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석의 앵그리2030]③아동수당이 포퓰리즘?…이 정도 노력도 없이 저출산 탈출이라니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정부의 성급한 보편적 아동수당 추진은 애초부터 지방선거 선전용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의식해 또다시 아동수당을 정략적으로 이용하겠다는 ‘포퓰리즘’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1월 11일 자유한국당의 논평입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발언에 대한 반박 차원입니다. 박 장관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아동수당 법안을 논의할 때 0~5세 모든 아동에게 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아동수당 상위 10% 제외 논란 #"여야 합의 뒤집나" 한국당 반발 #박능후 ‘모두 지급’ 언급했다 사과 # #OECD 35개국 중 31개국 아동수당 줘 #갈수록 대상자 줄어 재원부담 적고 #노동력 확보하는 등 미래지향적 투자

아동수당은 올해 처음 시행됩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였는데 0~5세 아동에게 월 10만원씩 지원하는 내용입니다. 대상자가 대략 250만 명쯤 됩니다. 1년에 약 3조원 정도가 필요한 거죠. 올해는 입법 준비 등을 고려해 애초 하반기부터 지급하고, 지방비를 포함해 1조5207억원(국비 1조1009억원)을 투입할 예정이었습니다.

아동수당 9월 시행…0~5세 아동에 월 10만원씩 지급

그런데 국회 협의 과정에서 여야가 소득 상위 10%는 제외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렇게 합의해놓고 주무부처 장관이 말을 바꿨다는 게 한국당이 반발하는 이유죠. 한국당의 강공은 1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계속됐습니다. “여야 지도부가 합의한 내용을 번복했다”,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장관이 국회를 무시했다”와 같은 발언이 쏟아졌습니다.

결국 박 장관이 사과했습니다. 그는 “올해는 여야 합의를 준수하지만, 그 이후는 다른 여지를 만들자는 제 바람을 말한 것이었는데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면 사과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12월 19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물을 마시고 있다. 강정현 기자

지난해 12월 19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물을 마시고 있다. 강정현 기자

아동수당법은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아무리 ‘소신’이라지만 이런 시기에 야당을 자극한 건 신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을 만합니다. 여당에서조차 “2월 상임위에서 (대상자 확대를) 진지하게 토론해보려고 했는데 장관이 그 여지를 날려버렸다”(기동민 의원)며 아쉬움을 토로합니다.

빈약한 설득 논리로 논란을 자초한 측면도 있습니다. 박 장관은 모든 아동에게 지급해야 하는 이유로 ‘상위 10%를 걸러내는 행정비용이 많이 든다’고 밝혔습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런 비용이 2019년 이후 연 최대 1002억원가량 든답니다. 대상자에 대한 금융조사 통보비용 100억원, 조사 담당자의 추가 인건비 302억원, 상위 10% 자녀세액공제 유지비용 360억원, 국민 불편비용 230억원 등입니다.

그러나 금융조사 통보비용은 방식에 따라 줄일 여지가 있고, 추가 인건비 또한 과장된 측면이 있습니다. 국민 불편비용은 추계액 범위가 최소 44억원에서 최대 230억원에 달할 정도로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혹 정말 1002억원이 든다 하더라도 상위 10%에게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 절감하는 예산(1821억원)보다는 훨씬 적습니다. 국민이 한푼 두푼 모아준 게 예산인데 1원이라도 덜 쓸 방법이 있으면 그렇게 하는 게 재정건전성 차원에서도 옳죠. 직장인 김도은(32)씨는 “왜 지금 아동수당이 필요한지, 명확한 철학과 비전을 가지고 설득해야 하는데 선별에 돈이 많이 드니 그냥 전부 주자는 뜻으로 읽혀 오히려 불편했다”고 말합니다.

맞습니다. 나랏돈의 쓰임새는 그리 단순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일이면 1조원이 아니라 10조원, 100조원이라도 써야죠. 당장 부담이어도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시급하다면 지금 지갑을 여는 게 맞습니다.

기초연금이 대표적입니다. 한국의 노인은 참 어려운 시기를 거쳤습니다.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웠던 시기 태어나 20살이 되기도 전에 도시로 와 공장에서 일을 배웠습니다. 자신은 배를 곯으면서도 자식만은 더 좋은 나라에 살게 하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던 세대기도 합니다. 이런 노고가 없었다면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도 없었을 게 분명합니다.

먹고살 만해지니 노인이 됐습니다. 노후 대비란 개념조차 없던 시절이었으니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집 한 채라도 있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1988년 국민연금이 도입됐지만, 가입 기간이 짧아 연금을 충분히 못 받는 사람이 많습니다. 2016년 국민연금 수급자 약 400만명의 월평균 급여액은 32만4000원에 불과합니다.

기초연금은 이런 노인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최소한의 노후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돕자는 취지죠. 기초연금의 근간인 기초노령연금이 도입된 건 2008년 1월입니다. 기초노령연금은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지급했는데 연금액이 월 최대 10만원에 불과했습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연금액 인상과 대상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2014년 7월 25일 기초연금이란 새 이름을 달고 지급이 시작됐습니다.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최대 월 2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입니다.

기초노령연금→기초연금 개편으로 부담 커진 2030

기초노령연금과 달리 기초연금은 국민연금과 연계돼 있습니다.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길수록 덜 받도록 설계한 건데 취업하자마자 의무적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지금의 젊은 세대 대부분은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깁니다. 기초연금을 받을 나이가 되면 대부분 연금 가입 기간이 30~40년쯤 되겠죠. 20~30대 입장에선 기초노령연금을 내버려 두는 게 훨씬 나았다는 의미죠.

좀 억울하긴 해도 그렇다고 기초연금의 필요성을 부정하긴 어렵습니다. 이 심각한 노인 빈곤문제를 그냥 둘 순 없으니까요. 그런데 집권 당시 기초연금을 도입한 한국당이 아동수당은 포퓰리즘이라고 밀어붙이는 건 참기 어렵습니다. 한국당이 생각하는 포퓰리즘의 개념이 ‘예산 퍼주기’라면 아동수당보단 그들이 공약했던 기초연금이 훨씬 포퓰리즘적입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금액부터 차이가 큽니다. 정부는 올해 9월부터 기초연금을 최대 25만원으로 인상한 데 이어 2021년엔 30만원까지 인상한다는 계획입니다. 그러면 올해 9조원가량인 기초연금 예산은 2022년 15조6080억원으로 많이 늘어납니다. 지방비까지 포함하면 한 해 20조원 이상이 기초연금 하나에 투입됩니다.

꼭 금액을 올려서만은 아닙니다. 급속한 고령화로 받을 사람이 많이 증가하기 때문이죠. 올해 기초연금 수급자는 517만 명이지만 불과 5년 뒤인 2022년엔 629만 명으로 100만 명 이상 늘어납니다.

아동수당은 다릅니다. 0~5세 모든 아동에게 지원해도 3조원(지방비 포함)이면 충분합니다. 게다가 해가 갈수록 줄어듭니다. 2019년 250만 명인 대상 아동이 2022년엔 244만 명으로 감소하기 때문이죠. 당장의 지출, 미래의 지출 그 어떤 차원에서 봐도 아동수당이 부담이 덜합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아동수당은 뚜렷한 세 가지 목표가 있습니다. 첫째, 아동의 생존권을 보장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국가가 돕는 것입니다. 동시에 미래의 노동력을 확보하고, 미래의 납세자를 키우는 미래지향적 투자입니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아동수당제도를 운용하는 이유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아동수당을 도입하지 않은 건 한국과 미국·멕시코·터키뿐입니다. 대상자 역시 대부분 16~17세까지로 0~5세인 한국과 차이가 크고, 지원액도 한국보다 많습니다.

위의 그래프를 보시죠. OECD 회원국의 경우 국내총생산(GDP)의 평균 2.4%를 아동과 가족을 지원하는 데 쓰고 있습니다. 영국·프랑스 등 4%에 육박하는 곳도 있죠. 아동수당과 같은 현금과 보육·교육료 같은 서비스, 조세 지원 등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그러나 한국은 1.4%에 그칩니다. 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이죠. 그마저도 보육서비스에 집중돼 있고, 현금 급여는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한국만 무리하고 있는 건 아니라는 얘기죠. 중복 지원을 문제 삼는 목소리도 있지만, 정부는 아동수당을 도입하면서 5세 이하 자녀 세액공제(1인당 15만원)는 2019년부터 폐지하기로 했습니다.

둘째, 아동수당은 한국 사회의 구조적 난제인 저출산을 해결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입니다. 한국은 2001년 이후 16년째 초저출산국(합계출산율 1.3 이하)의 멍에를 쓰고 있습니다. 최근 10년간 100조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었는데 해결은 요원합니다. 2017년 합계출산율도 1.06~1.07명 수준에 머무를 전망입니다. 정부가 아동수당 카드를 꺼낸 건 당연히 출산율을 높이려는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아동수당에 반대하는 쪽에선 일본이 1972년부터 아동수당을 지급했지만, 출산율이 더 떨어졌다는 걸 사례로 들기도 합니다. 실제로 1970년 2.13명이었던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2005년 1.26명으로 감소했습니다. 그러나 이 시기의 출산율 감소는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나타난 공통적인 현상입니다. 아동수당이 효과가 없었다고 단언할 근거는 아니란 얘기죠.

반대의 결과는 있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OECD 국가의 아동수당제도가 출산율에 미치는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GDP 대비 아동수당 비중을 1% 늘리면 합계출산율이 0.02포인트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수의 선진국은 이미 아동수당을 저출산 해결책 중 하나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아동 수가 늘어날수록 총 급여액이 늘어나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둘째, 셋째에게 더 준다는 얘깁니다. 스웨덴은 모든 아동에게 동일한 급여를 주면서 다자녀 가정엔 추가 수당을 줍니다.

일본 역시 2012년부터 셋째부터는 지급액을 늘리는 차등지급제를 도입했고, 1990년대 후반 심각한 저출산 위기를 겪었던 프랑스 또한 이런 방식으로 효과를 봤습니다.

“10만원 주면 애 맛있는 거 사 먹이지 집에 쌓아두겠나?”

물론 아동수당 때문에 프랑스의 출산율이 높아졌다고 단정할 순 없습니다. 아이를 덜 낳는 게 돈 때문만은 아니니까요. 저출산은 여러 사회·경제·문화적 요인이 결합한 현상입니다.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 여성의 고용 여건, 가족 형태의 다양성 등 한국으로선 손 볼 게 한둘이 아니죠.

직장인 손동호(34)씨는 “10만원 준다고 안 낳던 애를 낳겠느냐고 말할 수 있지만, 지금은 국가의 관심을 통해 부모의 심리적 부담감을 덜어줄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셋째, 소비 진작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 5명에게 “9월부터 아동수당이 10만원씩 나온다는데 어디에 쓸 것이냐”고 물었습니다. 대답은 다양합니다. “기저귀, 분윳값 부담이 좀 줄어들 것” “옷값 고민 많았는데 다행” “키즈카페 한 번이라도 더 데려갈 수 있지 않을까?” 대부분 아이를 위해 직접 쓰겠다는 겁니다. 소비 증가와 이에 따른 투자 수요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죠.

과도한 복지정책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하자 아이 둘을 키우는 김정희(33)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수당 10만원 받으면 애 맛있는 거 하나 더 사 먹이지 집에 쌓아두겠나? 당연히 소비에도 도움될 테고.”

제19회 서울 베이비 키즈 페어가 6일까지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다. 3일 오후 전시회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육아 물품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장진영 기자 / 20170803

제19회 서울 베이비 키즈 페어가 6일까지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다. 3일 오후 전시회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육아 물품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장진영 기자 / 20170803

마지막으로 모두에게 주려 한다는 의미에서 포퓰리즘이라면 이 부분은 생각해볼 여지가 있습니다. 복지를 바라보는 철학의 문제이니 논의할 필요가 있겠죠. 다만 OECD 회원국 중 아동수당을 도입한 31개국 중 20개국은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모든 계층에 보편적으로 아동수당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독일·스웨덴·영국 등이 그렇습니다. 현종진(32)씨는 “부자건 아니건 간에 애 하나 낳으면 고마워해야 할 판에 10% 제외를 논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국회가 아동수당 협의 과정에서 소득 상위 10%를 제외하기로 하면서 예산은 정부 안보다 3913억원이 줄어든 7096억원으로 확정됐습니다.

좀 이상한 점 느끼셨나요? 통계청 가구동향조사를 활용하면 소득 상위 10%를 제외할 경우 대상 아동은 약 6%(15만 명)가량 줄어듭니다. 그런데 예산은 왜 35%(3913억원)나 감액됐을까요? 시행시기도 9월로 늦춰졌기 때문입니다. 한국당이 예정대로 7월에 시행하면 6월에 예정된 지방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해서죠.

직장인 최인경(29)씨는 이렇게 꼬집었습니다. “평창올림픽 논란, 암호화폐 사태로 20~30대의 여당 지지율이 떨어져도 왜 지지가 한국당으로는 이동하지 않는지 생각 좀 해보시라.”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