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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프랑스선 정권 바꾼 연금, 얼마면 적절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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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식의 연금 해부하기(28)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인식은 이제 바뀌었다.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이 있고, 기초연금도 있지 않은가?

연금수준 판단하는 소득대체율 #생애평균소득 대비 50% 이하 #2028년이면 40%로 떨어질 듯 #국제기준은 중위소득의 40~55%

칼 스피츠베그의 '가난한 시인'. [사진제공=글항아리]

칼 스피츠베그의 '가난한 시인'. [사진제공=글항아리]

“아직 멀었어! 연금으로 생활하기엔 턱없이 부족하잖아.” 바우씨 친구인 국민연금수급자가 반박한다. 국민 대다수는 아직 멀었다는 말에 동의할 것 같다. 하지만 공무원연금을 받는 바우씨는 연금 없는 생활을 상상할 수 없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민연금은 폐지돼야 한다는 등 부정적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옹호하는 사람이 많다. 연금수급자가 늘어나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제 전 세계적으로 연금제도를 폐지하거나 연금수준을 대폭 줄이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대부분의 고령자가 연금에 의지해 생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도 노인층의 영향력은 대단해 90년대 중반 프랑스 알랭 쥐페 총리처럼 연금정책을 잘못 건드렸다가는 정권이 바뀔 수도 있다.

연금을 받는 사람이야 연금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지만, 보험료를 부담하는 사람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면 공적연금을 어느 수준으로 지급하는 게 적절할까? 그 적절성을 판단할 지표라도 있는 것일까?

연금수준을 판단하는 대표적인 지표는 ‘소득대체율(replacement rate)’이다. 소득대체율이란 말 그대로 연금이 현직 소득을 어느 수준까지 대체할 수 있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다. 예를 들어 재직 당시 소득이 월 500만원인 근로자가 은퇴 후 월 300만원의 연금을 받으면 소득대체율은 60%가 된다.

연금산정 기준은 생애평균소득

소득대체율은 최종소득 대비 첫 연금액의 비율을 가리킨다. [중앙포토]

소득대체율은 최종소득 대비 첫 연금액의 비율을 가리킨다. [중앙포토]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본래 의미의 소득대체율은 ‘최종소득 대비 첫 연금액의 비율’을 가리킨다. 연금을 받아 생활하는 수준이 퇴직 직전에 보수를 받아 생활하는 수준을 얼마만큼 유지해 줄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측도다.

그런데 요즘은 주로 ‘생애평균소득 대비 첫 연금액의 비율’로 사용한다. 연금지출 억제를 위한 제도개혁을 하면서 연금산정 기준소득이 ‘최종소득’에서 ‘생애평균소득’으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공무원연금도 원래 최종소득을 기준으로 연금을 산정했으나 2010년 이후 재직기간부터는 국민연금과 마찬가지로 생애평균소득을 기준으로 연금을 산정한다. 여기서 생애평균소득이란 ‘전체 제도가입 기간의 평균소득’을 말한다.

국민연금의 1988년 제도도입 당시 40년 만기 가입 소득대체율은 생애평균소득의 70%였다. 그러다 1998년 60%, 2008년 50%로 떨어졌고, 2028년까지 40%로 떨어질 예정이다. 그런데 국민연금에서 인정하는 소득 상한이 너무 낮아 실질소득 기준의 소득대체율은 이보다 훨씬 낮다.

반면 공무원연금의 소득대체율은 33년 만기 가입한 경우 최종소득의 76%가 장기간 유지됐다. 그러다가 2010년부터 생애평균소득의 62.7%(재직기간 1년당 연금지급률 1.9%×33년)로 낮아졌고, 다시 2015년 개혁으로 56.1%(재직기간 1년당 연금지급률 1.7%×33년)까지 점진적으로 낮아진다.

참고로 생애평균소득의 56.1%를 최종소득 기준으로 환산하면 39% 정도다.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를 고려해서 최종소득 대비 생애평균소득을 70% 정도로 가정하고 계산하면 그렇다. 결국 공무원연금은 최근의 제도개혁으로 최종소득 기준 소득대체율이 76%에서 39%로 크게 떨어졌다.

소득대체율이 50%라고 해서 생활 수준이 현직보다 50%로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순소득대체율은 이보다 높다고 봐야 한다. [중앙포토]

소득대체율이 50%라고 해서 생활 수준이 현직보다 50%로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순소득대체율은 이보다 높다고 봐야 한다. [중앙포토]

한편 소득대체율 50%라고 해서 생활 수준이 현직보다 50%로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순소득대체율은 이보다 높다고 봐야 한다. 왜냐하면 연금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 받을 수 있지만, 현직에서는 소득활동에 비용과 노력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또한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만으로 생활하는 게 아니라 퇴직금이나 개인연금도 포함해서 생활하는 것이니 이것도 포함해 비교해야 한다.

적절한 소득대체율에 대한 국제 기준이나 합의는 없다. 다만 국제노동기구(ILO)는 중위소득자가 30년간 공적연금에 가입할 경우 40~55% 정도의 소득대체율이 적절하다고 보았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공적연금은 40% 수준, 공적연금과 개인연금 등을 합한 총소득대체율은 약 60% 수준을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국가별 연금수준을 비교한 자료(Pension at a Glance 2017)에 따르면 35개 OECD 국가의 공적연금 총소득대체율 평균은 52.9%, 임의가입 연금까지 포함할 경우 58.7%로 조사됐다. 이러한 지표는 전체를 평균한 것으로서 국가별 실정에 따라 실제로는 상당한 편차가 있다.

한편 뒷받침할 재원을 고려하지 않는 소득대체율 논의는 무의미하다. 그래서 연금의 적절성을 판단하는 지표로서 ‘수익비’를 들지 않을 수 없다. 수익비는 ‘미래연금 현가’를 ‘납부한 보험료 현가로 나눈 값이다. 쉽게 말해 ‘낸 돈 대비 받는 돈’을 비교하는 것이다.

‘수익비’는 1.5배

현재 연금수급자 세대의 수익비는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보다 높다. 그러나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 이후 수익비는 약 1.5배로서 중간소득자 기준의 국민연금 수익비와 비슷한 수준이다.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보다 더 내고 더 받지만 내는 보험료 대비 받는 연금액의 비율은 비슷하다는 뜻이다. 수익비로 형평성을 맞춘 것이다.

수익비는 ‘1’이 수지상등이다. 그 이상이면 제도 외적으로 지원을 받거나 후세대가 더 부담해야 제도가 지속 가능하다. 현세대의 적절한 연금을 이야기하면서 그 비용을 다른 사람이나 후세대에 떠넘기는 것은 무책임하다. 점차 고령화되는 사회에서 자기 책임을 보다 강화하면서 적절한 연금수준을 논해야 한다.

최재식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 silver206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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