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 푸에블로함 나포 당시 북한에 70㏏ 핵폭탄 투하 검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지난 2006년 6월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푸에블로함의 모습. 대동강에 전시되던 푸에블로함은 2013년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이 있는 보통강구역으로 옮겨져 전시 중이다. [AP=연합뉴스]

지난 2006년 6월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푸에블로함의 모습. 대동강에 전시되던 푸에블로함은 2013년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이 있는 보통강구역으로 옮겨져 전시 중이다. [AP=연합뉴스]

미국이 북한에 대한 핵 공격까지 검토했던 푸에블로함 나포 사건(1968년 1월 23일)이 23일로 50주년을 맞는다.

미 국방부 비밀해제 문건 분석 #올해로 50주년 … 미 해군 최대 치욕 #“나가사키 3배, B-52 폭격기 이용” #존슨 ‘군사옵션’ 거부 … 항모 3척 압박

이 사건은 ‘김신조 사건’으로 불리는 북한 무장공비의 청와대 습격사건(68년 1월 21일)이 일어난 지 이틀 만에 발생했다.

북한이 잇따라 초대형 군사도발을 감행하면서 당시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 놓였다.

CNN은 “(사건이 발생한) 68년은 평양과 서울, 워싱턴 사이에 어떤 대화도 차단될 정도로 긴장이 극에 달했다”며 “여러 비밀문건을 통해 볼 때 한반도에서 다시 한번 전쟁(제2차 한국전쟁)이 일어날 수 있었던 시기”라고 21일 보도했다.

그러면서 “김일성이 꿈꾸던 핵무기를 북한이 보유하고, 워싱턴에서 대북 선제공격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오늘날의 상황이 더 위험하다”고 평가했다.

푸에블로함 나포 사건은 미 해군 역사상 최대 치욕 사건으로 꼽힌다. 정보수집함인 푸에블로함은 그해 1월 11일 일본 나가사키현 사세보항을 출항해 평소처럼 공해상에서 대북 감청 작전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북한 어뢰정의 공격을 받고 나포됐다. 교전 중 1명이 사망했고, 82명이 간첩 혐의로 감금됐다. 당시 체포됐던 조리병 스투 러셀은 “북한은 쥐와 벼룩이 가득한 곳에 우리를 가두고 물도 제대로 주지 않았다”며 “신문 과정에서 고문을 가해 스파이라고 자백하도록 했다”고 CNN에 말했다.

미국은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봤다. 2014년 공개된 미 국방부 기밀문건에 따르면 핵공격 시나리오까지 검토됐다. 나포 4개월 만인 그해 5월 율리시스 샤프 당시 태평양지구 총사령관이 작성한 보고서였다.

‘자유의 투하(Freedom Drop)’라는 이름 아래 최대 70㏏(1㏏은 TNT 1000t의 폭발력)의 폭발력을 가진 핵폭탄을 B-52 폭격기를 이용해 투하한다는 내용이었다.

2차 세계대전 말 미군이 일본 나가사키에 떨어뜨린 핵폭탄(21㏏)의 3배가 넘는 파괴력이었다. 시나리오에는 핵공격과 동시에 전투기와 지상군을 투입해 북한군을 타격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는 뜻이었다.

그해 2월 2일부터 판문점에서 시작된 북미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미군은 핵공격을 포함해 12가지 군사옵션을 준비했다. 그러나 린든 존슨 당시 대통령은 직접 공격을 거부하고 해군 함정과 전투기 출격 등 군사적 압박만 승인했다. 이후 미군은 핵추진 항공모함인 엔터프라이즈함(CVN-65)을 포함해 모두 3척의 항모를 한반도 인근 해역에 집결시키고 수백 대의 전투기를 출격시켰다.

미국은 76년 8월 발생한 판문점 도끼만행사건 때에도 비슷한 방식을 취했다.

핵공격이 가능한 F-111 전투기 20대와 B-52 폭격기 3대를 한반도에 급파하고, 항모 미드웨이함(CV-41) 등 5척의 함대를 동해로 이동시켰다. 일각에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역시 선례를 따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군은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첫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핵항모 3척을 동해에 집결시키는 등 최근 들어 북한을 군사적으로 크게 압박하고 있다. 또 미 정부가 다음달 발표할 예정인 ‘핵 태세 검토보고서(NPR)’에는 북한 등 위험국가에 대한 핵공격을 더 쉽게 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미국은 68년 12월 북측 요구(간첩 혐의 인정, 공식 사죄)를 들어주는 대가로 푸에블로함 장병을 귀환시켰다. 그러나 푸에블로함은 50년째 미귀환 상태다.

북한은 승전 기념품인 푸에블로함을 선전 도구로 쓰고 있다. 당초 대동강에 전시하다가 2013년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이 있는 보통강구역으로 옮겨 전시 중이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