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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 피해 한국 왔는데…한파에 부리 얼어붙은 재두루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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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한파로 인해 부리가 얼어붙은 재두루미가 철원군의 한 주민에 의해 구조됐다. [사진 김일남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강원도지회장]

강력한 한파로 인해 부리가 얼어붙은 재두루미가 철원군의 한 주민에 의해 구조됐다. [사진 김일남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강원도지회장]

북쪽 시베리아가 고향인 천연기념물 재두루미도 최근 이어진 한파를 견디지 못하고 몸살을 앓고 있다.
추위를 피해 남쪽으로 내려왔지만, 올겨울 최강 한파로 인해 부리에 얼음 덩어리가 붙은 채 쓰러진 것이다.
지난 25일 오후 1시쯤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의 민통선 마을인 이길리에서 농사를 짓는 권재환(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강원도지회 부회장) 씨는 마을 옆 논에서 부리에 얼음이 붙어 날지 못하고 쓰러져 있는 재두루미 한 마리를 발견, 구조했다.
구조 당시 재두루미는 얼음 덩어리를 떼려고 발버둥 치다가 부리까지 휘어버린 상태였다.

강력한 한파로 인해 부리가 얼어붙은 재두루미가 철원군의 한 주민에 의해 구조됐다. [사진 김일남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강원도지회장]

강력한 한파로 인해 부리가 얼어붙은 재두루미가 철원군의 한 주민에 의해 구조됐다. [사진 김일남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강원도지회장]

권 씨의 부인이자 두루미 해설사로 활동하는 김일남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강원도지회장은 "얼음 덩어리를 부리에 달고 다니다 보니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탈진해서 쓰러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지회장은 "워낙 날씨가 춥다 보니 부리를 물에 담그고 있다가 얼음이 붙은 것 같은데, 이렇게 부리가 언 것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철원의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24.1도를 기록했고, 체감온도는 영하 30도에 육박할 정도로 강추위가 기승을 부렸다. 구조된 재두루미는 현재 DMZ 철새 평화타운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회복 중이다.

두루미가 한쪽 다리로 서는 이유는? 

강력한 한파로 인해 부리가 얼어붙은 재두루미가 철원군의 한 주민에 의해 구조됐다. [사진 김일남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강원도지회장]

강력한 한파로 인해 부리가 얼어붙은 재두루미가 철원군의 한 주민에 의해 구조됐다. [사진 김일남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강원도지회장]

두루미 과의 재두루미는 천연기념물 제203호이자 멸종위기종 2급인 희귀 겨울 철새다. 러시아 등에 서식하다가 10월 하순부터 이듬해 3월까지는 남쪽으로 내려와 강원도 철원과 경기도 연천 등 비무장지대 주변의 습지나 농경지에 머문다. 겨울을 나려고 한국으로 내려온 재두루미도 최근 한파로 먹이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 지회장은 "이렇게 추운 날씨가 이어지면 두루미가 더 따뜻한 남쪽으로 떠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강력한 한파로 인해 부리가 얼어붙은 재두루미가 철원군의 한 주민에 의해 구조됐다. [사진 김일남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강원도지회장]

강력한 한파로 인해 부리가 얼어붙은 재두루미가 철원군의 한 주민에 의해 구조됐다. [사진 김일남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강원도지회장]

겨울 철새인 재두루미도 추위를 탄다. 재두루미가 한 다리로 서 있는 것도 체온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박진영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은 "재두루미도 날씨가 추울 때는 다리뿐만 아니라 부리도 깃털 속에 집어넣어 열 손실을 최대한 줄인다"며 "강추위가 있는 날에는 물 위에서 오랜 시간 잠을 자다가 다리가 그대로 얼어붙는 경우도 가끔 있다"고 설명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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