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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연명중단법 시행해도 대형병원서만 가능할 듯

중앙일보

입력

허대석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 등 9개 줄을 달고 연명의료하는 암 환자를 살피고 있다.[중앙포토]

허대석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 등 9개 줄을 달고 연명의료하는 암 환자를 살피고 있다.[중앙포토]

다음달4일 연명의료 중단, 즉 존엄사가 정식으로 시행된다. 임종단계에 접어든 환자가 합법적으로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이행하는 의사도 법적 제재를 받지 않게 된다.
연명의료 중단이란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혈액투석·항암제 투여 같은 4개의 무의미한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임종환자만 가능하다. 회생의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않으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되어사망에 임박한 상태에 있는 환자가 여기에 해당한다. 담당의사와 전문의 1인이 임종 단계라고 판단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0월 22일~이달 15일 13개 의료기관과 비영리단체에서 연명의료중단 시범사업을 시행했다. 사전는 9336명이 작성했다. 건강할 때 미리 연명의료 중단 의사를 결정해두는 서류다. 연명의료계획서는 107건이 작성했다. 말기나 임종단계에서 의사의 설명을 듣고 환자가 서명하는 서류다. 54명이 연명의료 중단을 선택했고 이 중 47명이 숨졌다.
사전의향서 작성자는 여성이 남성의 2배가 넘고, 서울·경기·충청 순으로 많았다.  70대가 가장 많았다. 연명의료계획서는 107명 중 96명이 말기 암환자다. 남성이 60명, 여성이 47명 작성했다. 50~70대가 86명으로 전체의 80%를 차지한다.
연명의료중단을 이행한 54명 중 27명은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고 이를 따랐다. 23명은 두 명 이상의 가족이 환자의 연명의료 중단 의사를 확인했고, 4명은 환자의 뜻을 몰라 가족 전원이 합의해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았다. 54명 중 여성이 28명, 남성이 26명이다. 60대가 16명으로 가장 많다.
 법률 시행이 코앞에 닥쳤지만, 곳곳에서 준비 미흡이 드러나고 있다. 연명의료 중단을 시행하려면 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 반드시 구성돼야 한다. 환자나 의사의 요청사항을 심의하고, 의사가 존엄사 집행을 거부할 때 다른 의사로 교체하는 문제 등을 심의하는 역할을 한다. 5명 이상으로 구성하되 2명 이상은 의사가 아닌 종교·법조·윤리 등의 분야 전문가이어야 한다.
 정부는 29일부터 의료기관윤리위원회 신청을 받는다. 대형병원이 주로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규모가 작은 종합병원, 요양병원은 위원회를 구성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러면 말기환자나임종환자가 존엄사를 선택할 길이 막힌다. 즉 대형병원 환자만 연명의료 중단을 선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윤리위원회를 구성하지 못하면 큰 병원에 위탁할 수 있다(공용윤리위원회). 서울대병원 허대석 종양내과 교수는 "윤리위원회를 소집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큰 병원들이 자기 것도 처리하기 벅찬 마당에 진료하지 않은 다른 병원 환자를 심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립대학병원과 공공의료기관이 나서달라고 설득하지만 대부분 난색을 보이고 있다. 현재 위탁을 받아서 공용윤리위원회를 하겠다는 데가 다섯 곳도 안 된다.
연명의료 중단 수가(의료행위의 가격)도 31일에야 확정된다. 그것도 정식 수가가 아니라 시범적인 수가 모형이다. 정부는 1년 반 정도 시범 모형을 운영한 뒤 제대로 된 수가를 확정할 방침이다. 석 달간의 시범사업 기간(지난해 10월 22일~1월 15일)에 수가도 같이 시범 적용해야 했는데, 준비가 덜 돼 그러지 못했다. 연명의료 중단을 시행하려면 상담인력과 시간이 들기 때문에 수가가 확정돼야 인력 배치 등을 확정할 수 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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