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5형제" 대한민국 지킨다…기동헬기 수리온 군·경찰·소방까지

중앙일보

입력 2018.01.22 11:46

업데이트 2018.01.22 15:41

국산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기동 헬기인 KUH-1(수리온)이 열추적 미사일 교란용 플레어를 터트리고 있다. [중앙포토]

국산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기동 헬기인 KUH-1(수리온)이 열추적 미사일 교란용 플레어를 터트리고 있다. [중앙포토]

독수리 5형제가 대한민국을 지킨다. 독수리에서 이름을 따온 한국형 헬기 수리온 얘기다. 수리온은 군 기동ㆍ의무후송ㆍ경찰ㆍ소방ㆍ산림 분야 등 파생형이 크게 다섯 가지다. 당초의 국방에서 치안, 구조까지 임무 영역이 확장됐다. 덕분에 해외 제조 헬기가 지배하던 국내 시장에 국산 헬기 바람이 일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 운용되는 헬기는 모두 800여 대로 추산된다.

해병대 마리온, 미군처럼 헬기타고 상륙작전
의무후송 메디온, 수혈하며 부상병 후송작전
경찰·해경 국산 헬기로 교체…예산 절감효과
산림·소방 헬기도 수리온 파생형 도입 결정

수리온은 기존 미국 제조 헬기(UH-1Hㆍ500MD)가 30년 이상 운용돼 교체가 시급해지면서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됐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이 2006년 개발에 나서 2012년 6월 완성품을 선보였다. 헬기 독자 개발 국가로는 세계에서 11번째다. 방사청이 투입한 개발비는 1조3000억 원이다. 국산화를 통한 예산 절감액은 2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국내 독자 모델 개발 필요성은 1990년대부터 제기됐다. 해외 헬기 도입 비용 부담과 기술 종속성 때문이다. 여기에 경찰, 소방 당국의 헬기 수요도 대폭 늘어났다. 2000년대 초에는 기술적 난이도와 경제성이 충족되는 기동 헬기를 먼저 개발하고 공격헬기·민간부분 헬기로 확대하는 방침이 결정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서울 ADEX) 2017' 개막식에 참석해 수리온 시범비행을 보며 이왕근 공군참모총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서울 ADEX) 2017' 개막식에 참석해 수리온 시범비행을 보며 이왕근 공군참모총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중앙포토]

국내에서 처음 개발하다 보니 우여곡절도 있었다. 지난해 7월 감사원은 수리온 비행 성능에 문제가 있다는 감사 결과를 내놓았다. 그러나 비행 안정성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결론났다. 11월 열린 방위사업추진위원회는 납품 재개를 결정했다. KAI는 12월 소방용 헬기를 공개했고 지난 9일에는 상륙기동헬기 2대를 해병대에 인도하며 불명예를 벗어나고 있다.

경기도 포천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열린 2017년 통합화력 격멸훈련에서 수리온 헬기가 특공대원들을 지상으로 내려주고 있다. [중앙포토]

경기도 포천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열린 2017년 통합화력 격멸훈련에서 수리온 헬기가 특공대원들을 지상으로 내려주고 있다. [중앙포토]

육군은 2013년 수리온 도입을 시작해 2015년 실전 배치했다. 동체 길이 15m, 높이 4.5m에 최대 이륙 중량은 8709㎏이다. 최대 비행속도는 시속 259㎞, 비행시간은 2시간 이상이다. 비행 거리가 800㎞ 수준인 만큼 한반도 전역을 작전 범위에 둔다. 완전 무장한 8 ~ 9명이 탑승 가능하다.

기존 헬기와 달리 수리온에는 첨단 기능이 갖춰져 있다. ▶인공위성항법장치(GPS)와 관성항법장치(INS) 등 전자장비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공격에 대비한 미사일 경보수신기 ▶미사일 기만기 발사 장치 등이다. 총탄 피격에 대비해 연료탱크는 연료 유출과 폭발을 막는 내탄 능력을 구비했다. 게다가 통합 디지털 조종실, 통합 헬멧 시현장치, 3차원 전자지도, 4축 자동비행 조종장치(AFCS)도 갖춰 주ㆍ야간 악천후에도 전술 기동이 가능하다. 헬기로 이동해야 할 좌표만 입력하면 자동으로 운항되기도 한다. 육군에는 2023년까지 모두 200여 대가 배치된다.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이 해상 착함 시험 비행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이 해상 착함 시험 비행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10일 해병대가 인수한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은 수리온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기능은 몇 가지가 추가됐다. ▶장거리 작전에 필요한 통신 장비 HF무전기, 위치 정보를 제공하는 전술공중항법장치(TACAN) ▶비상 착수 시 헬기가 30분 이상 바다에 뜰 수 있는 장비 ▶비행시간을 1시간 늘려주는 보조연료탱크 ▶조종석 시야를 확보하는 윈드쉴드 세척액 분사 장치 등이다. 해병대는 2023년까지 마린온 28대를 확보할 계획이다.

지난 2016년 12월 개발을 완료한 의무후송 전용 헬기 메디온은 산소공급장치, 인공호흡기 등 응급 의료장비가 탑재돼 있다. [중앙포토]

지난 2016년 12월 개발을 완료한 의무후송 전용 헬기 메디온은 산소공급장치, 인공호흡기 등 응급 의료장비가 탑재돼 있다. [중앙포토]

군은 ‘메디온’으로 불리는 의무후송전용헬기 10여 대도 도입할 예정이다. ▶의료 장비를 갖춘 의료지원 체계 ▶비행 안전성을 높이는 레이더/지상충돌경보 장치 ▶구조요원과 통신할 수 있는 무선 ICS/TRS 무전기▶보조연료탱크 등을 장착했다. 전방지역에서 작전 중 중상을 입어도 골든 타임 안에 수도권 병원으로 후송해 생명을 구할 수 있게 됐다. 메디온의 위력은 2015년 목함지뢰 사건 당시 입증됐다. 부상당한 병사 두 명을 28분만에 성남 국군수도병원으로 후송해 생명을 구했다. 두 명은 과다 출혈로 위독한 상태였지만 헬기 안에 항공 후송용 응급처치 세트가 갖춰져 군의관이 수혈할 수 있었다.

경찰에도 도입한 수리온 기반 헬기 참수리 비행모습 [KAI 제공]

경찰에도 도입한 수리온 기반 헬기 참수리 비행모습 [KAI 제공]

수리온은 경찰서도 사용한다. ‘참수리’로 불리는 경찰용은 경찰 임무에 맞게 기능을 갖췄다. ▶항공 순찰을 위한 적외선과 광학과 적외선(EO/IR) 카메라, 항공영상무선전송장치 ▶탐조등/대지방송장비 ▶비상 부주 장비 등이 그것이다. 경찰은 모두 8대를 도입할 예정이다. 해양경찰도 2대를 들여온다. 해양 경찰은 중국 등의 불법조업 단속 등에 투입할 예정이다. 해양 작전에 필요한 탐색레이더와 자동위치식별장치(AIS)를 갖췄다.

해경은 육경(육상 경찰)에 이어 경찰용 헬기로 수리온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KAI 제공]

해경은 육경(육상 경찰)에 이어 경찰용 헬기로 수리온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KAI 제공]

산림청도 수리온을 도입해 산불 진화 및 구조 임무에 투입한다. KAI는 지난해 12월 1일 경남 사천 본사에서 올 4월 산림청에 공급할 헬기를 공개했다. 산림 헬기는 2000ℓ 규모 배면 물탱크에 물을 채워 산불 진화에 나선다. 지상 4m 이하 높이에서 48초 만에 물을 가득 채우고 10회 정도 물을 뿌릴 수 있다. 산림헬기는 산악 인명구조에도 쓰인다. 디지털 3차원 전자지도와 지상충돌경보장치(EGPWS)도 탑재해 야간과 악천후 에서도 원활한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산림청은 정부 기관 중 가장 많은 45대의 헬기를 운용하는데 모두 외국산이다. 이번에 1대를 공급한 뒤 현장에서 능력이 입증되면 순차적으로 국산 헬기로 교체될 수 있다. 산림청은 2025년까지 야간 산불 진화가 가능한 산림 소방헬기를 90대 정도 보유한다는 계획이다.

수리온 산림헬기가 소방수를 투하하고 있다. [중앙포토]

수리온 산림헬기가 소방수를 투하하고 있다. [중앙포토]

소방헬기 도입도 시작됐다. 제주소방청은 섬 지역 특성에 맞게 중증응급환자 이송과 등반객 산악사고, 해상수산사고, 산불 진압 등 다양한 임무에 투입할 헬기로 수리온을 선택했다. 소방헬기에는 메디온과 산림헬기 성능이 반영됐다. 제주도 소방본부 관계자는 “국토부 감항(堪航) 인증 등을 거쳐 오는 3월쯤 납품을 받아 7월께 현장에 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수리온은 지난해 감항 증명을 받기 전이어서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기도 했다. 소방 헬기는 군용이 아닌 민수용으로 분류돼 특별 감항 증명이 필요하다. 소방 헬기는 지난해 10월 초도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제주도가 수리온 소방헬기 1대를 인수해 실전배치를 마치면 다른 기관에서도 도입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

제주도 소방청은 소방헬기로 수리온을 도입하기로 결정하고 격납고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 [KAI 제공]

제주도 소방청은 소방헬기로 수리온을 도입하기로 결정하고 격납고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 [KAI 제공]

수리온 헬기가 다양한 파생형을 양산하고 해외 수출까지 넘보는 이유는 성능을 인정받아서다. 수리온 개발에는 KAI를 비롯해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등 국내외 180여 업체와 연구기관이 참여했다. 여기에 항공기 제조 전문사 에어버스도 설계 과정부터 참여했다. 수리온 개발 관계자는 “에어버스는 개발 초기부터 지원을 했다”며 “노하우가 전수돼 헬기 개발을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에어버스는 국내 방산업체 S&T와 트렌스 미션 국산화를 위한 기술 이전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발전기와 엔진 시동기는 미국 엔진 제조 전문기업인 하니웰(Honeywell)이 한화테크윈과 협력해 공급했다. 하니웰은 이미 국내 업체와 공동개발에 나선 경험이 있다. 육군이 운용하는 자주포(K-9ㆍK-55A1)에 장착하는 관성항법장치 기술을 한화테크윈과 공동 개발하고 정비 기술도 제공했다. 하니웰 관계자는 “한국과 기술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수리온 정비 국산화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KAI는 기동헬기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공격 헬기도 개발하고 있다.

KAI에서 개발한 수리온 파생형 헬기 [KAI 제공]

KAI에서 개발한 수리온 파생형 헬기 [KAI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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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는 현재 수리온 220여 대 계약을 완료했고 2023년까지 130여 대를 납품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5조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파악된다. 임무에 따라 제조 비용에는 차이가 있다. 군용은 대당 250억 원, 경찰 등 관용은 230억 원 정도다. 앞으로 국내 헬기 시장에서 점유율도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관용 헬기가 114여 대 운용되고 있지만 상당수 노후 된 기종이어서 교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탐색구조와 해상작전 등에 특화된 군용 헬기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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