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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슈머 대결에 연방정부 셧다운 D+3 피해 현실화

중앙일보

입력

척 슈머 미국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의회에서 '트럼프 셧다운'이란 팻말을 세워놓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20일부터 시작된 연방정부 업무정지 사태를 '민주당 셧다운' 또는 '슈머 셧다운'으로 명명했다.[EPA=연합]

척 슈머 미국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의회에서 '트럼프 셧다운'이란 팻말을 세워놓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20일부터 시작된 연방정부 업무정지 사태를 '민주당 셧다운' 또는 '슈머 셧다운'으로 명명했다.[EPA=연합]

20일부터 시작된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업무정지) 사태가 22일 월요일까지 사흘째 이어지게 됐다. 상원 공화당과 민주당이 21일 밤까지 임시 예산안 처리와 유년기에 입국한 불법체류자 구제방안을 놓고 협상에 나섰으나 합의엔 실패했기 때문이다. 국방·치안·보건 등 필수분야를 제외한 연방정부 공무원 약 85만명이 주말 연휴 이후 출근하지 않게 됨으로써 셧다운 피해가 현실화됐다.

트럼프 "핵 옵션 발동해 정식 예산 표결" #슈머 "다카 구제법안 처리 약속부터 지켜라" #매코널, 임시 예산 표결 22일 정오로 연기 #국방·치안 필수 제외 공무원 85만 출근 안 해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당초 22일 새벽 1시 임시 예산안을 표결에 부치려는 일정을 민주당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 절차에 따른 토론 종결에 반대하자 22일 정오로 변경했다. 51(공화)대 49(민주ㆍ무소속)인 현재 상원 의석 분포상 민주당 동의 없이는 필리버스터를 종결시키는 데 필요한 60표(Super majorityㆍ가중다수결)를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대신 “3주간 임시 예산안을 통과시켜 정부를 재개한 상황에서 시한인 2월 8일까지 이민 문제에 대한 쟁점이 해결되지 않으면 유년입국자(DACAㆍ일명 드리머) 문제와 국경 장벽과 연관된 입법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이 요구하는 유년입국자 구제 입법을 2월 8일 이후엔 진행하겠다는 구두 약속을 한 셈이다.

이에 척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는 “협상은 계속하겠지만, 아직 양당 모두 수용할 수 있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본질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것(DACA)과 교환하는 대가로 대통령이 원하는 걸 주겠다고 동의했다. 대통령이 예스라고 답할 차례”라며 공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넘겼다. 공화당 매코널 원내대표의 약속은 언제든 트럼프 대통령이나 하원의 공화당 지도부에 의해 뒤집힐 수 있어 보다 분명한 약속을 요구한 것이다. 이는 셧다운 전날인 지난 19일 11시간 여 협상 동안 유년입국자를 보호하는 대가로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수치의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을 배정하기로 합의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잠정 합의를 깼다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정부 재개 없인 어떤 협상도 없다”는 완강한 입장을 고수했다. 오히려 공화당에 상원에서 필리버스터를 단순다수결(51%)로 강제 종결시킬 수 예외적 조치인 핵 옵션(Nuclear option)을 발동하라고 주문하기까지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오후 새러 샌더스 대변인을 통해 “척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의 19일 회담에 대한 설명은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기억이 흐릿한 거 같다”며 “민주당이 수백만 명의 미국인과 군인들을 인질로 잡고 있는 한 불법 이민자들의 지위에 관해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트윗을 통해서 “민주당은 불법 이민자들이 제한 없이 우리나라로 쏟아져 들어오길 바랄 뿐”이라며 “교착상태가 계속된다면 공화당은 51%(핵 옵션)를 발동해 임시 예산안이 아니라 진짜, 장기(1년 짜리) 예산안을 표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원에서 예외적 의사 절차인 핵 옵션은 공화당이 트럼프 행정부 들어 지난해 4월 닐고서치 연방대법관 인준 표결 때 한 차례 발동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매코널 원내대표는 대변인을 통해 “공화당 콘퍼런스(의원총회)는 입법 규칙을 바꾸는 데 반대한다”며 일단 거부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가 비타협적인 힘겨루기를 하면서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가 일주일 이상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믹 멀베이니 백악관 예산국장은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셧다운은 앞으로 일주일 이상 계속될 것”이라면서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두교서 발표(30일)까지 셧다운 사태를 몰고 가길 원한다”고 말했다.

공화당의 수전 콜린스(메인),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과 민주당의 조 맨친(웨스트버지니아), 하이디 하이트캠프(노스다코타) 등 초당적인 온건파 의원 20여 명이 이날 중재에 나섰지만 지도부 간 합의를 이끄는 데는 실패했다.
하이트캠프 의원은 이날 온건파 협상 후 "우리가 시간을 끌수록 해결책을 찾기 점점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했던 주 출신인 맨친 의원 등 민주당 상원의원 5명은 셧다운에 반대하는 표결을 했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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