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올 입춘(4일)에도 김칫독 얼어 터질라

중앙일보

입력 2018.02.01 04:00

업데이트 2018.02.07 14:37

성태원의 날씨이야기(13)
긴 한파가 사라지고 봄을 알리는 입춘을 닷새 앞둔 30일 오후 충남 논산 양지서당을 찾은 유생들이 훈장님과 함께 '입춘대길(立春大吉)'과 '건양다경(建陽多慶)'을 대문에 붙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긴 한파가 사라지고 봄을 알리는 입춘을 닷새 앞둔 30일 오후 충남 논산 양지서당을 찾은 유생들이 훈장님과 함께 '입춘대길(立春大吉)'과 '건양다경(建陽多慶)'을 대문에 붙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오는 4일(일)은 봄이 시작한다는 절기, 입춘(立春)이다. 아직도 체감 기온이 영하 20℃에 육박하는 한파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데 “봄은 무슨 봄” 하겠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자연(태양)의 운행 질서를 근거로 만들어진 절기를 무시할 순 없기 때문이다. 입춘을 계기로 봄은 남녘 화신(花信)에 실려 숨 가쁘게 우리를 찾아오고야 만다.

입춘은 24절기의 처음이자 6개 봄 절기 중 처음이다. 입춘을 시작으로 우수(雨水, 2월 19일), 경칩(驚蟄, 3월 6일), 춘분(春分, 3월 21일), 청명(淸明, 4월 5일), 곡우(穀雨, 4월 20일) 등 봄 절기가 줄줄이 이어진다.

입춘도 명절의 하나

조상들은 설날과 가까운 입춘을 명절처럼 여겼다. 설은 새해의 첫날이고, 입춘은 24절기와 봄의 시작이어서 둘 다 특별한 날로 대우했다. 그래서 새봄에 대한 기대와 소망을 한지로 만든 입춘첩(立春帖)에 써서 대문이나 기둥, 천장 등에 정성껏 붙였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대표적인 입춘첩으로는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이 있다. ‘봄이 시작되니 운이 크게 따르고 밝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다’는 뜻이다. ‘소지황금출 개문만복래(掃地黃金出 開門萬福來)’라는 입춘첩도 많이 쓰였다. ‘땅을 쓸면 황금이 생기고 문을 열면 만복이 온다’는 의미다. 다복과 장수, 풍년과 평안에 대한 염원이 이토록 컸다.

입춘은 춥고 긴 겨울이 어서 빨리 물러가고 꽃피고 따뜻한 봄날이 하루바삐 왔으면 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절기다. 하지만 입춘이라고 해도 날씨는 아직 한겨울을 채 벗어나지 못한다. 입춘 무렵 우리나라 기온은 대개 한겨울로 분류되는 일 평균기온 0℃ 이하, 최저기온 영하 5℃ 이하에서 맴돈다.

복숭아 시설하우스 농장에 복사꽃이 만개했다. 꿀벌이 입춘을 앞두고 활짝 핀 복사꽃을 정성껏 가꾸고 있다. 탐스런 복숭아는 5월 중순쯤 맛볼수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복숭아 시설하우스 농장에 복사꽃이 만개했다. 꿀벌이 입춘을 앞두고 활짝 핀 복사꽃을 정성껏 가꾸고 있다. 탐스런 복숭아는 5월 중순쯤 맛볼수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올겨울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겨울 전반부인 12월부터 강추위가 찾아왔고, 한겨울인 1월에도 툭하면 영하 20℃ 안팎의 역대 최고급 북극 한파가 몰려들어 전국을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다. 특히 지난 1월 23일 시작된 올겨울 최강 한파는 1월 30일까지 8일 동안이나 이어졌다.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1월 28일(영하 9.3℃)을 제외하고는 매일 영하 10℃를 밑돌았다.

심지어 한낮에도 영하 10℃ 안팎의 맹추위가 이어졌다. 1월 26일 서울 기온은 최저 영하 17.8℃, 최고 영하 10.7℃로 한파의 정점을 찍었다. 삼한사온은 옛날얘기가 됐고, 각종 한파 피해가 줄을 이었다. 대형 화재와 수도 동파가 이어졌고 한랭 질환자 및 감기 환자도 속출했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올 1월 서울의 일 최저기온 평균은 영하 7.3℃에 이르렀다. 이는 2011년 서울 최저기온 평균 영하 10.5℃ 이래 7년 만의 최저 기록이었다.

입춘 당일, 서울 최저기온 영하 12℃

이제 관심사는 입춘 날 추위 여부다. 유감스럽게도 올해는 입춘 당일(4일, 일) 강추위가 찾아올 것으로 예보됐다. 1월 31일 오전 6시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입춘 날 서울은 최저 영하 12℃, 최고 영하 5℃로 예상됐다. 입춘 전날인 3일(토)은 영하 9℃에 영하 4℃, 입춘 다음날인 5일(월)은 영하 12℃에 영하 5℃로 각각 예보됐다. 입춘 당일 경기 북부 양주는 영하 18℃에 영하 6℃, 포천·연천은 영하 17℃에 영하 6℃의 맹추위가 각각 예상됐다.

입춘과 관련된 속담들이 이 같은 입춘 추위를 잘 대변해주고 있다. “입춘에 김칫독(오줌독·장독) 얼어 깨진다”는 재미있는 속담이 대표적이다. 입춘이라 해서 모처럼 긴장을 좀 풀었는데 급습해온 추위가 살림 독을 깰 정도로 매섭다는 얘기다.

최강 한파가 몰아친 26일 서울 한강에서 119 구조선이 얼어붙은 한강 얼음을 깨며 운행하고 있다. [중앙포토]

최강 한파가 몰아친 26일 서울 한강에서 119 구조선이 얼어붙은 한강 얼음을 깨며 운행하고 있다. [중앙포토]

‘입춘 추위는 꿔다 해도 한다’는 속담도 많이 인용된다. 입춘 무렵에도 큰 추위가 찾아온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속담이다. 입춘이 지나고도 추위가 찾아오는 걸 빗댄 속담으로는 ‘입춘을 거꾸로 붙였나’가 있다.

입춘의 한자 표기가 입춘(入春)이 아닌 입춘(立春)인 것에도 의미가 담겨 있다. 입춘 절기를 ‘이미 만들어진 봄의 시작점’이 아니라 ‘남은 추위 가운데서 봄이 만들어지는 시작점’으로 본 것이다.

올해는 이 같은 속담들이 딱 맞아떨어지는 셈이다. 24절기 마지막인 대한(1월 20일) 절기를 뒤따라 와 열흘 가까이 맹위를 떨치던 추위가 며칠 숨을 고르더니 또다시 ‘입춘 강추위’를 몰고 오기 때문이다. 마치 봄이 오는 것을 시샘이라도 하는 것 같다. 입춘이 되면 좀 따뜻해질 것으로 기대하는 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그런 만큼 입춘 추위는 상대적으로 우리를 더 춥게 만든다.

1월 중순이면 봄의 ‘척후병’ 출몰

그래도 입춘은 입춘이다. 입춘과 더불어 우리에게 봄날의 꿈과 희망을 전해주는 게 바로 화신(花信)이다. 복수초, 산수유, 동백, 매화 등은 대표적인 봄의 척후병이요 전령사들이다. 그중에서도 복과 장수를 상징하는 복수초(福壽草)가 단연 앞선다. 1월 중순부터 전국 산야 곳곳에서 한파와 폭설, 얼음을 뚫고 나와 노오란 자태를 뽐낸다.

2월이 되면 개화 범위는 더욱 넓어진다. 제주 곳곳에선 이미 동백이 꽃망울을 터뜨렸다는 소식이다. 2월 하순이 오면 남녘으로부터 산수유, 매화 등의 화신이 물밀 듯이 전해진다. 비록 입춘 추위가 얄밉긴 하겠지만 꽃 피고 새 우는 봄에 대한 기대와 꿈을 한껏 꿔 보기를 권해 드린다.

성태원 더스쿠프 객원기자 iexlov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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