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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다”고 지목한 21세기 위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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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국가경쟁력은 영토의 크기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사이버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국가전략의 방향성과 역동성에 좌우된다. 주변국들은 사이버안보역량 강화를 위해 우선순위를 한층 높이고 있다. 정작 외부의 가공할 사이버위협에 직면해있는 우리는 침해사고가 나면 정치적ㆍ사회적 이슈로 잠시 부각됐다가 사라지길 반복하고 있다. 근본적인 이유는 ‘국가전략 부재’다.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보고받는 문재인 대통령 [중앙포토]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보고받는 문재인 대통령 [중앙포토]

국가사이버안보 조직은 청와대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국가정보원(정부ㆍ공공기관), 행정안전부(전자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민간ㆍ연구개발), 국방부(군), 금융위원회(금융), 경찰청ㆍ대검찰청(범죄수사)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처럼 사이버위기 관리체계가 대국민 서비스차원이 아니라 부처의 기능에 의해 분산돼 있어 컨트롤타워의 업무조정 역할은 더없이 중요하다.

사이버위협이 국가ㆍ경제ㆍ생활안보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게 되자 청와대는 2015년 4월 국가안보실 내 사이버안보비서관을 신설했다. 실질적인 업무는 국가정보원의 국가사이버안전센터(NCSC)로 일원화해 사이버위협에 대한 포괄적인 대응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범(汎)국가차원의 대응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첫 단추에 불과하다. 국가사이버안보를 ▷국가차원 ▷국가안보 ▷국제질서 등 세 가지 측면으로 나눠본다.

국정원 국가사이버안전센터 요원이 관제실에서 위협 현황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국정원]

국정원 국가사이버안전센터 요원이 관제실에서 위협 현황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국정원]

첫째, 전(全)국가적 현안으로 접근해야 한다. 사이버공간은 개인ㆍ가정ㆍ학교ㆍ기업ㆍ정부 모든 주체들이 연결되어 있어 어느 한쪽에 문제가 발생하면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속성이 있다. 기업은 계속되는 사이버침해사고에도 여전히 보안을 성장의 디딤돌이 아닌 규제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보안을 투자가 아닌 비용으로 보는 조직 리더의 안일한 태도가 피해를 자초하고 있다.

윤리교육의 출발점이어야 할 가정과 학교는 더 심각하다. 부모의 대부분은 아이가 인터넷에 접속하는 것에 불안해하면서도 그 내용과 영향에 대해선 거의 몰라 아이들을 방치하고 있다. 학교와 학부모의 자율규제 기능이 상실됐고 민주 시민으로서의 전인교육도 전혀 되지 않고 있다. 국가차원에서 각 주체가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계층별 캠페인과 유기적인 연계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한국인터넷진흥원 인터넷침해대응센터 종합상황실 [중앙포토]

한국인터넷진흥원 인터넷침해대응센터 종합상황실 [중앙포토]

둘째, 국가안보 문제다. 사이버안보는 단순히 일반범죄의 관점에서 다루거나 행정규제 측면에서 다룰 수 없는 차원이다. 사이버공간은 이미 현대인의 삶과 모든 산업의 기반요소가 됐고 이의 역기능들이 동시다발로 나타나고 있다. 사이버안보는 전통적 안보 개념을 넘어서는 복합적인 차원이어서 물리적ㆍ군사적 개념에 바탕을 둔 국방정책에 많은 과제를 제시한다.

사이버공격은 기존의 군사력을 표적으로 하기 보다는 극심한 사회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금융ㆍ에너지ㆍ교통과 같은 기반시설을 공격대상으로 한다. 공격양상은 기술적 요소와 심리적 요소가 복합적으로 맞물려 경제적 피해와 심리적 충격을 함께 노리고 있다. 북한이 자체 ‘남조선혁명’ 기조와 체제유지를 위해 우리를 공격하고 있지만, 앞으로 세계질서의 주도권 싸움으로 인해 언제 어디서 어떻게 공격해올지 모르는 형국이다.

육군본부 주관으로 정보통신학교에서 열린 육군 해킹방어대회 [중앙포토]

육군본부 주관으로 정보통신학교에서 열린 육군 해킹방어대회 [중앙포토]

셋째, 새로운 국제질서에 대비해야 한다. 유엔(UN)은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를 찾기 힘든’ 사이버위협을 21세기 가장 심각한 도전과제 가운데 하나로 보고 국제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초(超)국가적 범죄ㆍ테러조직이 폭력을 선동하기 위해 네트워크를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는데 반해 개별 국가가 선제적으로 대응할 방법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전통안보와 그 구조적 성격을 달리하는 사이버안보는 논의 향방에 따라 우리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할 수 있다.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는 사이버안보 질서의 형성과정을 이해하고 접근과정에서 나타나는 국가 간 갈등이나 입장 차이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사이버안보를 둘러싼 새로운 국제질서에서의 적정한 역할을 보다 적극적으로 찾아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사이버안보는 각계각층의 상호 협력을 통해 자발적으로 개선되는 게 바람직하지만 책임소재가 모호하고 대내외 이해관계가 상충될 소지가 많아 조율이 쉽지 않다. 하지만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국가의 주권과 영토를 지키며 국민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국가안보의 기본임에는 변함이 없다. 세계가 주목하는 평창 올림픽 개최 이전에 ‘국가사이버안보전략’을 공표해 사이버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신뢰기반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손영동 한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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