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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슈퍼컴보다 1억배 빠른 컴퓨터 도전

중앙일보

입력

알리바바 산하 기초 과학 연구소 달마 연구원, 양자 컴퓨터 분야 석학 마리오 세게디 교수 영입(1월 17일)

세계 최초의 양자통신위성인 중국의 ‘묵자(墨子·Micius)’호,양자로 암호화된 사진 파일을 약 7600㎞떨어진 곳과 안전하게 주고받는 데 성공 (1월 19일)

중국의 한 과학 기술 관련 포럼에서 양자 컴퓨터에 관련된 내용이 발표되고 있다. [출처: 이매진 차이나]

중국의 한 과학 기술 관련 포럼에서 양자 컴퓨터에 관련된 내용이 발표되고 있다. [출처: 이매진 차이나]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 양자 컴퓨터에 푹 빠지다

알리바바는 지난 1월 17일 세계적인 컴퓨터 공학 전문가인 마리오 세게디 럿거스 대학 교수를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마리오 세게디교수는 이론 컴퓨터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괴델상을 두차례 수상한 컴퓨터 공학 석학이다.

지난 2017년 9월 컴퓨터 공학 분야의 또다른 스타 학자인 스야오윈(施尧耘) 미시건 대 컴퓨터 공학과 교수를 영입한지 6개월 만이다.

이 두 명의 컴퓨터 공학자의 공통점은 양자 컴퓨터 분야의 전문가라는 것. 이들은 향후 미국 시애틀에 위치한 알리바바 클라우드 양자 연구소에서 양자 컴퓨터 연구를 이끌게 된다. 양자 컴퓨터 기술 상용화가 목표다.

'중국 과학원-알리바바 양자 컴퓨터 실험실에서 양자 컴퓨터 관련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이매진 차이나]

'중국 과학원-알리바바 양자 컴퓨터 실험실에서 양자 컴퓨터 관련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이매진 차이나]

양자컴퓨터는 슈퍼컴퓨터 성능의 1억 배 이상(이론적인 데이터 처리량만 놓고 볼 때)에 달하는 초고성능 컴퓨터로, 인공지능(AI) 분야 기술 응용과 교통정체 문제 해소부터 신약 개발에까지 전 분야에 발전을 이끌 차세대 컴퓨터로 주목받고 있다.

알리바바가 양자 컴퓨터 분야에 뛰어든 건 지난 2015년 7월부터다. 당시 알리바바는 중국의 기초 과학분야 최고의 싱크탱크인 중국 과학원과 손을 잡고 '중국 과학원-알리바바 양자 컴퓨터 실험실을 출범했다. 민간이 참여한 중국 첫 양자 컴퓨터 프로젝트다.

이 연구소는 2017년 3월 첫 결과물로 양자 암호 통신을 활용한 클라우드 서비스 사례를 내놨다. 그리고 2달 후인 2017년 5월 중국의 세계 첫 광양자(photon, 빛의 특성을 활용) 컴퓨터 개발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중국과학원에 따르면 당시 이 양자 컴퓨터의 양자 처리 프로세서 규모는 10큐비트로, 구글의 9큐비트 양자 컴퓨터보다 진보됐다.

양자컴퓨터? 기존 컴퓨터의 연산은 0과 1로 각각 표시되는 비트(bit)를 단위로 해서 순서대로 이뤄진다. 양자 컴퓨터의 연산 단위인 큐비트는 0과 1을 동시에 표시한다. 그래서 큐비트 4개는 2의 4승인 16개의 정보를 동시에 나타낼 수 있다. 큐비트가 늘어날수록 연산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진다.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면 유전자, 신소재, 의약품, 통신, 로봇 등 대부분의 과학 분야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혁신이 예상된다. 이론적으로 슈퍼컴퓨터가 100만 년 걸릴 계산을 양자컴퓨터는 하루 만에 끝낼 수 있기 때문이다. 양자컴퓨터는 현재의 암호기술도 무용지물로 만든다. 현재 널리 쓰이는 공개키 암호화(RSA)의 경우, 지금의 기술로는 해독에 수백 년이 걸리나 양자컴퓨터로는 몇 분 만에 풀 수 있다. 반대로 양자암호통신은 해킹이 불가능하다. 어렵게 정보를 빼내도 양자의 특성으로 정보가 망가지기 때문이다.  

알리바바는 현재 자사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알라바바 클라우드에 시범적으로 양자 암호 통신 기술을 도입하는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클라우드 서비스 사상 처음이다.

또한 산하의 인터넷 은행인 왕상은행(网上银行, 마이뱅크)에 양자 암호 통신 기술을 도입하는 계획도 내놨다. 마리오 세게디와 스야오윈의 합류가 향후 알리바바의 양자 컴퓨터 연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

세계 최초로 장거리 양자 통신망 실험에 성공한 중국

알리바바가 마리오 세게디 교수를 영입하고 이틀 뒤인 1월 19일. 중국 정부는 세계 최초로 약 7600km 떨어진 곳에서 양자 정보를 주고받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판 젠웨이 중국과학원(CAS) 중국과학기술대 교수팀은 이날 "세계 최초의 양자통신위성인 중국의 ‘묵자(墨子·Micius)’호가 중국 베이징 인근에서 오스트리아 비엔나(약 7600km)까지 얽혀있는 상태의 양자 정보를 송수신하는데 성공했다고 국제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 를 통해 발표했다.

지난해 6월 세계 최초로 1200㎞ 떨어진 지상의 두 지점 간에 양자 정보를 주고받는 실험에 성공한 지 반년 만이다.

중국의 양자 통신 실험 성공 소식을 알리는 중국 CCTV [사진: 이매진 차이나]

중국의 양자 통신 실험 성공 소식을 알리는 중국 CCTV [사진: 이매진 차이나]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따르면 당시 실험의 측정 속도는 일반 지상 광케이블을 통한 전송 속도보다 1조 배나 빨랐다. 빠르게 이동하는 위성에서 보내진 양자를 지상 기지의 1m 크기 목표에 정확히 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는데 이를 성공시켰다는 평가다.

양자 인터넷 상에서 암호화된 양자로 전송되는 메시지는 이론 상 어떤 도·감청도 불가능하다. 외부의 누군가 접근하면 양자 상태가 흐트러져 바로 발각됨과 동시에 정보를 읽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양자통신이 금융 및 개인신용정보가 오가는 금융망 등으로 활용될 수 있는 차세대 기술로 각광받고 있는 이유다.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가 일찍이 양자 컴퓨터 분야에 주목할 수 있었던 데도 양자 통신을 미래 먹거리로 집중 육성하고 있는 중국 정부의 영향이 컸다.

중국 당국은 지난 2015년 양자 통신, 양자 컴퓨터 산업 육성을 골자로한 로드맵을 내놨다. 알리바바와 공동 출범한 양자 컴퓨터 연구소를 통해 오는 2025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 수준의 양자 컴퓨터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2030년까지는 500~1000개의 큐비트를 연산할 수 있는 양자 컴퓨터를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양자 컴퓨터의 시작은 인재 영입에서부터

알리바바의 양자 컴퓨터 프로젝트 뒤에는 달마원(达摩院)이라는 이름의 연구 기관이 있다. 달마원은 지난 2017년 10월 알리바바가 출범한 기초 과학 전문 연구 플랫폼이다. 전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기초 과학 역량을 한곳에 집중, 미래 기술들을 선점한다는 게 이 연구소의 목표다.

소림사에서 무림비책을 연구·발전시키는 조직이었던 '달마원'에서 이름을 따왔다. 알리바바 달마원의 일차적 목표는 기초 과학 분야 각계의 석학급 학자 100명을 영입한다는 것이다. 알리바바는 이를 위해 향후 3년간 약 1000억 위안의 연구 자금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우리돈으로 약 17조원이다.

"달마원이 하려는 일과 내 꿈이 부합한다. 나는 줄곧 서로 다른 기술 분야와의 융합을 통해 사람들에게 이로운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다. 달마원의 목표는 전세계의 기초 과학자들을 모아 이로운 기술을 만드는 것이다. 마윈 회장은 적어도 전세계 20억 인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기술을 만들어 낼 것을 요구하고 있다" 마리오 세게디가 중국 언론에 밝힌 알리바바에 합류한 이유다.

달마원 계획을 발표하는 알리바바 그룹의 관계자 [사진: 알리바바]

달마원 계획을 발표하는 알리바바 그룹의 관계자 [사진: 알리바바]

실제로 알리바바가 지난 10월 발표한 달마원의 자문단 명단에는 기초 과학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들이 대거 포함됐다. 인공지능(AI) 분야 최고 권위자인 마이클 I. 조던 버클리대 교수와 게놈 전문가 조지 처치 하버드대 교수 그리고 세계적인 수학자 에이비 위그더슨 프린스턴대 교수 등이 대표적이다.

기초 과학 분야의 인재 100명을 영입한다는 달마원의 계획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알리바바는 인공지능 전문가인 미국 미시건 대학의 진룽 교수를 알리바바 데이터과학기술연구원(iDST)의 책임자로 영입한 데 이어, 아마존의 선임 연구원인 화교계 엔지니어 런샤오펑을 부원장으로 초빙했다. 이외에도 양자 컴퓨터 분야의 석학으로 꼽히는 스야오윈 미시건 대학 종신 교수, 왕강 난양이공대학 교수들이 잇따라 달마원에 합류한 상태다.

이에 대해 중국 테크 미디어 TMTpost(钛媒体)는 "알리바바의 달마원이 주도하는 기초 과학 연구 열풍으로 화교 과학자들이 중국으로 돌아오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아울러 이제는 알리바바의 시선이 화교 인재에서 해외 국적의 인재로 까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차이나랩 이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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