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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복심' 양정철 북콘서트에 깜짝 등장한 임종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객석 불을 켜주세요. 여러분 누가 게스트로 오셨을까요."

임 "청와대 직원들은 제가 여기 온 거 모를 것"

30일 오후 8시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열린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의 북콘서트. 단상에서 마이크를 잡고 발언을 하던 양 전 비서관이 갑자기 "특별한 게스트가 오셨다"며 객석을 가리켰다. 자리에서 일어난 사람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다. 이 자리는 행사 시작부터 '관계자석'이라는 종이가 붙은 채로 비어있던 곳이었다. 관객들은 탄성을 질렀다. 양 전 비서관은 객석으로 내려와 임 실장과 포옹했다. 두 사람은 계속 손을 꼭 잡고 있었다.

 30일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의 저서 '세상을 바꾸는 언어' 북콘서트가 열렸다. 이날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객석에서 깜짝 게스트로 등장했다. 송승환 기자.

30일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의 저서 '세상을 바꾸는 언어' 북콘서트가 열렸다. 이날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객석에서 깜짝 게스트로 등장했다. 송승환 기자.

마이크를 넘겨 받은 임 실장은 "청와대 직원들은 제가 여기 온 거 모를 것"이라며 "대체로 가면 안 될 거 같은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이어 "'양비'(양정철 전 비서관)를 본 지 8개월이 넘었는데 잠깐씩 돌아올 때마다 만나서 코가 삐뚤어지게 술을 마셨다"고 했다. 임 실장은 "타지를 돌아다니는 정철 형이 나이도 있는데 잘 버텨주고 있다"며 "노는 시간도 필요하니 낙관주의를 갖고 타지에서 건강을 잘 지키라"고 했다. 임 실장은 양 전 비서관에게 "몸 잘 만들어 두세요"라고 말했다.

포옹하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송승환 기자.

포옹하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송승환 기자.

이에 양 전 비서관은 "사실 얼마 전에 둘이 만나 폭탄주를 마셨다"며 "임종석이 과로에 어깨와 목이 너무 뭉쳐서 옷도 못 갈아입는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어 "용한 의사에게 진료 예약을 잡아뒀는데 밀양 화재사고가 터지는 바람에 진료도 못 받고 비상근무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객석에선 "힘내세요"라는 응원의 목소리가 나왔고 임 실장이 "감사하다"고 답했다.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대화 중 손을 계속 잡고 있었다. 송승환 기자.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대화 중 손을 계속 잡고 있었다. 송승환 기자.

양 전 비서관은 "여러분의 명령으로 임 실장에게 문재인 대통령을 빨리 지키러 가라고 하자"고 객석에 제안했다. 임 실장은 "저 지금 들어가라고요?"라고 반문하며 "눈치껐 있다가 가겠습니다"고 손사래를 쳤다. 이에 양 전 비서관은 "여러분의 박수로 임 실장을 떠나보내겠습니다"라고 했다. 임 실장은 잠시 자리에 앉았다가 퇴장했다.

임 실장은 행사장 밖에서 취재진이 "양 전 비서관과 갈등이 있지 않았나" 묻자 "그런 거 없다"고 답했다. 임 실장은 "정말 친하다. 한 번도 다툰 일 없는데 언젠가부터 그런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자리에) 와야 제 마음이 편할 것 같아 온 것"이라며 "오늘 자리한 건 인간적인 것"이라고 했다. 그는 "각자 사정이 있겠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 인간적인 정이 더 중요할 때가 있다"며 "그게 전부"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한 메시지가 있느냐"고 묻는 질문엔 "아마 (내가 북콘서트에) 오는 걸 모르실 것"이라고 답했다.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저서 '세상을 바꾸는 언어'를 소개하고 있다. 송승환 기자.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저서 '세상을 바꾸는 언어'를 소개하고 있다. 송승환 기자.

양 전 비서관은 무대에서 "정치, 선출직, 공직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저서 소개를 하며 "앞으로 출마할 일도 없고 정치할 일도 없다"며 "출판사에서 독자에 대한 예의로 북콘서트를 하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하고 있다"고 했다. 또 "정권 교체를 도와주신 분들께 빚을 갚기 위해선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대통령, 청와대, 권력 근처에 안 갈 것"이라며 "저는 끈 떨어진 사람"이라고 했다. 양 전 비서관은 향후 거취에 대해선 "2월까지는 한국에 있을 계획이고 북콘서트가 끝나면 외국에서 공부하면서 대통령, 청와대와 거리를 두고 싶다"고 했다.

청와대 해외언론비서관 자문위원 다니엘 튜더 전 이코노미스트 기자와 대화를 나누는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송승환 기자.

청와대 해외언론비서관 자문위원 다니엘 튜더 전 이코노미스트 기자와 대화를 나누는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송승환 기자.

이날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양 전 비서관의 저서 『세상을 바꾸는 언어』의 첫 번째 북콘서트가 오후 7시 30분부터 두 시간 가량 진행됐다. 이날 북콘서트에는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 더불어민주당 박영선·민병두·김병기 의원, 양향자 최고위원,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등이 참석했다. 객석에는 인터넷으로 사전 신청을 해 추첨된 350여명의 독자가 자리를 메웠다.

북콘서트는 작곡가 김형석씨가 진행을 맡았다. 청와대 해외언론비서관 자문위원인 다니엘 튜더 전 이코노미스트 기자, 개그우먼 김미화씨, 카피라이터 정철씨는 게스트로 나와 양 전 비서관과 대화를 나눴다. 정씨가 양 전 비서관에게 "극구 부인하지만 '양비'에게 가장 어울리는 것은 정치"라고 하자 양 전 비서관은 "여기 왜 왔어"라며 웃어 넘겼다.

북콘서트에서 대화를 나누는 카피라이터 정철씨,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개그우먼 김미화씨, 작곡가 김형석씨.(왼쪽부터).

북콘서트에서 대화를 나누는 카피라이터 정철씨,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개그우먼 김미화씨, 작곡가 김형석씨.(왼쪽부터).

양 전 비서관은 다음달 6일 2차 북콘서트를 연다. 2차 북콘서트에는 민주당 전해철 의원, 이호철 전 민정수석이 참석할 계획이다. 문 대통령의 최측근 '3철'로 불리는 이 셋은 지난 대선 이후 공식석상에서 처음 모인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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