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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2심 판결 앞두고 해외서 우려 목소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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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해외의 정치·경제 전문가들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2심 판결 선고(2월 5일)와 관련한 기고문을 각종 매체를 통해 잇따라 발표했다. 필자마다 조금씩 초점이 다르긴 하지만 대체로 유죄 선고가 내려질 경우 이게 삼성은 물론, 한국의 정치·사회·경제 전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논조다.

각국 정치·경제 전문가들 잇단 기고 #“중국, 삼성 불안정 이용하려 기다려” #“샤프·소니 등 경쟁기업 반사 이익”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조지 앨런 전 미국 버지니아주 주지사·상원의원은 27일(현지 시각) 뉴스위크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삼성의 한국 경제에 대한 기여도를 생각하면, 이 부회장을 실형에 처하는 것은 삼성의 경영진뿐 아니라 한국 정치·경제 전반에 파장을 남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죄를 입증할 증거가 불충분했다는 인상 때문에 다수의 언론·비평가들은 유죄 선고에 정치가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해 왔다”며 “격동의 시기에 한국의 분열을 심화시키고, 주변 국가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 인수위원회 참여한 로슬린 레이튼 미국기업연구소 객원연구원은 26일 포브스에 올린 기고문에서 비슷한 우려를 했다. 그는 “뇌물죄를 뒷받침할 만한 확실한 증거는 나오지 않았으나 법원이 의도를 추정하고, 가정에 기반을 둬 유죄를 선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판결이 법적 사실보다도 정치적 목적에 따라 이뤄진다면, 기업인·시민들은 ‘문재인 정부의 개혁’에 대해 환멸을 느끼고 한국 정부에 대한 신뢰를 깎아내릴 것”이라며 “대중의 회의적인 태도는 단기·장기 과제를 해결하려는 문 대통령의 입지를 약화시킨다”라고 지적했다.

한국 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네오마 비즈니스스쿨의 가브리엘 지메네즈 로슈 교수는 15일 프랑스 ‘라 트리뷴’을 통해 “대기업에 대한 공격적인 수사는 한국 경제에 해만 될 수 있다. 한국 기업의 주요 시장은 한국 밖에 있다”라며 “한국 국민이 스캔들을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그들은 여전히 재벌의 성공을 좋아하고 경쟁력을 잃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일본의 경제 칼럼니스트 카타야먀 오사무도 12일 일본의 온라인 매체 ‘블로고스’에 올린 글에서 “50조원이 넘는 삼성전자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미래전략실의 전략 투자 결과인데, 앞으로 새로운 투자 결정은 누가 할 것인가”라며 “샐러리맨 출신의 경영진은 위험부담을 안고 나서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부회장의 장기 구속이 이어지면 삼성의 경영 악화는 피할 수 없을 것이고, 한국 경제에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짚었다.

특히 삼성의 불확실한 미래는 경쟁국에 반사이익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많다. 중국 대사를 지낸 맥스 보커스 미국 전 상원의원은 지난 16일 미국 의회 전문지 ‘더 힐’에 올린 기고문에서 “삼성에 대한 가혹하고 불공평한 처벌은 삼성과 한국의 경쟁자들이 (삼성과 한국에) 해를 가할 흔치 않은 기회를 제공한다”며 “한국에서 수십만 명을 고용하고, 국내 총생산의 20%를 차지하는 삼성의 불안정은 한국 경제 전체의 불안정을 뜻하며, 중국은 어떠한 불안정이라도 이용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라고 썼다.

버락 오바마 미정부 때 중소기업청(SBA) 수석 고문을 역임한 매트 와인버그도 지난해 11월 ‘인베스터스 비즈니스 데일리’에 “한국 내 정치적 변화에 따른 대기업들의 내부적 혼란과 경영환경의 변화는 일본 기업들에 잃어버린 입지를 회복하고 시장점유율을 되찾을 기회를 만들어 준 것”이라며 “도시바와 샤프·소니가 한국 기업들을 제칠 기회가 드디어 왔다”라고 진단했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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