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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전대통령 장인 이규동씨 인터뷰|〃기관장이 미리 알아 처리 ...오해빚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반포임야아파트건축허가·가야산억지관광단지 개발·농장도로특혜포장 등 「권력형비리」 관련설로 전경환씨에 이어 사회의 이목을 모으고있는 전두환 전대통령의 장인 이규동씨 (77·전대한노인회 회장)는 24일 오전 서울반포동 한신14차 아파트 자택에서 기자를 만나 『최근 보도되고 있는 자신에 대한 각종 특혜소문은 거의 근거 없는 오해』 라고 부인했다.
이씨는 자신이 특혜를 요구한 적은 없으나 『해당 행정기관장이 미리 넘겨 짚고 일을 처리한 경우가 있어 오해가 벚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로부터 그의 비리관련설 진상을 들어본다.
-전대통령의 친·인척들이 각종 이권에 개입했다는 소문이 끊임없이 나돕니다.
▲소문이 사실인지는 차츰 밝혀질테지만 대통령주변의 한사람으로서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국민들에게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비록 자식이고 사위라고 해도 그만둔 대통령내외에게도 미안하고 신임 노대통령에게도 누를 끼쳐 고개를 들 수 없읍니다. (이에 이씨는 자신과 관련된 모든 소문에 대해 해명할테니 거리낌없이 질문해달라고 요청까지 했다.)
-경기도 화성에 있는 농장이 각종 특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농장은 제가 60년 육군 경리감을 끝으로 예편한 뒤 지금까지 처와 함께 직접 가꿔왔습니다. 예편 후 산지개간이나 서해안간척사업을 해볼까하다가 젊었을 때 만주에서 농사를 지어본 경험도 있고 해 퇴직금을 굴려 70년 초 사들인 것입니다.
-경기도 등에서 농장에 갓나무 묘목 20만주를 무상 제공하고 서울시가 가로수로 그 나무를 7억원 어치나 사들여 심었다가 고사시켰다는데요.
▲나는 사위가 대통령이 되기 전인 76년 「전국 조림왕」으로 뽑혀 표창까지 받은 사실이 있습니다. 84년 갓나무 묘목 20만주를 무상으로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 정부에서는 나 뿐 아니라 전국의 독립가들에게 잣나무를 무상 공급했읍니다.
관리인으로부터 우리농장에 적합하지 않은 높이 1m이상 짜리 묘목을 일부 서울시에 팔았다는 얘기는 들였지만 7억원어치라는 것은 터무니없는 이야기입니다. 농장 땅에 골프장을 하라는 유혹도 뿌리치고 정부의 삼림정책에 순응해 크게 수익성도 없는 잣나무를 심어 전국최고의 농장으로 가꾸어 왔는데 칭찬은 않고 왜 이렇게 두들겨 패는지…. (이씨는 필요하다면 임업기술자·행정관료·언론인을 농장으로 초청, 정당한 평가를 받을 용의도 있다고 덧붙였다)
-경기도가 농장 앞 개인도로까지 포장해 준 것은 특혜가 아닙니까.
▲농장부근에 유엔군 참전 기념탑과 임진왜란 당시 전적지인 세마대가 있어 경기도에서 청소년 충효교육장으로 활용키 위해 농장 앞 도로를 포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집 앞까지 1백여m 개인도로를 포장한 것은 당시 시공업자가 우리농장 흙을 퍼다 쓰는 대신 포장한 것입니다.
-농장이 30만평규모인데다 수원근방이라 싯가가 엄청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군 퇴직금으로 구입하기가 어려웠을 텐데요.
▲자랑할 것은 못되지만, 60년대 중반부터 70년 초까지 이태원·신촌·역삼동·방배동 등지의 부동산을 몇 차례 사고 팔다보니 수익이 좀 남아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고향인 경북 성주군 가야산기슭에 관계부처가 관광단지개발사업을 벌이다 중단해 국비 31억원을 낭비한 것과 관련된 것은 사실입니까.
▲소문에는 내가 명성 김철호회장 및 당시 윤자중 교통부장관 등에게 『내 고향 성주를 레저타운으로 개발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게 계기가 됐다고들 하는데 나는 윤자중씨와는 한번도 만난 사실이 없읍니다.
당시 몇 차례 고향에 내려가 군수 등이 모인 자리에서 『가야산의 7O%가 경북 쪽인데 왜 경남합천 해인사 쪽만 개발되느냐』며 균형 있는 발전을 바라는 군민들의 여론만 전달했을 뿐입니다.
-서울 반포동 강남 성모병원 뒷산 일대 2만8천7백여평의 임야가 85년 8월 한보주택에 아파트 건축이 허가됐습니다. 소문에는 한보의 정태수회장과 친한 사이인 이규동씨의 압력으로 당시 염보현시장이 조치했다는데-.
▲말도 안 되는 얘기입니다. 한보의 정사장과는 고향이 같은 경북이어서 알고 지내는 사이지만 사업이야기를 나눌 정도는 아닙니다.
-염보현 전 서울시장과는 친분이 두터웠다고 하던데요.
▲(말하기가 어려운 듯)염시장이 경기도지사로 있을 때 내가 경기도 반공연맹지부장으로 있었기 때문에 공식행사에서 몇 차례 만났지요.
-민정당의 정 모의원도 염시장과 함께 이번 한보주택아파트건립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읍니다.
▲정 의원은 당시 민정당 도당위원장으로 있을 때로, 소탈한 성격이 마음에 들어 알게됐지만 정사장과 3명이 한자리에 모인 적은 없읍니다.
-명성사건에 깊이 관련됐다는 소문이 끊이질 않습니다.
▲명성사건은 김씨와 상업은행 혜화동지점 김대리 사이의 금융비리일 뿐입니다. 지금도 그 진상을 밝혀낸 안무혁 당시 국세청장을 은인처럼 생각하고 있어요.
-김씨와는 어떤 사이였읍니까.
▲81년 내가 대한 노인회 회장으로 있을 때 김씨가 찾아와 『서예전을 열어 노인회 기금으로 주겠으니 후원단체가 돼달라』고해 서예전에 참석, 저녁식사대접을 받았습니다. 그 뒤 내가 골프를 막 배우기 시작했던 터라 김씨의 수원근교 명성골프장에 들러 두어 차례 만났는데 나중에 김씨가 나를 팔고 다닌다는 소문을 들었읍니다.
-아무래도 대통령 장인에게는 인사·사업청탁을 해온 사람들이 많았을 텐데요.
▲억울한 일을 당해 청와대에 진정하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이 없지 않았읍니다.
그러나 나는 사위가 대통령이 될 때 가족일 이외에 공적인 일에는 일체 관여 않기로 분명히 선을 그었습니다. 나와 관련됐다는 일부 공직자의 승진·영전은 내가 사석에서 칭찬을 해준 사실이 더러 있어 나온 말 일겁니다.
-새마을 비리로 구속된 전경환씨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 사람은 마음이 착해 결단력이 부족한 편이지요. 그러나 무엇보다 동서 등 인척을 측근에 두고 욕심을 부린 것이 화가 된 겁니다.
전씨가 새마을운동을 한다면서 대한체육희 등 쓸데없는 일에 너무 깊이 관여한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사돈집 일에 이래라 저래라 할수 없는 노릇이라 잠자코 있었읍니다. (이씨는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혼자말로 『대통령의 장인이 아니었더라면 이런 구설수에 휩싸이지 않을텐데』 하고 중얼거렸다)
-장남 이창석씨와 둘째·셋째 사위 등이 제5공화국시절 엄청난 치부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읍니다.
▲아들이 박재홍씨가 사장으로 있는 동양철관에 입사, 부사장까지 남보다 빨리 승진을 한 것은 박사장이 대통령의 처남이라 뒤를 밀어줬기 때문이겠지요. 내 아들이 벼락부자가 됐다고들 하는데 재산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사장도 되고 하는 것 아닙니까.
-전 대통령 재임시절 청와대에는 자주 들렀읍니까.
▲한 달에 한 번 꼴로 들렀습니다. 갑자기 연락이 오면 청와대에 들어가 저녁식사나 함께 하는 정도였습니다. 주로 대통령 내외가 가족들의 얘기를 듣고 싶어했지요. 퇴임 후에는 두 차례 만났는데 퇴임직후 연희동으로가 『수고했다』고 말했으며 미국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뒤 한차례 더 만났읍니다.
-항간에는 청보식품 소유설 등 뜬소문이 많은데 실제 재산은 얼마나 됩니까.
▲30만평규모의 화성농장과 56평짜리 이 아파트, 그리고 우리 노부부가 자식들 신세지지 않고 살기위해 모아 둔 돈이 조금 있읍니다. 청매의 「청」 자가 청와대를 의미한다는 식의 억측으로 내가 실소유자라는 등 나를 둘러싸고 유언비어를 고의적으로 만들어 내는 친구들이 있는 모양입니다.(이씨는 이 대목에서 약간 역정을 내며) 내가 남서울 호텔에서 몇 번 식사를 하고 수원골프장에서 서너 차례 골프를 쳤다고 그것이 다 내 것입니까.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습니까.
▲최근 당뇨에 폐렴증세까지 있어 몸이 다소 불편합니다. 필생의 사업인 농장을 잘 가꾸어 작품으로 만들어 자식들에게 물려주어야지요.
또 「성강 (이씨의 호) 문화재단」을 잘 운영해 불우한 환경에 있는 초·중고·대학생들의 학자금을 지급하는 등 장학사업을 펴나가겠읍니다. (이씨는 이 재단이 지난 85년 아들 창석씨가 사업수익금 7억원을 내놓아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최천식·박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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