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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올림픽’,‘내폭’,‘관제개헌’…여야 네이밍 ‘고지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평창올림픽이 평양올림픽이 되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이 21일 오전 서울역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리고 있다. 오종택 기자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이 21일 오전 서울역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리고 있다. 오종택 기자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22일 오전 페이스북에 올린 글의 일부다. “아침 뉴스를 보니 온통 북에서 내려온 여성 한 명에 대한 아무런 감흥 없는 기사로 도배 되어 있다”고 비판하면서 ‘평양올림픽’이라는 명칭을 썼다. 최근 한국당의 공식 논평에서 끊임없이 거론되는 ‘네이밍(namingㆍ이름짓기)’이다. 전날 같은 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국회 정론관에서 “평화올림픽을 빌미로 평창 동계올림픽을 평양올림픽으로 상납했다”고 비판했다.

‘평화’vs ‘평양’ 네이밍 전쟁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의 네이밍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현 대변인은 장제원 수석대변인의 ‘평양올림픽에는 김정은 체제 선전가만 울려 퍼질 것’이라는 발언에 대해 “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성공을 기원하는 개최도시인 강원도 평창과 강릉시민과 국민의 바람에 찬물을 끼얹는데 급급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현 대변인.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현 대변인. [연합뉴스]

민주당은 ‘평화올림픽’이라는 명칭으로 평창 겨울올림픽을 표현하고 있다. 제윤경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1일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 등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의 방남과 관련, “이로써 평창동계올림픽은 진정한 평화 올림픽에 한 발 더 다가가게 됐다”고 논평했다.

국민적 관심이 쏠린 이슈를 어떻게 명명하느냐는 정치적 승부를 좌우할 만큼 영향력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더 설득력있게 여론을 붙잡을 수 있는 ‘네이밍 고지전(戰)’이 벌어지는 셈이다.

정치보복 vs 내폭(內爆)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에서도 유사한 논란이 벌어졌다. 다스 및 국정원 특수활동비 사용 의혹 등에 대한 수사에 대해 여야는 상반된 프레임을 가진 명칭을 제시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에 대한 수사를 “정치보복”이라고 규정했다. 측근들은 “보수 궤멸을 위한 정치 보복”이라고 말했다. 이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틀 뒤인 지난 19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바깥의 정치보복이 아니라 내폭(內爆)이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의 집사 역할을 한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검찰에서 내부 고발을 했다는 점을 부각한 표현이다.

같은 당 박범계 의원은 지난 21일 이 전 대통령 관련 의혹을 추가 폭로하면서 “다스 수사는 정치보복이 아니라 내부고발자의 양심선언에서 시작한 수사”라고 주장했다.

여야 모두 ‘국민개헌’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이후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는 개헌 이슈도 여야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1월 10일 청와대 신년 기자회견에서 출입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이 1월 10일 청와대 신년 기자회견에서 출입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중앙포토]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개헌 논의를 걷어차고 자신만의 정치적 목적과 이해 달성을 위한 문재인 ‘관제개헌’을 반드시 저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이 참여하는 ‘국민개헌’만이 대한민국 체재를 진정을 바꿀 수 있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튿날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개헌-정개특위가 첫발을 내딛자마자 자유한국당은 개헌 저지를 공언하며 국민개헌 발목잡기에 나섰다”며 “대통령의 신년사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며 기존의 논의되거나 합의된 사안을 무시하는 강짜를 부렸다”고 비판했다. 여야는 강하게 대립했지만 모두 ‘국민개헌’이라는 이름을 썼다.

김승현 기자 s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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