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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쏭부부의 잼있는 여행] 52 조지아의 부산, 바투미에 가다

중앙일보

입력

피자가 아무리 좋아도 계속 먹다 보면 얼큰한 김치찌개 생각이 나는 것처럼, 산을 좋아하는 우리도 오랫동안 산골짜기에서 지내다 보니 스멀스멀 바다 생각이 났어요. 겨울 바다의 적막함과 푸르름이 그립더라고요. 그래서 바다를 보기 위해 ‘바투미(Batumi)’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어요.

석양과 야경이 아름다운 제 2의 도시 #몽돌 해변 거닐고, 치즈빵 맛보고

바투미 전경.

바투미 전경.

바투미(Batumi)는 조지아 최대 항구도시이자 조지아 최대의 휴양도시에요. 터키 국경까지 약 2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여름이면 터키나 유럽에서 많은 관광객이 찾아들죠. 조지아 제2의 도시이기도 한데, 여러 면에서 우리나라 ‘부산’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어요. 바투미 앞바다는 흑해(Black Sea)예요. 흑해는 우리나라 면적의 4배에 이르는 호수 같은 바다죠. 터키 해협을 통해 지중해와 연결되는  ‘갇힌 바다’죠. 처음에 흑해라는 이름만 듣고 바다가 시꺼먼 줄 알았는데, 바투미에 도착하니 그 어떤 바다보다도 푸르른 바다였어요.

이름과 달리 푸르렀던 흑해. 그리고 뒤에 보이는 코카서스 산맥.

이름과 달리 푸르렀던 흑해. 그리고 뒤에 보이는 코카서스 산맥.

산에서 바다로 내려오니 비교적 따뜻하게 느껴졌어요. 전에 머물던 스키장 마을인 구다우리나 메스티아가 영하권에 머물렀던데 반해, 바투미는 영상이었으니까요. 해수욕 시즌이 아니라서 여행 경비가 저렴하다는 것도 좋았어요.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20층 높이의 아파트에 40라리(약 1만7000원)에 묵을 수 있었어요. 바다 뒤편으로 코카서스 산맥의 파노라마가 펼쳐지는데, 코카서스 산맥과 흑해가 맞닿는 지점이, 2014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러시아 소치(Sochi)예요.

흑해 뒤로 우뚝 솟은 코카서스 산맥. 흑해에서 카스피해까지 쭉 뻗어있다.

흑해 뒤로 우뚝 솟은 코카서스 산맥. 흑해에서 카스피해까지 쭉 뻗어있다.

숙소에 짐을 풀고 바투미 여행을 시작했어요. 우선 이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을 먹어줘야겠죠? 바투미를 향토 음식으로 ‘아자리안 하차푸리(Ajarian Khachapuri)’를 꼽을 수 있어요. 아자리안 하차푸리는 바투미가 속한 아자리야(Ajaria)지역 특유의 치즈빵이에요. 트빌리시나 다른 지역에서도 여러 번 먹어봤지만, 그래도 역시 본토에서 먹는 게 최고일 것 같아 다시 하차푸리 전문점을 찾았어요. 하차푸리가 우리나라 짜장면과 같은 대중 음식이다 보니 식당 내부는 소박했고, 메뉴엔 오직 하차푸리뿐! 소(小)자는 작을까 봐 대(大)자를 시켰는데 정말 얼굴보다도 큰 거대한 치즈빵이 나와서 깜짝 놀랐어요. 두 개를 시켰으면 큰일 날 뻔 했어요. 너무 거대해서 둘이서도 다 먹지 못하고 남길 정도였죠. 빵과 치즈, 그리고 가운데 얹어진 계란의 조합이 일품이었어요. 하지만 반쯤 먹었을 땐, 느끼해서 김치 생각이 나기도 했죠.

아자리안 하차푸리.

아자리안 하차푸리.

얼굴보다 큰 치즈빵.

얼굴보다 큰 치즈빵.

바투미는 낮보다 밤이 매력적이에요. 석양과 야경을 같이 보기 위해, 일부러 해질 때 맞춰서 바투미 케이블카를 탔죠. 그런데 올라가자마자 곧 문을 닫는다며 다시 타고 내려가라고 해서 당황했어요. 여름에는 늦은 밤까지 운행하는데, 겨울 시즌에는 관광객도 없고 해가 일찍 져서 오후 6시에 운행을 종료한다고 해요. 그래도 케이블카 안에서 흑해 속으로 잠기는 태양을 볼 수 있었어요. 조지아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바투미의 석양을 극찬했던 이유를 알게 됐어요.

바투미 케이블카.

바투미 케이블카.

바투미의 케이블카.

바투미의 케이블카.

바투미 석양.

바투미 석양.

바투미의 석양과 흑해.

바투미의 석양과 흑해.

그리고 찾아온 바투미의 밤. 바투미는 밤은 비수기에도 화려했어요. 골목골목마다 조명이 설치되어 있어서 밤에도 걸어 다니기 무섭지 않아요. 관광 도시답게 큰 호텔 주위로 카지노와 쇼핑몰이 즐비했어요. 우리는 쇼핑이나 카지노를 즐기지 않아서, 바투미 해변으로 향했죠. 해변을 따라 공원도 잘 조성돼서 걷기 좋았어요. 바투미의 해변은 해운대와는 다르게 몽돌해변이어서, 동글동글한 자갈이 해변을 걷고 있으면 저절로 힐링됐어요. 수천 개의 돌이 파도에 쓸려 차르륵거리는 소리만으로도 행복했어요.

화려한 바투미 야경.

화려한 바투미 야경.

바투미의 밤 해변.

바투미의 밤 해변.

바투미 해변 공원에서 우리 둘. 해변 공원이 잘 조성되어 있어 밤에도 걷기 좋다.

바투미 해변 공원에서 우리 둘. 해변 공원이 잘 조성되어 있어 밤에도 걷기 좋다.

몇 년 전에 바투미에서 가까운 스키장도 생겨서, 여름뿐 아니라 겨울에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사계절 관광 도시로 변모했어요. 산과 바다를 동시에 품은 흑해 연안의 매력적인 도시 바투미! 조지아에 들르면 꼭 한번 들러보세요. 바투미까지는 수도 트빌리시에서 매일 마슈롯카(미니버스)와 기차가 운행 중이에요. 기차가 가장 추천할 만한데, 편도 5시간 소요돼요.

정리=양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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