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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선 2035

툭하면 2030 세대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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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이현 기자 중앙일보 기자
이 현 경제부 기자

이 현 경제부 기자

또 세대론이다. 평창 겨울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에 반대하는 2030이 많다며 “대북관이 현실적이다” “한민족이라는 동질감이 옅어졌다” “천안함·연평도를 보며 큰 세대라 북한에 거부감이 크다” 등 전국의 20대와 30대를 도매금으로 분석하고 있다. “비인기 종목 선수들이 흘린 땀을 존중하는 세대”라며 편을 들어주는 해석도 나온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건 너무 진지하다.

인터넷에는 벌써 누군가 그림판으로 그린듯한 가상의 영화 포스터가 돌아다닌다. 제목은 ‘스틱’, 아련한 미소를 짓는 두 여성의 얼굴 위로 “언니 우리 다시 만날 수 있는 거죠?” “그래 다시 꼭 만나는 거야”라고 쓰여있다. 포스터가 돌고 돌며 배역별 가상 캐스팅과 시나리오 작업까지 마쳤다. 혹시나 해서 말하는 데 희망 사항을 그린 게 아니라 해학이다. 스포츠로 정치를 하는 이 상황이 웃긴 것이다. ‘국뽕’에 취하길 꺼리는 분위기라 올림픽이나 월드컵 인기가 예전만 못한데 급조된 단일팀과 추억의 한반도기라니…억지 감동 코드로 몰아갈 게 뻔한데 미안하지만 이입할 틈이 없다.

신체적 한계에 도전하는 것만 보자면 미국의 마술사 데이비드 블레인이 물속에서 17분을 버티거나 제 손을 송곳으로 찌르는 영상이 스포츠보다 자극적이다. 스포츠의 진짜 매력은 ‘스토리’에 있다. 지난 22일 호주 오픈에서 노바크 조코비치를 꺾은 정현이 “코너샷은 조코비치의 상징인데 오늘은 어떻게 당신이 더 잘 받아냈느냐”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 어릴 적 우상이었던 조코비치를 따라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고 대답하자 조코비치를 응원하던 관중까지 웃음을 터트린 이유를 생각해보자. 이건 북한이 문제가 아니라 스포츠를 스포츠답지 않게 만들었다는 상식적인 반감이다.

암호화폐를 산 이들도 세대론의 덫에 걸렸다. 마지막 계층 사다리를 뺏긴 청년들이 정부에 잔뜩 화가 났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어디 같은 세대라고 형편이 다 똑같겠는가. 결혼 앞두고 집 구하러 다닌 지인 중에 부동산에서 만난 집주인이 또래 신혼부부였다는 경우가 더러 있다. 대출 이자 갚느라 코인 살 여유 자금도 없는 직장인도 많다. 요즘 산에 가면 등산복 입은 어르신들이 비트코인 이야기만 한다는데, 대한민국 부동산 투기 역사로 미루어볼 때 컴퓨터에 조금만 더 익숙했다면 5060도 산봉우리에서 “가즈아~”를 외치고 있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세대 담론은 쉽고 재밌다. 하지만 같은 마음도 다르게, 다른 사람도 같게 만드는 함정이 있다. 그냥 좀 솔직해지면 좋겠다, 2030 핑계 대지 말고.

이 현 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