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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의원에 “과태료 때려봐”… JP모건 수장 오래 가는 비결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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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째 제이피모건체이스의 수장을 맡고 있는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압도적인 실적과 존재감으로 ‘모건 금융제국’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AP=연합뉴스]

13년째 제이피모건체이스의 수장을 맡고 있는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압도적인 실적과 존재감으로 ‘모건 금융제국’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AP=연합뉴스]

‘금융제국’으로 불리는 JP모건 수장인 제이미 다이먼(62). 최근 JP모건 은행 이사회는 그의 5년 임기 연장안에 동의했다. 이로써 다이먼의 새 임기는 2023년까지다. 그가 새 임기를 마저 채운다면 무려 17년을 미 최대 금융사 수장으로 지내게 된다.

FT,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 장수 비결 소개 #스탠다드차타드·바클레이스 CEO 등이 다이먼에 밀린 현 업계 거물 #“엘리베이터 타면 직원 10명 중 7명 이름 기억해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다이먼이 JP모건의 CEO로 오랜 명성을 지켜온 비결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상세히 소개했다.

FT는 다이먼이 자신의 자리를 노렸던 임원들의 ‘물밑 경쟁’을 경계해왔다고 언급했다. 그가 CEO로 부임한 2006년 이래로 다이먼에 의해 좌천당하거나, 경쟁에 밀린 임원들이 손가락으로 셀 수 없을 정도라고 FT는 전했다.

JP모건 CEO직을 노렸던 이들. 왼쪽부터 마이클 카바나 현 컴캐스트 CFO, 프랭크 비지그나노 퍼스트데이터 CEO, 찰스 샤프 뉴욕멜론은행 CEO. [FT 홈페이지 캡처]

JP모건 CEO직을 노렸던 이들. 왼쪽부터 마이클 카바나 현 컴캐스트 CFO, 프랭크 비지그나노 퍼스트데이터 CEO, 찰스 샤프 뉴욕멜론은행 CEO. [FT 홈페이지 캡처]

빌 윈터스 현 스탠다드차타드은행 CEO, 제스 스탠리 바클레이스은행 CEO, 프랭크 비지그나노 퍼스트데이터 CEO, 스티브 블랙 브레갈 인베스트먼트 CEO, 찰스 샤프 뉴욕멜론은행 CEO 등이 모두 다이먼에 밀려 자의반 타의반으로 JP모건을 떠났다.
다이먼을 대체할 유력 후보로 거론된 마이클 카바나 CFO마저도 지난 2014년 세계 최대 케이블 TV 회사인 컴캐스트 CFO로 자리를 옮겼다고 FT는 전했다.

FT는 다이먼이 수두룩한 ‘잠재 경쟁자’를 밀어내면서 CEO 자리를 지킨 비결에 대해 ‘허튼 구석이 없는(no-nonsense) 매너’를 먼저 꼽았다. 그는 ‘금융사 CEO’란 점에 안주하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은행업을 대표한다는 마음가짐을 지녔다고 한다.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의원.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의원.

정치인에게 휘둘리는 금융인도 아니었다. 엘리자베스 워런 미 메사추세츠주 상원의원이 쓴 책 『싸울 기회(2013년)』에는 미 금융위기 이후인 2010년 도드 프랭크 법안이 만들어질 당시 워런 의원과 다이먼의 회동이 소개된다. 새로 신설된 소비자 금융 보호국이 JP모건을 ‘첫 타깃’으로 삼아 조사할 수 있다는 점이 논의되자, 다이먼은 “내게 과태료를 때려보라. 충분히 감당 가능하다”고 맞섰다고 한다.

다이먼 부임 이래로 JP모건은 실적도 좋았다. JP모건은 2008년 금융위기를 살아남았을 뿐 아니라 파산위기에 몰린 베어스턴스까지 인수했고, 2012년엔 7조원의 손실을 낸 ‘런던 고래’ 사태까지 굳건히 버텼다고 FT는 전했다.

다이먼에 대한 직원들의 신뢰도 두텁다. 특히 그는 퇴사 예정인 한 중간급 애널리스트의 마지막 근무일에 직접 전화를 걸어 “그동안 노고에 감사하다. 일이 잘 안 풀리면 내가 일자리를 구해주겠다”고 약속했다고 FT는 전했다.
JP모건 관계자는 “다이먼은 자신이 탄 엘리베이터 안의 직원 10명 중 7명의 이름을 알 것”이라고 밝혔다. 그만큼 회사 직원들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는 뜻이다. JP모건의 직원 숫자는 24만3000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영국 ITV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영국 ITV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또 다이먼이 정계와 선을 분명히 긋고, 본업에 집중하는 점도 매력 포인트다. FT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인수위원회가 민주당 성향인 다이먼에게 재무부 장관직을 제안했을 때 그가 “(나에게) 맞는 자리가 아니다(unsuited)”라고 거절한 일화를 소개했다.
그렇지만 다이먼은 트럼프에게 협력적으로 남았다고 한다. FT는 그가 지난해 JP모건 본사에서 MBA 학생들을 만나 “비행기를 탔으면 기장을 응원해줘야 한다”고 강조한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정부에 대한 비판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정부가 벌이는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 조달이 비효율적인 점을 경멸했다고 한다. 다이먼은 최근 CNBC에 출연해 “관료주의, 부패, 한직(閑職)은 한심하다”며 “(뉴욕 인근에 위치한) 뉴저지, 바욘, 스태튼 섬 등을 잇는 다리가 뒤늦게 세워진 점도 참 부끄럽다”고 밝혔다.

끝으로 FT는 다이먼이 지난 2006년 부임한 블랭크 페인 골드만 삭스 CEO보다 오래 버틸 것이라고 예상했다. 두 사람은 암 투병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F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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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JP모건은 다이먼 이후를 대비해 대니얼 핀토 기업·투자은행 CEO(55)와 고든 스미스 소비자은행 CEO(59)를 공동 사장 및 공동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임명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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