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지성호 "트럼프 '어이 프렌드, 당신 수퍼스타가 됐다' 축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30일 미 의회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에서 목발을 치켜든 탈북 장애인 지성호씨.

지난달 30일 미 의회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에서 목발을 치켜든 탈북 장애인 지성호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연설 때 목발 탈북청년으로 유명해진 지성호 탈북인권 청년단체 나우(NAUH) 대표는 2일 “트럼프 대통령이 오늘 ‘어이 프렌드, 당신 슈퍼스타가 됐다’고 말해주더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 후 백악관 아이젠하워빌딩 3층에서 중앙일보 등 한국 특파원들과 만난 지 씨는 “지난달 30일 국정연설 직전부터 세 번째 만남인데 굉장한 나라 대통령이 북한의 꽃제비(먹을 것을 찾아 떠도는 북한 어린이) 출신이 아니라 그냥 친구처럼 호탕하게 맞아줘 편한 자리였다”고 말했다. 그는 “열흘 전쯤 ‘좋은 일이 있으니 일단 오라’고 해서 왔다. 그게 대통령 국정연설 초청인 건 전날에야 알았다”고 말했다. 지 씨는 “국정연설에서 만난 오토 웜비어의 부모님이 2월 평창올림픽 때 한국을 방문하기로 했다”며 “단체 사무실을 오기로 약속했다”고도 소개했다.

“웜비어 부모 올림픽때 방한, 사무실 방문 약속” #"더 많은 일 하라" 아들 북한서 맨 넥타이 선물 #고위 관계자 "국무부 대북 인권 특사 빨리 임명"

지성호 탈북인권단체 나우 대표가 2일 백악관 아이젠하워 빌딩에서 한국 특파원단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슈퍼스타가 됐다고 하더라"고 말했다.[워싱턴=정효식 특파원]

지성호 탈북인권단체 나우 대표가 2일 백악관 아이젠하워 빌딩에서 한국 특파원단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슈퍼스타가 됐다고 하더라"고 말했다.[워싱턴=정효식 특파원]

언제 처음 국정연설 초청 연락을 받았나. 수개월 전인가.

“아니다. 불과 열흘 전 미국에서 ‘좋은 일이 있으니 방문하라’는 연락이 왔다. 미국에 도착해서도 보안을 지켜서 며칠 동안 무슨 일인지 모르다가 국정연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초청했다는 걸 알았다.”

그럼 언제쯤 알았나.

“국정연설 전날이다. 매슈 포틴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보좌관이 오토 웜비어 부모님과 동생들과 함께 나를 집으로 저녁을 초대했다. 한국에서 왔다고 스테이크를 해줬는데 출산을 2주 앞둔 부인이 차려줘 한국 같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인데, 감동의 밥을 먹었다.”

그럼 국정연설 때 목발은 어떻게 가져오게 됐나.

“아니다. 백악관으로부터 올 때 가져와달라고 미리 요청을 받았다. 목발은 아버지 유품이고 자유를 찾아 탈출한 상징이기도 하다.”

지 씨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소개한 대로 1996년 꽃제비 시절 식량과 바꾸기 위해 석탄을 훔치려다 열차에 치여 왼쪽 팔과 왼발을 잃었다. 그런데도 2006년 목발로 두만강 국경과 중국을 횡단해 탈북에 성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세 번째 만난 지 씨를 향해 국정연설 때 일화도 소개했다. “국정연설의 재미있는 뒷얘기가 있는데 참모 중 한 명이 ‘그를 일으켜 세우지 말라. 그는 발을 잘렸고 다리 건강이 아주 안 좋다’고 했는데 내가 ‘그는 (한쪽 다리로도) 중국 전역을 걸어 다녔다. 서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에 지 씨는 “상상할 수 없는 대단한 행사에 초청받은 영예를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며 “그날 호텔 방으로 돌아온 이후 대통령이 내 이야기를 인스타그램에도 올려줘 며칠 동안 많이 울었다”고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탈북자들에게 뭘 물어봤나.

”얼마나 많은 사람이 대한민국에 오기까지 체포당하고 죽기도 하고, 중국에서 얼마나 어렵게 살았는지, 왜 인신매매를 당할 수밖에 없는지와 탈북 여성들의 인권문제도 호소했다. 지성호라는 한 사람도 고통을 겪고 자유를 찾아왔지만, 탈북자 개개인 책 한권이 될 만큼 아프고 숨기고 싶은 고통이 있으니까 대통령은 한 사람 한 사람 말을 다 호응해주고 따뜻한 마음으로 헤아려 줬다.“  

지성호씨 등 탈북 청년들이 지난해 8월 고향 신시내티를 방문해 북한에 억류됐다가 식물인간 상태로 돌아온 직후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묘에 참배하고 있다.[지성호씨 제공]

지성호씨 등 탈북 청년들이 지난해 8월 고향 신시내티를 방문해 북한에 억류됐다가 식물인간 상태로 돌아온 직후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묘에 참배하고 있다.[지성호씨 제공]

오토 웜비어의 넥타이는 어떻게 선물을 받게 됐나.

”지난해 여름 탈북 청년들과 함께 웜비어의 묘소를 국제면허증으로 어렵게 운전해 찾아가 참배를 했다. 그때 참배했던 사진을 보여주니 부모님이 눈물을 흘리더라. 그러면서 ‘이 넥타이는 아들이 북한을 갈 때 했던 것인데 더 많은 일을 했으면 좋겠다 “고 선물을 줬다.”

웜비어 부모님은 언제 한국을 방문하나.

“2월 14일인가 17일, e메일로 연락을 주기로 했다. 원래 한국을 방문하기로 돼 있다고 했다. 한국에 오면 서울 사무실을 방문하기로 약속했다.”

이날 회견에 동석한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국정연설 때지 씨의 참석이 잘 보여주듯 북한 인권 문제에 몰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공석인 미 국무부 대북 인권특사의 적임자를 빨리 찾아 임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