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내셔널]"엄마나라 말 배웠어요"…이중언어캠프 가보니

중앙일보

입력 2018.02.01 00:01

"엄마는 원래 말이 없는 사람인 줄 알았어요."

부모나라 언어 배우는 '다문화 가족자녀 이중언어 캠프'
1월29일부터 2월2일까지 닷새간 다양한 프로그램 마련
"글로벌 인재 능력 갖추는 건 물론 가정도 화목하게 해"

지난 29일 오전 경북 구미시 선산읍 선산청소년수련관. 2층에 있는 한 교실에서 10여 명의 학생이 한 명씩 돌아가며 교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교사와 학생은 낯선 글자가 적힌 종이를 사이에 두고 한 문장 한 문장 읽어 내려갔다. 기자가 보기엔 전혀 알아볼 수 없는 글자를 어린 학생은 술술 읽었다.

이날은 닷새간 진행되는 '다문화 가족 자녀 이중언어 캠프' 첫날이었다. 이중언어 캠프는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난 학생과 베트남 출신 교사가 마주 앉아 레벨 테스트를 하는 것으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레벨 테스트는 학생이 해당 언어를 얼마나 듣고 읽을 수 있는지, 자기 생각을 해당 언어로 쓰는 게 가능한지를 평가하는 순서다.

29일 '다문화 가족자녀 이중언어 캠프'에 참여한 한 학생이 레벨 테스트를 받고 있다. 구미=김정석기자

29일 '다문화 가족자녀 이중언어 캠프'에 참여한 한 학생이 레벨 테스트를 받고 있다. 구미=김정석기자

기자가 알아보지 못한 글자는 베트남어였다. 이 교실에 있는 10여 명의 학생은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을 온 결혼이주여성을 어머니로 둔 이들이다. 옆 교실에선 부모 중 한 명이 중국 출신인 다문화가정 아이들 20여 명이 따로 레벨 테스트를 받았다.

이번 이중언어 캠프에 참여한 학생들은 모두 37명. 자신이 사는 지역의 다문화가정지원센터에서 어느 정도 기초 교육을 받고 이곳에서 1월 29일부터 2월 2일까지 닷새간 심화교육을 받기 위해 참여한 학생들이다.

29일 '다문화 가족자녀 이중언어 캠프'에 참여한 한 학생이 레벨 테스트를 받고 있다. 구미=김정석기자

29일 '다문화 가족자녀 이중언어 캠프'에 참여한 한 학생이 레벨 테스트를 받고 있다. 구미=김정석기자

어머니가 베트남 출신인 경북 상주시 화동중 1학년 조혜희(15)양은 "지금까지 베트남어를 알아듣지 못했는데 교육을 받고 난 지금은 베트남에 계신 외할머니와도 이야기할 수 있게 됐고 부모님도 너무 좋아해 기쁘다"며 "베트남에 가서도 간단한 쇼핑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번 캠프에선 매일 언어교실 수업을 듣고 '영화로 배우는 엄마 나라 언어' '고급반 언니들이 가르치는 이중언어' 등 교육과정을 이수할 예정이다. 오는 7~8월 여름방학 기간엔 '부모님과 함께하는 이중언어 골든벨'과 중국 연변대학교 현지에서 2주간 이중언어 집중교육을 운영할 계획이다. 9월엔 전국 다문화가족 자녀들을 대상으로 '제5회 전국 이중언어대회'도 연다.

1월 29일부터 2월 2일까지 닷새간 '다문화 가족자녀 이중언어 캠프'가 진행된다. 구미=김정석기자

1월 29일부터 2월 2일까지 닷새간 '다문화 가족자녀 이중언어 캠프'가 진행된다. 구미=김정석기자

다문화 가족 자녀 이중언어 캠프는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난 자녀가 의외로 외국 출신 부모의 언어를 구사하지 못한다는 점에 착안해 추진됐다. 부모의 모국어를 더욱 쉽게 배울 수 있는 환경에서도 이중언어 구사 능력을 갖추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경북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주최하고 삼성전자 스마트시티가 후원하는 이 프로그램의 일차적인 목표는 '이중언어 능력 강화를 통한 미래 글로벌 인재 육성'이다. 한국어와 외국어를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하지만 경북다문화가족지원센터 측은 "이중언어 능력을 갖춰 글로벌 인재가 되는 것은 미래의 일이지만 당장 가정이 화목해진다는 이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껏 대화하지 못했던 부모와 소통을 하게 되면서 부모를 이해하고, 나아가 부모를 자랑스러워하기까지 한다는 설명이다.

29일 '다문화 가족자녀 이중언어 캠프'에 참여한 학생들. 구미=김정석기자

29일 '다문화 가족자녀 이중언어 캠프'에 참여한 학생들. 구미=김정석기자

장흔성 경북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은 "아이가 엄마 나라의 언어를 쓰게 되면 아이는 엄마와 친해지고 엄마도 행복을 느낀다"며 "부모가 외국인이라고 놀리던 친구들도 아이가 외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모습을 보면 더는 놀리지 못하고 오히려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중국 출신 결혼이주여성 시아오리(小利·36)씨는 "무엇보다 아이가 자신감이 많이 생긴 것 같다. 아이도 학교에 가서 외국어를 잘 하니까 친구들이 놀라워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경상북도는 66억원 규모의 다문화가족지원기금을 조성·운영하고 있다. 2015년과 2017년 베트남 출신 다문화가족 자녀 20명을 선발 베트남 현지에서 이중언어 캠프를, 2016년엔 중국 출신 다문화가족 자녀 18명을 선발해 중국 현지 캠프를 진행했다.

구미=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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