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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이 제재 논란을 피할 방법

중앙일보

입력 2018.01.23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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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효식 기자 중앙일보 사회1팀장
정효식 워싱턴 특파원

정효식 워싱턴 특파원

현송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의 이틀간의 방남은 한국은 물론 CNN을 비롯한 외국 언론에도 큰 관심을 받았다.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 없이 미소만 짓거나 아침식사 때 젓가락질하는 모습까지 카메라에 담겼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16일 캐나다 밴쿠버 한반도안보회의에서 “북한 매력 공세(charm offensive)에 눈멀어선 안 된다”고 한 경고가 무색할 정도다. 평창 겨울올림픽 대표단 단장으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 온다면 매력 공세의 강도는 훨씬 더 셀 거다.

북한은 현 단장의 방문을 하루 연기한 이유로 북한의 올림픽 참가에 대해 “제재 위반 여부니 뭐니 하는 경망스러운 언행”을 문제삼았지만 대북제재가 훼손될 수 있다는 미국의 우려는 실재한다. 대표단 명단이 확정된 후 본격적으로 시작될 한·미 양국의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관련 제재 점검 협의가 중요한 이유다.

트럼프 행정부 내 대화파인 틸러슨 장관도 “북한이 핵미사일에 계속 집착하면서 대화에 나선 의도는 일부 국가의 선의를 이용해 제재를 해제해 주길 바라고, 어떤 형태로든 재정 지원을 얻으려고 시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국가라고 완곡히 표현했지만 한국을 지칭한 것이다.

국무부 관계자는 “북한 평창올림픽 대표단 가운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나 미국 여행금지 대상 인사가 있으면 안보리 제재위원회와 우리와 협의해 일시 제재 면제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여정 부부장의 경우 유엔 안보리의 제재 대상은 아니지만 미국 제재 명단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미국과 사전 협의가 필수적이다.

올림픽 기간에 북한 대표단에 대한 숙식 및 교통 편의 제공도 직접적인 금품 제공은 아니어서 양해받을 가능성이 크지만 일단 협의해야 할 항목이다. 미국은 자국의 재화 또는 서비스를 북한에 수출 또는 재수출할 수 없도록 하고 있어 대표단에 제공되는 서비스 등에 미국산이 없는지도 사전 점검이 필요하다. 평창올림픽의 남북 화해 분위기를 살리면서 한·미 동맹의 북핵 공조도 깨지 않기 위해 넘어야 할 문턱이 많다는 뜻이다.

북한으로선 현금을 요구하거나 개성공단을 재개하자는 것도 아닌데 제재 위반을 운운하느냐고 발끈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북한 스스로 평창을 핵 무력을 인정받는 선전장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국제사회의 의심을 불식시키기 위해 비핵화 평화회담을 수용하면 어떨까. 더 나아가 김정은이 통 크게 대표단을 이끌고 방남하면 어떨까. 그러면 제재 논란도 사라진다. 이게 온전한 평화의 제전이 되는 평창의 꿈은 아닐까.

정효식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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