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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 있어도 여전히 노트 필기…4차 산업혁명 시대 아날로그 감성 더 중요”

중앙일보

입력

음악이 울려 퍼지는 개성 넘치는 장소에 10여 명의 사람이 모인다. 이들은 한 잔의 술을 마시며 큰 캔버스 앞에 앉아 그림을 따라 그린다. 대개 생전 처음 붓을 잡아 본 초보지만 전문 호스트(화가)가 그림 그리는 것을 도와준다. 음악 듣고, 술 마시고, 그림 그리며 사람들과 어울리는 새로운 놀이 ‘플레이아트’다.

아트토이컬쳐 이끄는 아트벤처스 문효은 대표 #"대중에게 친근한 장난감 입혀 예술의 대중화 지향" #"미래엔 내가 어떤 일에 설레는지 잘 알고 직업 구해야"

요즘 젊은 직장인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소모임 플레이아트는 아트벤처스 문효은 대표(51)의 아이디어다. 문 대표는 “한국은 딱히 어른들이 할 만한 놀이가 없다”며 “3만5000원이면 그림을 집에 가져갈 수도 있어 특별한 회식이나 경험을 원하는 젊은 층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아트벤처스는 2014년부터 매년 ‘아트토이컬쳐’ 박람회도 열고 있다. 아티스트들이 만든 장난감인 '아트토이'를 전시한다. 지난해 5월 연 아트토이컬쳐 박람회에는 5일간 8만여 명이 찾았다. 일본‧홍콩‧프랑스 등 해외에서도 180여 개 팀이 참여했다.

아트벤처스 문효은 대표.

아트벤처스 문효은 대표.

문 대표는 정보통신(IT) 벤처 1세대다. 이화여대 불문과를 졸업한 그는 1993년 인터넷 데이터베이스(DB) 큐레이팅, 인터넷 비즈니스 컨설팅으로 창업했다. 이후 세 번째 회사가 코스닥 상장 기업과 합병을 하면서 큰 돈을 벌었다. 2004년부터 10년간 다음커뮤니케이션(현 카카오)에서 부사장으로, 다음세대대표재단에선 대표로 일했다.

1세대 아트토이 작가 마이클 리우의 가든파머 시리즈3.

1세대 아트토이 작가 마이클 리우의 가든파머 시리즈3.

그라피티 아티스트가 만든 아트토이.

그라피티 아티스트가 만든 아트토이.

-문과생이 IT로 창업한 것이 특이하다.
“컴퓨서브라는 미국 인터넷 서비스 사용법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일을 하다가 IT를 접했다. 아직도 컴퓨터를 잘 모른다. IT에 종사하는 모두가 엔지니어는 아니다. 예컨대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은 엔지니어가 하지만 이 DB가 정보가 되고, 거래되려면 큐레이팅이 필요하다. 그 틈을 공략했다. 아트토이도 마찬가지다. 난 예술을 잘 모르지만, IT와 경영을 안다. 아트벤처스의 근간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다. 현재 예술은 소수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예술에 장난감이라는 콘텐트를 입혀서 예술의 대중화를 지향한다.”

아트벤처스 문효은 대표.

아트벤처스 문효은 대표.

-요즘 ‘키덜트’가 늘고 있다. 아트토이 마니아층도 두꺼워지고 있는 것 같은데.
“아트토이는 아티스트가 만든 장난감, 예술적 가치가 있는 장난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전에는 만화 주인공 피규어 정도였다. 지금은 SNS에 등장하는 이모티콘이 상품이 되고 인기를 끄는 시대다. 배경은 모바일이다. 아티스트가 창조하거나 재해석해서 만든 아트토이를 수집하고, 모바일로 취향을 공유하고, 새 제품을 수집하고, 다시 공유하면서 삶의 즐거움을 느끼는 거다.”

-아날로그 냄새가 난다.
“디지털 환경이 견고해질수록 첨단과 아날로그의 공존을 얘기할 수밖에 없다. 최근 고품질의 노트에 고급 펜으로 필기하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멋진 노트에 뭔가를 끄적이는 내 모습이 색다르고 멋지다고 느끼는 거다. 미술관에서 유명 화가의 그림을 감상하는 내가 멋지다고 느끼는 것과 같다. 기술의 편의와는 다른 의미의 편의성을 찾는 거다.”

아트벤처스 문효은 대표.

아트벤처스 문효은 대표.

-창업만 4번을 했고 대기업 경영진으로도 일했다. 문 대표가 보는 좋은 직업은 뭔가.
"이전엔 사회가 암묵적으로 '좋은 직업'에 대해 내린 정의가 있었다. 지금은 아니다. 다양한 직업군과 직무, 직장을 경험해야 한다. 그 속에서 융합을 통해 새로운 직업을 창조해야 한다. 소수만 경험하는 것을 빠른 기술 발전으로 인해 누구든, 언제든지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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