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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 연체자 채무 탕감, 도덕적 해이 없도록 심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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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문창용 캠코 사장이 역삼동 서울지부 사무실에서 소액 연체자 채무 탕감 안을 설명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문창용 캠코 사장이 역삼동 서울지부 사무실에서 소액 연체자 채무 탕감 안을 설명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금융권에선 평상시엔 조용하다 어려울 때 부각되는 존재가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다. 1997년 외환위기, 2003년 카드 대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한국 경제가 어려움에 부닥칠 때마다 부실 처리를 위해 등판했다.

캠코 변신 이끄는 문창용 사장 #‘형평성 논란’ 충분히 알고 있어 #상환능력 파악해 탕감 대상 선정 #민간·공공·국가채권 통합 관리해야 #사회적 비용 줄고 채무자 재기 쉬워 #기업 부실채권 매입 늘려 회생 지원

그런 캠코가 다시 바빠졌다. 위기가 온 것일까. 아니다. 이번엔 위기를 수습하는 게 아니라 위기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는 양극화 문제 해결의 최전선에 섰다. 문재인 정부 금융정책의 핵심 주제인 ‘포용적 금융’의 실행 기관이 바로 캠코다.

변신하는 캠코를 이끌고 있는 문창용(56) 사장은 최근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캠코가 장기연체 채무자 등 취약계층의 재기를 지원하겠다”며 “다음달부터 국민행복기금과 대부업체 등에서 1000만원 이하 10년 이상 빚을 지고 있는 159만 명의 채무 6조2000억원을 사들여 소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빚을 갚을 능력이 없음에도 오랜 기간 소액 연체로 고통받는 취약계층에게 다시 한번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 주자는 정부 정책에 따른 조치다. 다만 이번 조치에 대해선 “열심히 갚아 온 사람을 바보로 만들고 안 갚고 버틴 사람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등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런 지적에 대해 문 사장은 “미국 오바마 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티머시 가이트너는 ‘도덕적 해이 근본주의자’라는 말을 썼다”며 “이는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이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 자체를 막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채무탕감과 관련해 성실히 빚을 갚고 있는 기존 채무자들과의 형평성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알고 있다”며 “탕감 대상을 선정할 때 상환능력 여부를 면밀하고 정밀하게 따지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채권 소각이 일회성의 ‘선심성 정책’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선 ‘다층적이고 종합적인 채무재조정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러 곳에서 빚을 진 다중채무자는 전체 채무 중 일부가 탕감되는 것만으론 실질적인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없기 때문에 전체 채무에 대한 종합적인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장기적 관점에서 캠코가 민간·공공·국가 채권을 통합 관리하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문 사장은 “민간·공공·국가 채권을 통합 관리할 수 있게 되면 사회적 비용이 줄 뿐 아니라 다중채무자의 경제활동 복귀를 지원하는 ‘종합 채무재조정’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기업 부문에서는 구조조정 사업 폭을 확대한다. 캠코는 2015년 이후 기업의 사옥이나 공장을 매입한 후 해당 기업에 재임대하는 ‘세일앤드리스백(S&LB)’을 통해 17개 기업에 2320억원의 자금을 공급했다. 덕분에 이 기업 중 상당수는 경영정상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캠코는 앞으로 기술보증기금·신용보증기금·국책은행 등 금융공공기관이 보유한 기업 부실채권 중 정상화 가능성이 있는 기업의 채권을 매입해 회생을 지원하기로 했다.

일반 투자자들이 참여하는 온비드 서비스도 확대한다.

온비드는 최근 20~30대를 중심으로 입찰 참여가 빠르게 늘고 있어 캠코의 ‘효자 사업’으로 불린다. 특히 과거 대부분의 동산·부동산 투자가 민간 경매를 통해 이뤄졌던 것과 달리 최근엔 캠코를 통한 공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온비드 공매의 기본적인 룰은 경매와 동일하다. 매각 기관에서 최저입찰가를 정하고 참가자 중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한 사람이 낙찰받는 식이다. 통상 1주일간의 입찰 기간을 두고 참가자들이 가격 경쟁을 벌인다. 2002년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온비드 공매는 2017년 낙찰 건수 3만7000여 건에 낙찰금액 6조4947억원을 기록했다. 2002년 이후 누적 건수로는 총 34만1605건 이상의 공매 낙찰이 이뤄졌고, 누적 낙찰금액도 65조원을 넘겼다. 문 사장은 “휴대전화만 있으면 누구든 손쉽게 공매에 참여할 수 있고 양질의 매물이 많다는 점 때문에 온비드가 ‘알짜 투자’로 부상하고 있다”며 “온비드 설명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기능도 이용자 친화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문 사장은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을 거친 관료 출신으로 2016년 11월 캠코 사장에 임명됐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캠코

캠코

■ 설립
1962년. ‘금융회사 부실자산 등의 효율적 처리 및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설립에 관한 법률’


■ 주요 기능 및 역할
● 금융회사 부실채권의 인수, 정리 및 기업구조조정
● ‘국민행복기금’ 관리운용 및 신용회복지원
● 국·공유 재산 관리 및 개발
● 체납 조세 정리
● 전자 자산처분 시스템 ‘온비드’ 관리·운용

■ 지분 구조
● 정부: 4888억원(56.8%)
● 수출입은행: 2224억원(25.7%)
● 한국산업은행: 700억원(8.14%)
● 16개 금융기관: 788억원(9.16%)
[자료: 한국자산관리공사]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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