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업무상 스트레스로 ‘과로사’ 집배원 2명 순직 인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전국우체국노동조합이 17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분신 사망한 집배원 원모(48)씨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와 함께 집배원의 근로 환경 개선을 촉구했다. 하준호 기자

전국우체국노동조합이 17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분신 사망한 집배원 원모(48)씨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와 함께 집배원의 근로 환경 개선을 촉구했다. 하준호 기자

업무상 스트레스로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집배원 두 명이 순직을 인정받았다.

집배노조(위원장 최승묵)에 따르면 공무원연금공단은 지난 17일 두 집배원 유족의 유족보상신청을 승인했다. 고 이길연 집배원의 유족들은 “순직이 인정될 때까지 장례를 치르지 않겠다”고 밝히고 이날까지 136일째 장례를 치르지 않았다. 공단의 순직 인정으로 장례를 치를 수 있게 된 것이다. 노조와 유족은 장례절차를 논의 중이다.

원영호(당시 47살) 씨는 지난해 7월 자신이 근무하던 경기도 안양시 안양우체국 어귀에서 인화성 물질을 몸에 뿌린 뒤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틀 만에 세상을 떴다. 노조 쪽은 “안양 지역은 신도시 조성 등으로 물량이 급증했지만, 적정 인원이 증원되지 않아 업무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주장해 왔다.

광주 서구 서광주우체국에서 근무하던 이길연(당시 53살)씨도 지난해 9월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는 그해 8월 우편물을 배달하던 중 발생한 교통사고로 부상을 입었지만, 건강을 회복하기도 전에 우체국 쪽으로부터 출근을 독촉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유서에는 “두렵다. 이 아픈 몸 이끌고 출근하라네. 사람 취급 안 하네”라고 적혀 있었다.

한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명길 국민의당 의원이 우정사업본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7년 9월까지 우정사업본부에서 218명의 직원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과 2014년, 2016년엔 38명, 올해는 9월까지 32명이 사망했다.

우정사업본부가 분류한 사망원인 중에는 질병이 144건으로 가장 많았고 자살이 34건이었다. 교통사고는 29건이었고 익사 4건, 추락사 2건이었으며 감전사고, 저체온증, 압사 등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5건 있었다. 이 중 순직이 인정된 경우는 24건이었다.

노조는 “자살의 순직 인정률이 너무 낮아 걱정했는데 예상보다 빨리 좋은 결과가 나와서 다행”이라며 “공단은 이번 순직 인정을 계기로 자살과 업무 연관성을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승묵 위원장은 “두 분의 죽음은 살인적인 집배노동 현실을 보여 줬다”며 “안타까운 상황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인력을 충원하고 집배원 노동강도와 노동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배재성 기자 hongody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