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암호화폐 거래 실명제가 시행됐다. 암호화폐 거래를 하려면 거래소와 계약을 맺은 은행에 본인 명의의 계좌가 있어야만 하는 실명확인 시스템이 도입됐다.
기존 가상계좌의 실명 전환 시작 #신규거래 재개는 아직 불투명
이날 암호화폐 거래업체들에 따르면 기존에 암호화폐 거래를 위해 쓰던 가상계좌는 이날 0시부터 폐쇄됐다(입금 불가, 출금은 가능). 가상계좌를 이용해온 고객 중 암호화폐 거래소의 주거래은행 계좌를 이미 가지고 있는 사람은 이날 오전부터 실명계좌로의 전환이 시작됐다. 거래소에 온라인으로 실명확인 절차를 밟으면 되는데, 소요 시간은 1~5분 정도로 간단하다. 현재 업비트는 기업은행, 빗썸은 농협·신한은행, 코인원은 농협은행, 코빗은 신한은행과 계약을 맺고 있다.
기존에 가상계좌로 거래는 해왔지만 아직 거래소와 같은 은행 계좌를 만들지는 못한 고객이라면 은행 계좌 개설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공급하는 3개 은행(기업·농협·신한은행)에 신규 계좌를 만들려는 투자자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정작 첫날인 30일엔 은행 창구에 혼잡은 나타나지 않았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주요 지점을 모니터링하고 있는데 유의미하게 창구 손님이 늘진 않았다”며 “아마도 필요한 사람은 이미 며칠 전부터 계좌를 만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에 가상계좌를 보유하지 않았는데 새롭게 암호화폐에 투자하려는 신규 고객은 언제 실명계좌 발급이 가능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은행이 암호화폐 거래소에 몇 개의 실명계좌를 제공할지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한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에 문제가 생기면) 은행에 책임을 묻는다고 하니 은행이 매우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며 “은행 입장에서는 실명계좌 발급을 적게 하는 것이 안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은행으로부터 발급 받을 (실명계좌) 수량이 얼마가 될지가 확정돼야 신규 고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4대 거래소(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외에 일반 법인계좌(일명 ‘벌집계좌’)를 이용해온 중소 거래소들이다. 은행들이 이들 거래소엔 실명확인 시스템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다. 여기 해당되는 거래소는 고팍스, 코인네스트, 코인이즈, HTS코인, 코인링크, 이야랩스 등으로 회원 수가 79만명에 달한다.
한국블록체인협회는 29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들 거래소는 주거래 은행으로부터 일방적으로 거래 중단 및 신규계좌 발급 불가 통보를 받아 매우 당혹스런 입장”이라며 “은행권의 일방적인 더부로 시장에서 강제퇴출될 위기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30일 빗썸이 낸 보도참고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한 암호화폐 거래 실명제 관련 일문일답.
- 거래소 주거래은행 계좌가 없으면 실명확인은 안 되나.
- 그렇다. 실명확인을 받아 거래를 재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당 주거래은행 계좌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 거래소에 등록된 회원명과 은행 계좌주가 다른 경우는.
- 거래소 회원명과 은행 계좌주는 반드시 일치해야 한다. 이는 본인 인증을 위해 필요한 절차다.
- 법인회원도 실명확인을 받을 수 있나.
- 현재 법인 사업자는 실명확인을 받을 수 없다.
- 실명확인 없이도 기존에 있던 자금을 출금할 수는 있나.
- 실명확인을 받지 않더라도 원화 출금은 기존에 등록한 계좌로 가능하다. 다만 실명확인을 받은 뒤엔 등록한 계좌로만 입출금이 가능하다.
- 타 거래소에서 코인을 가져올 때도 실명확인이 필요한가.
- 아니다. 코인 간 거래는 실명확인 서비스와는 무관하다.
- 하루에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 등록이 수만 건으로 제한될 거라는 보도가 있는데 사실인가.
- 원활한 서비스 시행을 위해 은행 측이 실명확인 입출금 번호 발급 수를 제한할 수도 있다.
- 실명확인 계좌를 등록한 뒤엔 계좌 변경을 할 수 없나.
- 원칙적으로 한번 계좌를 등록하면 변경이 불가능하다. 부득이하게 변경이 필요한 경우엔 계정을 탈퇴해야 한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