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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26마리, 염소 10마리 탄 배 선장 나이 묻는 中 시험?

중앙일보

입력

“배 위에 양 26마리, 염소 10마리가 있다. 선장의 나이는 몇 살일까?”

쓰촨 성 초등학교 5학년 수학 문제 논란 #"논리적 문제 아냐" vs "창의적 사고 키워"

 최근 중국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치른 수학 문제가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영국 BBC는 “명백히 풀리지 않는 중국의 수학 시험 문제가 학생과 소셜미디어를 당황케 하고 있다”고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웨이보 등 SNS에서 화제가 된 중국 한 초등학교 수학시험 문제. [BBC 캡처]

중국 웨이보 등 SNS에서 화제가 된 중국 한 초등학교 수학시험 문제. [BBC 캡처]

 보도에 따르면 이 문제가 찍힌 사진이 중국 최대 SNS인 웨이보 등서 빠르게 퍼지면서 설전을 일으키고 있다. 해당 문제는 최근 쓰촨(四天) 성 난충(南充)시 순칭(顺庆)구에 있는 한 초등학교 5학년 수학시험 문제로 출제됐다. 학생들의 답변은 제각각이었다.

 한 학생은 “선장의 나이는 최소 18살일 것이다. 배를 운항하려면 성인이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답했고, “선장은 왕자병에 걸려 동물의 수를 나이에 맞췄을 거다. 선장은 36살이다”라고 답을 작성한 학생도 있었다.

 “내가 선장이다. 나는 몇살처럼 보이냐”, “나는 이 문제를 풀 수 없다” 등 자포자기식 답변도 있었다.

"선장의 나이는 36살이다. 왕자병에 걸려 동물의 수를 자기 나이에 맞춰 태웠다"고 답한 한 학생의 답안지. [중국 CCTV 웨이보 캡처]

"선장의 나이는 36살이다. 왕자병에 걸려 동물의 수를 자기 나이에 맞춰 태웠다"고 답한 한 학생의 답안지. [중국 CCTV 웨이보 캡처]

 이를 두고 온라인상에서는 반응이 엇갈렸다. “질문이 전혀 논리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교사는 답을 알고 있나”라는 여론이 있는가 하면, “학생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게 하고, 그들이 창의적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런 문제를 많이 내야 한다”며 옹호하는 의견도 있었다.

 논란이 확산하자 쓰촨 성 교육 당국은 26일 “이 문제는 실수가 아니다. 비판적인 사고와 독자적인 능력을 시험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공식 발표하며 진화에 나섰다. 당국 설명에 따르면 이 문제에 '정답'은 없으며 학생들이 각자 답변을 추론하는 과정에서 논리력과 창의력을 평가하려는 취지였다고 한다. 당국은 이 같은 논란과 피드백을 환영하며 향후 비슷한 문제를 계속 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BBC는 이를 보도하면서 중국의 전통적인 교육 방식은 창조적 사고를 방해하는 ‘암기 학습 (rote learning)’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이에 대한 비판이 있어왔다고 전했다.

 앞서 2016년 중국 장쑤(江蘇) 성에서는 35만명의 고등학생이 치른 지리 시험 문제가 SNS를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이 시험은 가오카오(高考·대입시험) 전에 시행돼 ‘작은’ 가오카오로 불리는 시험이었다.

2016년 중국 장쑤 성 35만명 고등학생이 치른 지리 시험 문제에 등장한 이미지. [홍콩 SCMP 캡처]

2016년 중국 장쑤 성 35만명 고등학생이 치른 지리 시험 문제에 등장한 이미지. [홍콩 SCMP 캡처]

 문제에서는 한 사람이 달 위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이미지가 제시됐다. 그러면서 지구와 구름 형태 등을 관찰해 사진이 6월과 12월 중 언제 찍혔는지를 물었다. 또 바람이 서쪽 혹은 남동쪽 등 어느 방향에서 불었는지를 답해야 했다. 당시 시험이 끝나자마자 수험생들은 정답에 대한 토론을 벌였고, 웨이보 등에서 논쟁이 오갔다.

1972년 아폴로 17호가 지구에서 4만5000㎞ 떨어진 상공서 직접 찍은 사진. [홍콩 SCMP 캡처]

1972년 아폴로 17호가 지구에서 4만5000㎞ 떨어진 상공서 직접 찍은 사진. [홍콩 SCMP 캡처]

 이미지 속 지구는 1972년 12월 7일 아폴로 17호가 달에서 귀환하는 도중 지구에서 4만5000㎞ 떨어진 상공에서 직접 찍은 ‘블루마블(Blue Marble)’이라는 실제 사진이다. 여기에 이를 바라보고 있는 한 남성 모습을 합성한 것이다.

 이 합성 이미지는 중국판 카카오톡인 웨이신(微信·위챗)의 시작화면이기도 해서 중국인에게 익숙했고, 실제 사진 속 지구가 12월이고 당시 서풍이 불었다고 정답을 맞힌 학생이 다수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최근 쓰촨 성의 한 대학교는 교수 7명의 사진을 제시하고 이름 맞히는 문제를 시험에 내기도 했다. 모두 맞히면 감점이 없지만 하나라도 틀리면 전체 점수에서 41점 감점돼 논란이 일었다.

 “시험이 장난이냐” “수업에 들어가면 당연히 아는 것이니 문제 될 것 없다” 등의 논쟁이 불거졌다. 해당 학교의 한 교수는 수업을 충실히 들으면 누구나 맞힐 수 있는 문제로 학생들의 기본기를 시험하는 문제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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