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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선영의 IT 월드] 스마트폰 앱 이용 1만1800원에 공항~호텔 짐 배달 O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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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공유경제 핫플레이스 방콕

태국 방콕 시내에 위치한 ‘오픈하우스’에서는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공유한 뒤 이색적인 상품을 제작·판매까지 할 수 있다. [하선영 기자]

태국 방콕 시내에 위치한 ‘오픈하우스’에서는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공유한 뒤 이색적인 상품을 제작·판매까지 할 수 있다. [하선영 기자]

지난 18일(현지시간) 기자는 태국 방콕의 쑤완나품 국제공항에 도착해 휴대전화의 카카오톡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여행용 가방 배송을 요청했다. 태국 스타트업인 ‘벨럭’이 방콕 현지에서 여행객들의 짐을 공항과 시내, 호텔로 배달하는 서비스다. 공항에서 시내 호텔까지 350밧(약 1만1800원)이었다. 벨럭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캐리어 가방 배송 과정을 실시간으로 보내줬다.

‘동남아의 우버’ 호출해 시내 이동 #월 10만원이면 공유오피스 사용 #마사지·쿠킹클래스 예약 앱까지 #8000여 개 다국적 업체들 경쟁 #알리바바 등 중국 IT 큰손들도 투자 #태국 ‘창업하기 좋은 국가 1위’ 올라

시내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동남아의 우버’로 불리는 카셰어링 업체 ‘그랩’을 호출했다. 방콕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공유오피스 ‘디스커버리 허바’에서 일을 하다 호텔로 갔더니 ‘벨럭’이 배송해준 짐이 도착해 있었다.

태국의 수도 방콕이 공유경제 기반 각종 서비스의 전초지로 변신하고 있다.

태국 현지에서 시작한 8000여개의 스타트업들이 활발히 서비스를 하고 있는 것을 비롯, 미국 카셰어링 업체 ‘우버’, 홍콩 여행 전문 모바일 앱 ‘클룩’ 등 외국계 스타트업들도 속속 방콕에 진출하고 있다.

해마다 역대 최고 관광객 수를 경신하는 등 경기도 호황인 데다 동남아 국가로는 훌륭한 정보기술(IT) 인프라도 한몫하고 있다.

모바일 페이 서비스 ‘라인 페이’를 안내하는 기기가 지하철역에 설치되어 있다. [하선영 기자]

모바일 페이 서비스 ‘라인 페이’를 안내하는 기기가 지하철역에 설치되어 있다. [하선영 기자]

한국에서는 실패하거나 자리 잡지 못한 카셰어링 업체 등 공유경제 기업들이 방콕에서 연달아 성공한 원인은 무엇일까. 그랩에서 엔지니어링 총괄을 맡은 디테시가타니는 태국 시민들의 높은 모바일 의존도를 O2O(Online to Offline·온오프라인 연결 서비스) 사업 성공 요인으로 꼽는다.

“태국 젊은이들은 노트북을 쓰지도 않고, 전통의 은행들도 믿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들은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모든 서비스에는 개방적이다. 지금까진 동남아 인구 10명 중 1명만 현금 대신 신용카드와 스마트폰으로 결제하는 것을 편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요즘엔 그 ‘한 명’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싱가포르·홍콩·말레이시아 등 인근 동남아 스타트업들이 적극적으로 상대 국가로 진출하는 것도 동남아 스타트업들의 특징이다. 말레이시아·싱가포르에서 시작한 그랩이 ‘동남아의 우버’로 불릴 만큼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기획 단계부터 동남아 여러 국가에 동시다발적으로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선 태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를 묶어 ‘MIT’(Malaysia·Indonesia·Thailand)로 부른다. 중국과 인도의 뒤를 잇는 차세대 아시아 선진국을 의미한다. 이들은 정부 차원에서 스타트업들을 유치하고 관련 사업을 키우는 데 적극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각종 O2O 기업들이 몰려오다 보니 방콕에선 이미 우버·클룩 등 미국·홍콩에서 온 외국계 스타트업들과 태국 국내 스타트업들이 경쟁하는 형국이다. O2O 경쟁이 심해지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서비스를 이용할 때 선택지가 넓어지고 가격이 싸진다는 점에서 이득이다.

‘공유경제 도시’로 탈바꿈 중인 태국 방콕

‘공유경제 도시’로 탈바꿈 중인 태국 방콕

최근 1~2년 새 방콕에서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공유 오피스들도 마찬가지로 저렴한 단가를 형성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을지로·테헤란로 등 사무실이 밀집한 지역에서 공유 오피스가 밀집해 있는 데 반해 방콕에선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시내 쇼핑몰들을 중심으로 공유 오피스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방콕 중심가 시암디스커버리몰에 위치한 공유오피스 ‘디스커버리 허바’는 평일 오후에도 20·30 30여 명이 자리를 잡고 일을 하고 있었다. 1일 이용권은 299밧(약 1만원), 한 달 이용권은 2990밧(약 10만원)으로 저렴하다. 한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프랜차이즈 공유오피스 기업들에 비하면 공간이 다소 협소했지만, 접근성과 시설 모두 훌륭했다.

공유오피스 '디스커버리 허바' 내부 모습. 최근 들어 방콕 젊은이들 사이에서 공유오피스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디스커버리 허바]

공유오피스 '디스커버리 허바' 내부 모습. 최근 들어 방콕 젊은이들 사이에서 공유오피스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디스커버리 허바]

관광객을 타깃으로 하는 태국 O2O 시장의 특징이다. 홍콩에서 시작한 여행 전문 앱 클룩은 마사지·스포츠 등 각종 야외 활동을 앱으로 예약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일 쿠킹클래스부터 왕궁·수산시장 투어 등 지역 특색을 잘 보여주는 다양한 서비스를 스마트폰으로 쉽게 예약할 수 있다.

네이버 자회사 라인의 ‘라인 페이’는 태국 현지 기업 BTS 그룹과 손잡고 ‘래빗 라인 페이’ 서비스를 개발했다. 스마트폰의 QR 코드를 지하철 개찰구에 대면 요금을 지불할 수 있다. 카셰어링 업체 그랩도 모바일 결제 서비스 ‘그랩 페이’를 출시해 인기를 얻고 있다.

‘공유경제 스타트업’ 열풍을 반영하듯 태국은 지난해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경영대학원이 선정한 ‘가장 창업하기 좋은 국가’ 순위에서 1위에 올랐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가 각각 3위, 5위를 차지했다.

중국 IT 큰손들의 투자도 잇따른다. 알리바바·징동 등은 최근 방콕을 기반으로 하는 핀테크 기업들에 투자했다. 50여년 전 일본 도요타·혼다 등 자동차 기업들이 태국 곳곳에 제조공장을 지으며 일었던 외자 유치 열풍을 이제는 중국 자본이 이어가고 있다.

[S BOX] 이지웨이·스트라입스·캐시트리 … 동남아에 안착한 국내 스타트업

총 인구가 5억 명이 넘는 동남아시아는 한국 스타트업들에게도 기회의 땅이다. 국내 스타트업중 일부도 수년 전부터 동남아의 가능성을 내다보고 현지로 진출해 성공을 거두고 있다.

국내 벤처기업 ‘이지식스’는 홍콩과 중국 선전 지역을 오가는 사람들을 겨냥한 차량 서비스 ‘이지웨이’를 운영하고 있다. 국경에서 반드시 받아야 하는 출입국 심사를 차 안에서도 편하게 받을 수 있게 했다.

스타일리스트가 고객을 직접 찾아가 사이즈를 측정해 셔츠·정장을 만들어주는 ‘스트라입스’는 싱가포르·홍콩에 진출한 데 이어 올해는 말레이시아와 대만에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전아림 스트라입스 매니저는 “정장 뿐만 아니라 코트·넥타이·양말 등으로 상품군을 넓혀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의 잠금 화면에서 광고와 뉴스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캐시트리는 아예 인도네시아에서 시작한 한인 스타트업이다.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다.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느린 인도네시아의 인터넷 속도 등을 고려해 기술을 채택하고, 머신 러닝 기술을 활용해 개인에 특화된 광고를 제공한다.

김진호 캐시트리 대표는 “현지 전문가들과 함께 혹독한 시장 조사를 한 결과 현지 모바일 광고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방콕=하선영 산업부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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