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軍 사고사·가혹행위 피해 가족도 병역감면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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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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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는 의무복무 중 죽거나 다친 군인의 형제에게 적용되는 병역감면 제도와 관련해 사고사나 가혹 행위에 따른 부상자들의 가족도 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국회에 관련 법 개정 논의를 촉구했다고 30일 밝혔다.

진정인 A씨는 장남이 군 복무 중 총기사고로 사망해 가정 파탄이 났는데도 불구, 차남마저 군 복무를 하는 것은 가혹하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진정인 B씨 역시 막내아들이 군대에서 가혹 행위를 당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상해를 입고 전역했음에도 불구하고 둘째 아들에게 현역 복무를 강요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진정을 제기했다.

현재 병역법에 따르면 현역병 입영 대상자가 가족 중 순직자 또는 공상으로 인한 장애인이 있는 경우 보충역으로 처분받을 수 있다. 그러나 '병역법 시행령'에서 그 범위를 '국가유공자법상의 순직군인 및 공상군인으로 한정하고 있어 사고사나 가혹 행위에 따른 장애로 인한 전역자의 가족들은 병역감면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런 규정 때문에 A씨와 B씨 아들들은 병역감면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대해 인권위 침해구제제1위원회는 "매년 80~90여명의 군인이 군대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총기 등의 사고로 사망하고 있다"며 "징병제하에 전적으로 국가의 통제와 관리를 받다가 여러 사유로 사망하거나 신체·정신적 상해를 입을 경우 유가족에게 충분한 보상과 배려를 다 해야 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군 복무로 인해 이미 가족이 피해를 본) 유족 혹은 가족이 충분한 위로를 받기도 전에 다시 다른 형제에게 동일한 의무를 다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그 가족의 정신적 외상을 악화시키므로 행복추구권 침해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현재 국회에는 의무복무 중 사망한 군인의 경우 직무 수행이나 교육훈련과 무관함이 입증되지 않는 한 전원 순직자로 인정하는 '군인사법 일부 개정안'과 병역감면 대상자의 범위뿐 아니라 병역감면의 정도를 모두 확대하는 '병역법 일부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이에 인권위는 "인권위는 국회의장에게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군인사법 및 병역법 일부 개정안을 중심으로 다양한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해 병역감면 제도 개선을 촉구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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