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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폴크스바겐, '판매 중단'은 끝났지만 논란은 'ing'

중앙일보

입력

폴크스바겐

폴크스바겐

2년 전쯤이다. 차를 사겠다고 벼르던 두 친구가 비슷한 시기에 “차를 뽑았다”며 자랑했다. 한 친구는 폴크스바겐의 ‘골프’를, 또 다른 친구는 BMW 미니의 ‘쿠퍼 3도어’를 샀다. 두 차는 가격대도 비슷했고, 친구들 사이의 지지율도 반으로 갈렸다. 그러나 단 몇달 만에 상황이 급변했다. 골프를 산 친구는 ‘환경파괴차’를 샀다며 조롱당했고, 상대적으로 쿠퍼의 위상은 올라갔다. ‘디젤게이트’가 몰고 온 작은 파장이었다.

8세대 파사트 GT, 사전계약 시작 #1년반만에 본격적으로 판매 재개 #'국내 소비자 보상 차별 논란'에다 #최근엔 '원숭이 실험'도 비난 화살

그리고 1년 반이 흘렀다. 폴크스바겐이 돌아왔다. 폴크스바겐 코리아는 1일 8세대 신형 ‘파사트 GT’의 출시행사를 열고 사전계약 접수를 시작했다. 공식 판매 재개에 나선 것이다. 새 출발을 알리는 파사트 GT는 폴크스바겐의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1973년 처음 출시된 후 전 세계 시장에서 2200만대 이상 판매됐다. 신형 파사트 GT는 기존 모델보다 휠베이스(축간거리)가 74㎜ 늘어났고, 실내 공간도 넓어졌다. 유럽 올해의 차 등 수상 실적도 쟁쟁하다.

폴크스바겐이 1일 신형 '파사트 GT' 사전계약과 함께 국내 판매를 재개했다. [사진 폴크스바겐]

폴크스바겐이 1일 신형 '파사트 GT' 사전계약과 함께 국내 판매를 재개했다. [사진 폴크스바겐]

폴크스바겐의 복귀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 작지 않은 파문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판매 중단 전까지 폴크스바겐은 국내 판매량 3위였고, 판매 4위 브랜드도 같은 회사인 아우디였다. 메르세데스-벤츠나 BMW의 견고한 ‘2강 체제’를 뚫을 수 있는 대항마였다.

폴크스바겐 국내 판매량

폴크스바겐 국내 판매량

실제 폴크스바겐은 시장을 흔들만한 저력이 차고 넘친다. 지난해 국내에서 단 한대도 판매하지 못했지만, 세계 시장에선 여전히 1074만대를 판매하며 판매 1위 자리를 지켰다. 이제 겨우 1개 모델의 판매가 시작된 것만으로도 벌써 경쟁 차 업계나 소비자들이 들썩이는 이유다.

다만 기대만큼 폴크스바겐에 대한 우려와 불만도 여전하다. 폴크스바겐이 아직 과오를 깨끗하게 털어버리지 못한 까닭이다. 지금도 커뮤니티 등에선 폴크스바겐이 "제대로 된 사과와 보상 없이 은근슬쩍 넘어갔다"거나, "미국 시장과 비교해 국내 소비자들을 등한시한다"는 비판이 많다. 미국에선 ‘디젤게이트’ 사태에 따라 최대 1000만원 이상의 금전적인 보상을 했지만, 국내에선 리콜 외에 다른 보상은 사실상 이뤄지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폴크스바겐과 소비자간 소송 수십건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또한 최근엔 비윤리적인 원숭이 실험으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독일 본사 차원에서 사과했지만, 사람까지 배기가스 실험에 이용했다는 추가 의혹이 제기되며 큰 비난에 직면했다.

독일 자동차업체 폴크스바겐(VW)이 원숭이들을 가두어놓고 가스 실험을 한 것으로 밝혀져 비난을 받고 있다.

독일 자동차업체 폴크스바겐(VW)이 원숭이들을 가두어놓고 가스 실험을 한 것으로 밝혀져 비난을 받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이 미국과 같이 보상을 받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폴크스바겐 측은 “미국의 경우 관련 규제가 한국이나 유럽보다 훨씬 강력했기 때문에 법적으로 보상해야만 했다”며 “한국과 유럽은 규정상 금전적 보상이 필수는 아니었고, 이에 따라 유럽에서도 보상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보상한 것은 법이 규정해서 한 것일 뿐 특정 국가 소비자를 차별한 것은 결코 아니며, 보상을 안 하는 것이 한국에선 법적으로 문제도 없다는 것이다.

폴크스바겐이 1일 신형 '파사트 GT' 사전계약과 함께 국내 판매를 재개했다. [사진 폴크스바겐]

폴크스바겐이 1일 신형 '파사트 GT' 사전계약과 함께 국내 판매를 재개했다. [사진 폴크스바겐]

법에 따라 최소한의 보상만 하려는 것은 이익집단인 기업으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물건을 만들어 사고파는 행위는 경제적 행위일 뿐 아니라, 소비자와 기업이 관계를 맺는 일이 된 지 오래다. 기업들이 제품 광고 이상으로 브랜드 이미지에 돈을 쏟는 게 당연해졌다. 보상을 떠나, 폴크스바겐 스스로 밝혔듯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세심한 조치들을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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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차 시장도 더는 ‘잘 팔리면 그만’이 아닌 시대가 올 수 있다. 이미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보다 ‘가심비(가격 대비 소비자의 만족도)’가 중요한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폴크스바겐이 합리적인 가격이나 질 좋은 제품뿐 아니라 만족감까지 안겨주는 브랜드가 될지 폴크스바겐의 앞으로의 행보를 소비자들은 지켜보고 있다.

폴크스바겐이 1일 신형 '파사트 GT' 사전계약과 함께 국내 판매를 재개했다. [사진 폴크스바겐]

폴크스바겐이 1일 신형 '파사트 GT' 사전계약과 함께 국내 판매를 재개했다. [사진 폴크스바겐]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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