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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정신으로 평창행 꿈 이룬 통가 근육맨 "기적이 일어났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16 리우올림픽 개회식에 통가 전통 의상을 입고 기수로 나선 타우파토푸아. [사진 타우파토푸아 인스타그램]

2016 리우올림픽 개회식에 통가 전통 의상을 입고 기수로 나선 타우파토푸아. [사진 타우파토푸아 인스타그램]

 지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개회식의 스타였던 오세아니아 통가의 태권도 선수 니콜라스 타우파토푸아(35)를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도 볼 수 있게 됐다.

타우파토푸아는 21일 아이슬란드 이사피에르뒤르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FIS컵 크로스컨트리 남자 10㎞ 프리 종목에서 34분56초6에 골인해 6위에 올랐다.  이 성적으로 타우파토푸아는 겨울올림픽 크로스컨트리 스키에 참가할 수 있는 포인트를 모두 확보하면서 평창행 티켓을 마침내 거머쥐었다. 그는 미국 NBC와 인터뷰에서 "내게 마지막 기회가 다름 없었다.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면서 감격해했다. 그는 평창올림픽 출전을 위해 고향 통가에서 1만여km 떨어진 아이슬란드를 비롯해 콜롬비아, 터키, 폴란드 등 전세계를 누비고 평창행 티켓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타우파토푸아가 주목받은 건 성적이 아닌 외부적인 요인 때문이었다. 그는 지난 2016년 8월 열린 리우올림픽 개회식에서 전세계 206개국 1만500여명의 선수단 중에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다. 상의를 탈의한 채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며 국기를 들고 입장한 그는 온 몸에 오일을 바른 채 통가의 전통의상을 입고 있었다. 미국 CBS스포츠는 "상체를 드러낸 한 근육질 남성이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놓았다"고 전했다. 당시 그는 여러 모델 에이전시와 영화 제작사로부터 러브콜도 받았고, 유명 선수들도 선수촌 내에서 그와 사진을 찍으려는 요청이 이어지는 등 리우올림픽 개회식 스타로 떴다.

태권도 선수로 리우올림픽 당시 1회전에서 탈락했던 타우파토푸아는 또다른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바로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이다. 지난 2016년 12월에 크로스컨트리 스키 선수로 변신했던 그는 각종 대회에 출전하면서 평창올림픽 출전 꿈에 도전했다. 그는 해변의 모래밭에서 체력 훈련을 하고, 롤러 스키를 타면서 실전 감각을 유지해왔다. "모래와 코코넛이 있는 나라에 와서 눈이 낯설다"던 타우파토푸아는 "내가 생각해도 미친 일이다.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지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롤러 스키를 타는 타우파토푸아. [사진 타우파토푸아 인스타그램]

롤러 스키를 타는 타우파토푸아. [사진 타우파토푸아 인스타그램]

지난해 1월 본격적으로 스키 수업을 받고, 한달만에 세계선수권대회 크로스컨트리 예선에 출전했던 그는 당시 156명 중 153위로 예선 탈락했다. 그나마 지난해 12월 23일 터키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레이스 대회에 출전하면서 꾸준하게 '탈꼴찌' 성적을 냈다. 그리고 겨울올림픽 출전 꿈을 이뤄냈다.  타우파토푸아는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서 참가비를 모으기 위한 기부 참여를 외부인들에게 독려하고 있다. "나는 아무것도 없다. 우리는 작은 나라"라고 한 타우파토푸아. 하지만 평창올림픽 출전 꿈을 이루고 싶은 마음은 흔들리지 않았고, 꿈을 이뤘다. 평창의 추운 날씨 탓에 평창올림픽 개회식엔 리우올림픽 때처럼 온몸을 드러내진 못할 전망이다. 타우파토푸아는 "한 번에 한 걸음만 내디딜 것이다. 당장은 (올림픽 출전권 획득을)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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