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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대화, 김정은이 운전대, 문재인은 조수석 트럼프 뒷자리”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전(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필리핀문화센터(CCP)에서 열린 제31회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 개막식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17.11.13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전(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필리핀문화센터(CCP)에서 열린 제31회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 개막식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17.11.13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번 남북 대화를 주도하고 있는 건 트럼프 미 대통령도, 문재인 대통령도 아닌 북한의 김정은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WP는 20일(현지시간)“문재인 대통령이 ‘운전자론’을 내세워 한반도 문제를 주도하는 인상을 주고 있지만, 실제로 운전대를 쥐고 있는 건 북한의 김정은처럼 보인다” 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김정은과 문 대통령의) 뒷자리에 타서 (김정은이 운전하는 곳으로) 따라가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WP는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줄곧 북한에 대화 메시지를 보냈지만, 김정은은 신년사 발표 때까지 거절했고, 핵 프로그램의 완성을 선언한 후에 한국을 향해 ‘긴장 완화’를 요구했다”고 했다.

이어 “한국은 협상 과정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시기 북한의 관현악단과 응원단 파견에 이어 여자 아이스하키 종목 단일팀 형성에도 북한이 설정한 협상 시간과 의제에 전폭 동의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매체는 한국 내에서 아이스하키 단일팀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한편 WP는 두 정상의 전화 통화 내용을 잘 아는 소식통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일 문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남북 대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을 내 공으로 공개 인정해달라”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당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 대화와 관련된 양측의 관심사를 논의하던 중이었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화 통화에서 “한국 비즈니스 에티켓에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an unimaginable informality in Korean business etiquette)” 호칭인 ‘재인’이라고 문 대통령을 칭했다. 또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미스터 프레지던트(Mr. President)’라고 불렀다고 WP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통화 이후 자신의 트위터에 “내가 확고하고, 강력하고, 북한에 맞서 우리의 모든 힘을 쓸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면 남북 간 대화가 이뤄질 거라 믿는 사람이 있겠느냐”라고 썼다.
6일 뒤엔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남북 대화 성사에 트럼프 미 대통령의 공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가”라는 한 기자 질문에 “그의 공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감사를 표하고 싶다“고 답했다.
WP는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는 자신이 능수능란한 협상가(masterful negotiator)라는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평창동계올림픽과 관련, 보다 활발해진 남북한 외교의 공로 대부분을 ‘자신의 것’으로 주장하고 또 가져가려 한다”고 분석했다.

배재성 기자 honogod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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