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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평창올림픽 MB 초청, 탕평·협치 계기 삼아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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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과 폐막식에 이명박(MB) 전 대통령을 정식 초청했다. MB도 “여러 얘기가 있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겠다”며 초청에 응할 뜻을 비췄다.

올림픽 같은 국가적 대사에 전직 대통령이 참석해 힘을 보태는 건 당연한 일이다. 더욱이 MB는 평창올림픽 유치를 성사시킨 주역이다. 대통령 시절 외국 정상들을 만날 때마다 끈질기게 설득하고 남아공 IOC 총회에 직접 날아가 세일즈 외교를 펼침으로써 평창이 3수 만에 숙원을 이루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문 대통령이 지지층의 반발을 무릅쓰고 그런 MB에게 귀빈 초청장을 보내 예우한 건 긍정적으로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MB가 “정쟁을 이유로 불참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며 초청을 수락할 뜻을 비춘 것도 마찬가지다. 현 정권에 유감이 있더라도 국가적 중대사에는 반드시 동참해야 한다.

문제는 이렇게 당연한 평창 초청이 뉴스거리가 될 정도로 국내 상황이 비정상적으로 돌아간다는 점이다. 현 정권은 검찰·국세청·국정원을 총동원해 전방위 수사를 벌인 끝에 올림픽 폐막 뒤 MB 소환설을 흘리고 있다. 게다가 두 사람은 “노무현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MB),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문 대통령)며 대놓고 설전을 벌였다.

전·현직 국가원수의 이전투구를 보며 국민은 답답함을 넘어 절망감을 느낀 게 사실이다. 문 대통령의 MB 평창 초청은 이런 후진적이고 퇴행적인 정치 관행을 종식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과거의 잘못은 고쳐야 하지만 그 목표가 개혁이 아니라 보복이 되어선 곤란하다. 청와대는 두 사람이 평창 귀빈석에 함께 앉는 것을 계기로 국정의 연속성을 존중하고, 실종 상태의 탕평·협치를 복원시켜야 할 것이다. 그런 마음이 없이 MB 평창 초청을 보여주기식 정치 이벤트로 활용하려 한다면 심각한 역풍을 맞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