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송월 “남측에 확실히 뭔가 보여주고 싶다”…최대 규모 요구

중앙일보

입력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이 지난 15일 북한 예술단의 평창겨울올림픽 파견을 위한 남북 실무접촉에서 “남측에서 확실히 뭔가를 보여주고 싶다”며 최대 규모의 공연장과 최고 수준의 장비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평창동계올림픽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이 22일 저녁 방남 일정을 마친 뒤 경기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북으로 돌아가며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평창동계올림픽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이 22일 저녁 방남 일정을 마친 뒤 경기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북으로 돌아가며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실무접촉 대표단에 포함됐던 정치용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은 30일 취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실무접촉 당시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현송월은 우리 측이 900여석 규모의 강릉아트센터를 공연 장소로 제의했을 때 “수백 석 가지고 뭘 하나. 남측에서 확실히 뭔가를 보여줄 만한 공간이 더 없겠느냐”며 부정적으로 답했다고 정 감독은 밝혔다.

정치용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용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송월은 객석뿐 아니라 무대도 큰 규모를 원했다. 북측이 요구한 마이크나 스피커 등 공연장 설비도 국내 최고 수준이었다고 한다.

정 감독은 “북측에서 원하는 무대 모습을 사진으로 보여줬는데 예상보다 훨씬 컸다”며 “오케스트라 80명 정도가 뒤편에서 연주하고 앞쪽에서 50~60명이 노래나 춤을 하는 형식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측에서 그래도 강릉 지역에서는 강릉아트센터가 가장 좋은 시스템을 갖췄다고 권장했고, 나중에는 북측에서도 호의적으로 받아들였다”며 “대신 서울에서는 북측이 (공연을) 제대로 잘 보여줄 수 있는 곳을 원해 애초 우리 측이 생각했던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등의 공연장 대신 국립극장이나 체육관 등이 논의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남북 오케스트라 합동 연주 등에 대한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정 감독은 밝혔다.

정 감독은 “남북이 전반, 후반으로 나눠서 공연하는 형식 등을 준비하고 갔지만, 이번 회의가 북측 공연단을 남측에 초청하는 형식이다 보니까 (합동 연주) 등에 대해 논의를 더 진행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내달 4일 예정됐던 금강산 남북합동문화행사를 북한이 간밤 돌연 취소한 것과 관련해서도 아쉬움을 표명했다.

정 감독은 “북측 수석대표인 권혁봉 문화성 예술공연운영국 국장이 ‘이번 기회를 통해 남북의 예술교류가 활성화되는 계기가 마련되길 마란다’는 취지로 이야기해 희망을 품었었다”며 “그런데 어제 일을 보니 별로 희망적이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