앙선관위는 다시 한번 악연을 가지게 됐다. 중앙선관위는 지난 총선 후 국민의당이 홍보 업체로부터 선거홍보비 일부를 리베이트로 받았다며 박선숙 의원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안 대표는 해당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해당 사건은 2심까지 전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안 대표는 지난해 1월 1심에서 전원 무죄 판결이 나자 “정권 차원에서 안철수와 국민의당 죽이기였다는 것을 증명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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