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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 보고 충격받을 수도"···北, 막판에 합의 뒤집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의 막판뒤집기 왜?…북한의 합의 파기 공통점 보니

평창 겨울올림픽 축하공연을 위해 방남하는 삼지연관현악단(단장 현송월)은 바닷길로 이동했다. 이들은 당초 판문점을 이용한다고 했다가 지난달 23일 '경의선 육로'로 경로를 변경했다. 그러다 지난 4일 밤 만경봉 92호를 이용하겠다고 다시 말을 바꿨다. 이같은 북측의 막판 뒤집기는 지난달 29일 밤에도 있었다. 남북이 4일 금강산에서 진행키로 한 합동예술문화공연을 닷새 앞두고 돌연 취소했다.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단원 114명과 지원인력을 태운 만경봉 92호가 6일 오전 동해 해상분계선(NLL)을 넘어 한국으로 왔다. 사진은 지난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때 부산 다대포항에 온 만경봉 92호. [사진 연합뉴스]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단원 114명과 지원인력을 태운 만경봉 92호가 6일 오전 동해 해상분계선(NLL)을 넘어 한국으로 왔다. 사진은 지난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때 부산 다대포항에 온 만경봉 92호. [사진 연합뉴스]

북측이 기존 남북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거나 급변경한 사안들은 나름대로 공통점이 있다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국책연구기관 전문가는 “이번에 남북이 상당히 많은 합의를 했는데 북한은 이들 가운데 자신들의 체제에 해가 될 수 있는 특정 사안들에 대해서만 합의를 뒤집었다”고 분석했다. 북측 대표단을 남측 문화에 가급적 노출시키지 않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것이다.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이 6일 만경봉 92호를 이용해 남측에 왔다. 이들은 전날 평양역을 출발해 원산을 거쳐 해상으로 이동했다. [사진 연합뉴스]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이 6일 만경봉 92호를 이용해 남측에 왔다. 이들은 전날 평양역을 출발해 원산을 거쳐 해상으로 이동했다. [사진 연합뉴스]

남측은 금강산에서 가수 보아 등 K-POP 등을 공연할 예정이었다. 북측이 ‘자본주의 날라리풍’이라며 접촉 금지령을 내린 남측 음악이 금강산 한복판에서 울려 퍼지는 셈이다. 이에 뒤늦게 북측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서자 남측 언론보도 내용을 명분으로 내세워 행사를 철회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만경봉 92호를 이용한 예술단의 방남 루트 역시 단원들이 남측의 생활 수준에 노출되는 걸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포함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물론 기본적으론 만경봉 92호의 입항을 통해 대북제재에 흠집을 내려는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그외에도 김정은의 음악정치 전도사들인 140여명의 예술단원이 강릉 지역에 오래 머물 경우 자본주의에 ‘오염’될 수 있다는 점을 북한 당국이 우려했을 수 있단 것이다. 인적이 드문 강원 인제의 스피디움에 머무는 응원단과는 다른 상황이다. 한 탈북자는 “북한에선 남한이 미국에 몸을 팔아서 먹고살고 있다고 교육한다”며 “그런데도 지방의 도로 여건이나 생활 수준이 서울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점을 실제로 본다면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응원단의 일부로 편성된 것으로 알려진 모란봉 악단원들의 경우 지난해 말 북측 전역을 순회공연했는데 남측의 지방과 북측을 자연스레 비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21일 강릉의 특급호텔에서 1박을 했던 현송월 단장도 이런 우려를 전달했을 수 있다. 북측이 지난달 9일(고위급회담) 대규모 올림픽 참관단을 보내겠다고 한 뒤 이를 거둬들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규모 참관단을 보낼 경우 자신들의 생활상과 비교하고, 체제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셈이다. 결국 북측이 막판 뒤집기를 한 금강산 공연이나 예술단, 참관단 파견은 남측 문화와 생활상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공통점을 남겼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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