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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송월이 머문 시간이 선호하는 공연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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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을 대표로 한 북측 시설점검단이 1박 2일 동안 서울과 강릉의 공연 시설을 돌아봤다. 이들은 지난 21일 오전 KTX를 타고 강릉으로 이동해 황영조기념관과 강릉아트센터를 둘러보고 1박 한 후 22일에는 서울에서 잠실학생체육관과 장충체육관 국립극장, 워커힐 공연장 등을 둘러봤다.

체육관 시설서는 10분 안팎 머물러 #국립극장, 강릉 아트센터선 150분, 78분 머물러 #음향과 조명 시설에 각별한 관심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평창동계올림픽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이 방한 이틀째인 22일 오후 공연장 후보 시설인 서울 중구 국립극장을 방문해 해오름극장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 뉴스1]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평창동계올림픽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이 방한 이틀째인 22일 오후 공연장 후보 시설인 서울 중구 국립극장을 방문해 해오름극장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 뉴스1]

 남측 시설에 대한 현 단장 일행의 호불호는 명확했다. 사전에 남측이 전달한 자료를 살펴보고 방문지를 빼거나, 방문 순서도 수시로 바뀌었다.
 특히 방문지에서 체류하는 시간에서 북측이 선호하는 공연장을 엿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개관한 지 20년이 지난 황영조기념관에선 7분, 잠실학생체육관은 10분, 장충체육관에선 15분 안팎을 머물렀다. 이 곳들은 모두 체육관이다.
 하지만 최근 개관한 강릉아트센터에선 150분여, 국립극장서 78분간 머물며 곳곳을 둘러보고, 꼼꼼히 체크해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측은 체육관을 별로 선호하는 것 같지 않은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그래서 강릉 공연장으로는 아트센터로 유력할 것이란 관측이다. 서울에서도 10여분 머물렀던 다른 곳들과 달리 현송월은 국립극장에서 78분 동안 머물며 “음악을 틀어 달라”거나 “조명은 어디 있느냐”고 관심을 보였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크기 보다는 내실있는 공연이 가능하고, 안전한 곳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 12월 15일 개관한 아트센터의 조명과 음향시설에 대해선 불만도 토로했다고 한다. 평창올림픽위 관계자는 “현 단장은 이태리제 조명(클레이파키)과 음향(마이어 사운드)을 교체할 수 있는지 하는 질문이 있었다”며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를 통해 시설을 교체할 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송월은 전체 규모(연면적 1만4642㎡, 지하 1층~지상 4층)에 비해 공연장 관객석이 998석이라는 점에 아쉬움을 보였다고 한다.
 올림픽위 관계자는 “현 단장이 '왜 이렇게 객석수를 적게 만들었느냐. 우리(북)는 더 큰(많은) 객석을 만들수 있었을 것'이라며 의아해 했다”고 전했다. 강릉시 관계자는 “아트센터는 쾌적한 공연환경을 위해 앞뒤 좌석간 거리가 다른 공연장보다 넓게 설계됐다”며 “그렇다보니 면적에 비해 좌석수가 적다”고 말했다. 소위 ‘화선공연’이라 불리는 지방 군부대 강당을 찾아 열악한 환경에서도 공연을 하곤 했던 현 단장이 476억을 들여 지난해 12월 15일 개관한 아트센터에 대해 아쉬움을 표한 것이다. 남북은 점검단의 의견을 토대로 공연 장소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첫날 긴장한 분위기와 달리 현 단장은 주민들에게 손인사를 하거나 웃음을 보이는 등 다소 여유를 찾은 모습이었다. 장충체육관 도착한 후 한 남성이 “민족의 이름으로 환영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자 고개를 돌려 바라보며 왼손을 들어 보였다. 강릉역에서도 “환영한다”는 주민들의 환송에 웃음지으며 손을 들어 보이고, 취재진이 인사를 건네자 “안녕하십니까”라고 답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왜 일정이 하루 늦었냐”“소감이 어떠냐”는 질문에는 일체 답하지 않았다.
 현 단장은 특히 시민들의 마스크에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현 단장은 서울로 향하는 KTX안에서 안내 담당에게 “왜 이렇게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이 많냐”고 물었고, “미세먼지 때문”이라고 하자 고개를 끄덕였다. 또 “시민들이 이렇게 환영해주는 걸 보니, 공연을 성과적으로 마칠 수 있을 것 같다”는 언급도 했다.
 한편 북한 관영 언론들은 연일 남한 때리기를 하고 있다. 전날 남측 보수 언론들을 향해 “쓰레기”라고 독설을 했던 노동신문은 이날 “반통일광신자 발악한다”고 주장했다.
강릉=전수진 기자, 공동취재단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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