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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 고함: 미디어는 토스터가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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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최지영 기자 중앙일보
최지영 산업부 기자

최지영 산업부 기자

미국은 물론 전 세계 미디어들이 난리가 났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20일(현지시간) 이용자 대상 신뢰도 조사를 해 안 좋게 나온 미디어는 뉴스피드에서 잘 보이지 않게 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다. 저커버그는 “신뢰할 수 있고(trustworthy), 유용한 정보를 주며(informative), 특정 지역과 연관된(local) 뉴스에 우선순위를 주겠다”고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서 밝혔다. 다음 주부터 커뮤니티, 즉 사용자 설문을 시작해 그 결과를 반영하겠다고 한다.

고민은 이해가 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무서운 속도로 퍼지는 가짜 뉴스와 선정적인 뉴스에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의 시민사회가 고통을 받아온 지는 꽤 됐다. 저커버그도 이 문제에 대해 여러 차례 강한 문제의식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를 해결해 보는 방안은 오히려 사이버 공간과 플랫폼 운영 방식에 대한 불신만 부추기고 있다. 뉴미디어 전문가들과 언론학자들은 일제히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미국 인디애나주립대 경영대학원 앨런 데니스 교수 등은 “이용자 설문을 통한 평가는 ‘토스터’같이 직접 사용해 본 경험이 있는 제품에나 가능한 것(온라인 매체 ‘버즈피드’ 기고)”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뉴스는 이용자가 자신의 경험과 팩트를 분별할 수 없어 토스터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크라우드 소싱’ 즉 일반인에게 평가를 묻는 방식이 애초에 이런 사태(뉴스 신뢰도 상실)를 낳았다는 지적이다.

이재국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자신들의 플랫폼이니 자신들이 스스로 결정한 방식으로 언론을 평가해 뉴스를 보여주겠다는 발상 자체가 쇼킹하다”고 평가한다.

그래도 굳이 뉴스 신뢰도를 평가하겠다면,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에서 패널을 뽑아 이들이 측정한 신뢰도를 네티즌에게 보여주는 대안도 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객관성에 우려가 제기된다는 이유로 이 방식 대신 사용자 설문 방식을 택했다.

국내에선 아직 페이스북의 뉴스피드 문제를 발등의 불로 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댓글 조작 등의 의심을 받고 있는 포털 네이버의 문제가 한국 언론엔 당장 더 급해 보인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미국에서 이를 적용한 후 점진적으로 전 세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한 만큼 국내에서도 그 불똥을 피할 순 없을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에선 페이스북과 구글이, 국내에선 네이버가 뉴스를 독점하고 있는 현실은 꽤 됐다. ‘나쁜 뉴스’를 해결하겠다는 페이스북의 시도는 오히려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플랫폼의 뉴스 독점을 더 강화할 것이 자명하다. 우리는 암울한 시대에 살고 있다.

최지영 산업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