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막판뒤집기 왜?…북한의 합의 파기 공통점 보니
평창 겨울올림픽 축하공연을 위해 방남하는 삼지연관현악단(단장 현송월)은 바닷길로 이동했다. 이들은 당초 판문점을 이용한다고 했다가 지난달 23일 '경의선 육로'로 경로를 변경했다. 그러다 지난 4일 밤 만경봉 92호를 이용하겠다고 다시 말을 바꿨다. 이같은 북측의 막판 뒤집기는 지난달 29일 밤에도 있었다. 남북이 4일 금강산에서 진행키로 한 합동예술문화공연을 닷새 앞두고 돌연 취소했다.
북측이 기존 남북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거나 급변경한 사안들은 나름대로 공통점이 있다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국책연구기관 전문가는 “이번에 남북이 상당히 많은 합의를 했는데 북한은 이들 가운데 자신들의 체제에 해가 될 수 있는 특정 사안들에 대해서만 합의를 뒤집었다”고 분석했다. 북측 대표단을 남측 문화에 가급적 노출시키지 않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것이다.
남측은 금강산에서 가수 보아 등 K-POP 등을 공연할 예정이었다. 북측이 ‘자본주의 날라리풍’이라며 접촉 금지령을 내린 남측 음악이 금강산 한복판에서 울려 퍼지는 셈이다. 이에 뒤늦게 북측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서자 남측 언론보도 내용을 명분으로 내세워 행사를 철회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만경봉 92호를 이용한 예술단의 방남 루트 역시 단원들이 남측의 생활 수준에 노출되는 걸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포함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물론 기본적으론 만경봉 92호의 입항을 통해 대북제재에 흠집을 내려는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그외에도 김정은의 음악정치 전도사들인 140여명의 예술단원이 강릉 지역에 오래 머물 경우 자본주의에 ‘오염’될 수 있다는 점을 북한 당국이 우려했을 수 있단 것이다. 인적이 드문 강원 인제의 스피디움에 머무는 응원단과는 다른 상황이다. 한 탈북자는 “북한에선 남한이 미국에 몸을 팔아서 먹고살고 있다고 교육한다”며 “그런데도 지방의 도로 여건이나 생활 수준이 서울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점을 실제로 본다면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응원단의 일부로 편성된 것으로 알려진 모란봉 악단원들의 경우 지난해 말 북측 전역을 순회공연했는데 남측의 지방과 북측을 자연스레 비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21일 강릉의 특급호텔에서 1박을 했던 현송월 단장도 이런 우려를 전달했을 수 있다. 북측이 지난달 9일(고위급회담) 대규모 올림픽 참관단을 보내겠다고 한 뒤 이를 거둬들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규모 참관단을 보낼 경우 자신들의 생활상과 비교하고, 체제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셈이다. 결국 북측이 막판 뒤집기를 한 금강산 공연이나 예술단, 참관단 파견은 남측 문화와 생활상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공통점을 남겼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