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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윤종·스메켄스·얀코프 … 개회식 기수는 ‘메달의 기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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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2006년 토리노 겨울올림픽 개회식에서 남북한 대표팀이 한반도기를 앞세워 입장하고 있다. 남측에서는 스피드스케이팅의 이보라(왼쪽)가 북측에서는 피겨스케이팅의 한정인(오른쪽)이 기수로 나섰다.[중앙포토]

2006년 토리노 겨울올림픽 개회식에서 남북한 대표팀이 한반도기를 앞세워 입장하고 있다. 남측에서는 스피드스케이팅의 이보라(왼쪽)가 북측에서는 피겨스케이팅의 한정인(오른쪽)이 기수로 나섰다.[중앙포토]

9일 열리는 2018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에서 각 국 기수들에게 눈길이 쏠린다. 기수를 보면 그 나라의 개성을 알 수 있다. 특히 겨울올림픽에서는 각 국의 인기 종목에서 메달 유망주인 간판스타에게 기수를 맡기는 일이 잦다.

각국 강세 종목 간판 스타 앞세워 #프랑스, 바이애슬론 황제 푸어카드 #일본은 스키점프 여왕 다카나시 #캐나다, 피겨 커플 버츄·모이어 #미국·독일·중국은 아직 안 정해

프랑스는 바이애슬론 남자 세계 1위 마르탱 푸어카드(30)를 기수로 내세웠다. 푸어카드는 2011-2012 시즌부터 바이애슬론 남자 종합 세계 1위를 도맡았던 바이애슬론의 황제다. 역대 월드컵 통산 57차례 정상에 올랐고,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에서도 2관왕(12.5㎞ 추월, 20㎞ 개인)을 달성했다. 프랑스올림픽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일찌감치 그를 기수로 선정했다. 푸어카드는 “기수로 개회식장에 들어가면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느낄 것 같다”고 말했다.

네덜란드는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 간판인 얀 스메켄스(31)를 기수로 선정했다. 네덜란드는 빙상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나라다.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때 스피드스케이팅에서만 금메달 8개, 은메달 7개, 동메달 8개를 땄다. 빌럼 알렉산더르 국왕도 스케이트를 직접 탄다. 중·장거리에 강한 네덜란드는 단거리 스프린터인 스메켄스에 거는 기대가 크다.

네덜란드 NU스포츠는 “스메켄스는 지난해 2월 강릉에서 열린 종목별 세계선수권에서 네덜란드 선수론 처음 500m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평창올림픽에서 네덜란드 선수단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도전자”라면서 “2014년 소치 대회 때 기수였던 요리엔 테르 모르스가 1500m 금메달을 땄던 것처럼 스메켄스도 그렇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메켄스는 “의심할 여지 없이 기쁜 일이다. 개회식에서 자랑스럽게 네덜란드 국기를 휘날리겠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는 2014년과 2015년에 2년 연속 알파인 스키 여자 종합 1위를 차지한 안나 베이스(29)가 국기를 든다. 이탈리아는 평창올림픽까지 겨울올림픽에 4차례 참가하는 쇼트트랙 베테랑 아리아나 폰타나(28)를 선정했고, 불가리아는 스노보드 알파인 세계 4위 라도슬라프얀코프(29)를 뽑았다. 평창올림픽에서 한국 간판 이상호(23·세계 10위)와 메달을 다툴 것으로 예상되는 얀코프는 자동차 TV광고 모델로 활동하는 등 불가리아에선 인기가 높다.

왼쪽부터 원윤종, 얀 스메켄스, 라도슬라프 얀코프.

왼쪽부터 원윤종, 얀 스메켄스, 라도슬라프 얀코프.

일본은 선수단 중 최고령인 스키점프의 가사이 노리아키(46)로 선정했다가 남자 스키점프 경기 일정이 개회식 전후로 있어 경기력 저하를 우려해 여자 스키점프 간판 다카나시 사라(22)로 바꿨다. 스키점프 월드컵 통산 53승으로 여자 선수 중 최다승 기록을 보유한 다카나시는 일본에서 여왕으로 불릴 만큼 겨울스포츠 스타로 꼽힌다.

기수를 남녀 한명씩 두 명 선정한 나라도 있다. 캐나다는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테사 버츄(29), 스캇 모이어(31)를 나란히 기수로 선정했다. 각각 8세, 10세부터 21년째 호흡을 맞추고 있는 환상의 콤비다. 선수 두 명을 올림픽 기수로 내세운 건 캐나다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캐나다올림픽위원회는 “두 선수는 캐나다의 힘(모이어)과 우아함(버츄)을 상징한다. 캐나다에서 올림픽 정신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사들”이라고 더블 기수를 선정한 배경을 밝혔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이들이 함께 국기를 들어 올려 모든 캐나다인에게 희망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피겨 스케이팅 아이스댄스 금메달을 땄던 버츄·모이어는 2014년 소치올림픽 은메달을 따고 잠시 은퇴했다가 2016년에 복귀해 지난해 세계선수권, 4대륙 선수권 등에서 모두 우승했다. 버츄는 “내 인생 경력에서 최고의 순간이 될 것”이라고 감격해 했고, 모이어는 기수답게 “팀 캐나다의 평창 준비는 끝났다”고 말했다.

아직도 기수를 결정하지 못하고 고심하는 나라도 있다. 독일은 자국 선수단 중 최고령자인 스피드스케이팅의 클라우디아 페흐슈타인(46)를 기수로 내정했다가 고민하고 있다. 그가 2009~2010년 도핑 문제로 2년 여 자격을 박탈당했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노르웨이, 중국도 아직 기수를 정하지 못했다.

개회식에서 맨 마지막에 공동 입장하는 코리아의 기수는 베일에 싸여 있다. 일단 남측이 남자 기수, 북측이 여자 기수를 내세울 전망이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부터 9차례 국제대회 개회식에서 공동 입장시 ‘남남북녀’ 조합과 ‘남녀북남’ 조합을 번갈아 내세웠는데 이번엔 남남북녀 차례다. 남측에선 지난달 24일 선수단 결단식 기수를 맡았던 봅슬레이 간판 원윤종(33·강원도청)이 될 가능성이 크다.

평창=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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