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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팀 이슈에 관한 예언적 고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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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장혜수 스포츠부 차장

장혜수 스포츠부 차장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이 확정됐다. 한국 23명에 북한 12명을 합쳐 35명. 경기 때 벤치에 앉는 출전 엔트리 22명에는 북한 3명을 포함토록 했다. 단일팀의 국호(Coree), 국가(아리랑), 국기(한반도기)도 결정됐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16일 지적했듯이 “여자 아이스하키가 메달권에 있거나 그렇지 않고” “선수들도 그다지 큰 피해의식이 있지 않아서” 부정적 여론(‘무리해서 단일팀 구성할 필요 없다’ 72.2%, 한국리서치 9~10일 조사)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여 성사시켰다.

단일팀은 어떤 성적을 내든 좋은 소리를 듣기 어렵다. 엔트리 35명 팀이 23명의 팀을 이긴다면 불공정 시비가 일 게 뻔하다. 같은 조의 스위스는 이미 불공정 문제를 제기했다. 반대로 질 경우 책임 소재를 놓고 시끄러울 것이다. 승부를 복기하다 보면 ‘어땠을까’ 따질 수밖에 없고, 단일팀이 도마에 오를 것이다.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세계청소년축구대회 남북 단일팀이 감동이었던 건 우승과 8강 진출이라는 좋은 성적 덕분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진천선수촌을 방문해 “(단일팀 구성이)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씻어내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여자 아이스하키 실업팀 창단 가능성이 흘러나왔다. 남자 아이스하키도 비인기 종목인 한국에서, 평창올림픽까지 끝난 마당에 등 떠밀리거나 눈치 보지 않고 나설 주체가 있을지 궁금하다. 오히려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 박채린 선수의 어머니 이은영씨의 “평창 이후에는 다시 ‘우리만의 리그’로 돌아갈 것”이라는 전망이 문 대통령의 수사(修辭)보다 현실적이며 정직하게 들린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9일 “‘남북 화해 무드를 이어간다’는 방침 아래 8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공동 입장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시인인 도 장관이 ‘단일팀 추진도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는 ‘유체이탈’식 표현을 썼지만 밀어붙일 건 불 보듯 뻔하다. 굳이 8월까지 갈 것도 없다. 6월에 2018 러시아 월드컵 축구대회도 있다. ‘남북 화해 무드’같이 중요한 일에 축구를 뺀다면 ‘차별’이다. 개막까지 143일 남았다. 남자축구도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59위)은 메달권(4강)이 아니다. 서둘러 남북 축구회담도 열고, FIFA와 협의해야 한다. 국호, 국가, 국기야 평창처럼 한다 해도 최종 엔트리를 ‘23+알파(α)’로 할지, 신태용 감독에게 전권을 줄지 전 국민 응원 구호를 “다~안일팀, 짝짝짝 짝짝”으로 할지 등 문제가 산적해 있으니까.

장혜수 스포츠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