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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호의 레저터치] 관광 낙하산의 계절이 돌아오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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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수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지난달 22일 물러났다. 2015년 8월 10일 취임했으니 약 2년 5개월 만의 퇴임이다. 8월이면 임기 3년을 채우는데, 7개월을 못 참고 그만뒀다. 사실 관광공사 사장의 중도 퇴장은 뉴스가 못 된다. 임기를 채운 사장보다 임기를 못 채운 사장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한 번 따져보자. 1962년 4월 30일 취임한 신두영 1대 사장부터 정 전 사장까지 역대 관광공사 사장은 모두 24명이었다. 이 중에서 3년 이상 근무한 사장은 고작 7명이다. 전체의 30%가 안 된다. 1년을 못 버틴 사장도 많았다.

최근에는 변추석 전 사장이 1년만 채우고 물러났다. 2015년 4월 4일이었는데, 갑자기 나가 버려서 억측이 난무했었다. 변 전 사장은 2012년 박근혜 대선 캠프에서 활약한 개국공신이었다. 변 전 사장이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과 마찰을 빚었던 일은 한참 뒤에야 알려졌다.

정 전 사장이 공개한 중도 퇴임의 이유는 아리송하다. “공사가 새롭게 2018년을 시작할 수 있는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힌 게 전부다. 왜 지금이 적기인지 설명이 없을뿐더러, A4 2장짜리 보도자료는 정 전 사장의 치적으로 빼곡했다.

이렇게 훌륭한 인물이 왜 임기를 못 마쳤을까 의문이 들어야 마땅한 내용이었다(적자에 허덕이던 관광공사를 흑자로 이끌고 지난해 정부경영평가 A등급을 받아낸 건 빼어난 성과였다). 보도자료만 읽으면 전 정부가 앉힌 공기업 사장을 새 정부가 억지로 내친 것처럼 보인다.

현 정부와 정 전 사장이 매끄러운 사이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그가 쫓겨났다고는 할 수 없다. 정 전 사장이 오는 6월 강원도지사 선거에 출마할 작정이어서다. 정 전 사장은 강원도 강릉 출신이며, 관광공사는 강원도 원주에 있다. 24일 통화에서도 그는 출마설을 부인하지 않았다. 공직자가 6·13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면 3월 15일까지 사직해야 한다.

관광공사 사장 출신의 강원도지사. 반대할 이유가 없다. 다만 불편했던 기억은 떨치기 힘들다. 2014년 그는 취임 9개월 만에 인천공항공사 사장을 그만뒀다. 그때도 그는 강원도지사 출마를 꿈꿨었다. 관광공사 사장이 된 뒤에는 강원도 지역 언론과 첫 인터뷰를 했다. 관광공사는 강원도 산하기관이 아니라 문체부 소관 공기업이다.

관광공사는 다시 수장을 잃었다. 뭐, 익숙한 일이다. 지난 10년만 돌아봐도 관광공사는 세 차례에 걸쳐 모두 11개월 동안 사장직무대행 체제를 살았다. 이번에도 최소 두어 달은 사장 공백상태가 이어질 테다. 시간이 길어져도 좋으니 적임자가 오기를 소망한다.

하나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소문에 의하면 관광과 상관없는 인물이 유력 후보라고 한다. 또 낙하산이지만, 관광공사는 되레 덤덤한 표정이다. 문체부 출신 3명을 빼면(빼도 되는지 헷갈리지만) 역대 관광공사 사장은 모두 관광과 별 관계없는 낙하산이었다. 그래도 유력 후보가 군인은 아니란다. 관광공사 사장 24명 중에서 군인 출신이 8명이다. 제일 많다.

손민호 레저팀장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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