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설

현실과 이상의 괴리만 확인시킨 최저임금 정책

중앙일보

입력 2018.01.22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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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청와대가 최저임금에 대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어제 휴일까지 반납하고 출근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저임금 인상은 꿈을 잃은 우리 젊은이들에게 꿈을 찾아 주는 작은 첫걸음”이라면서 “인건비 증가를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만 전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정부의 확고한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높은 청년 실업률과 소비 부진에 시달리는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헤아린 안타까움과 이를 돌파하려는 의지는 평가하고자 한다.

하지만 관건은 현실과의 괴리다. 지난 18일 정책 담당자들은 소상공인들의 한숨과 불안을 생생히 경험했다. 식당 주인들은 “감당하기 어렵다”고 했고, 종업원들도 “장사가 잘돼야 (임금을) 올려줘도 마음이 편하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이에 정책 담당자들은 무거운 표정을 지은 채 현장을 빠져나와야 했다. 소상공인들에게 일자리안정기금 이용법, 신용카드 수수료와 보증금·임대료 인상률 인하 등을 설명했지만 “당장은 실효성이 없다”는 하소연을 들어야 했다.

그런데도 청와대가 어제 또다시 최저임금의 당위성만 강조한 것은 아쉬움을 남긴다. 그 높은 이상을 모를 사람은 없다. 하지만 정책 당국자들이 정작 할 일은 정책이 실효성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아무리 착한 정책이라도 부작용이 크면 수정이 필요하다. 마침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월례보고를 할 수 있게 됐다. 경제 컨트롤타워로서 실효성 있는 정책 조율 방안을 보고해야 할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 비용은 사회적으로 분담해야 한다”고 드라이브만 걸어선 현실과의 괴리만 키울 뿐이다.

해법은 이미 나와 있다. 주요 선진국처럼 상여금·수당을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포함시키고, 3년 내 54.5%에 달하는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이다. 청와대가 할 일은 이 대책에 반대하는 노동계를 설득하는 일이다. 그것이 청년들의 꿈 실현을 촉진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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