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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도 쳐냈다, 여자 컬링 평창 꿈 ‘헐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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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세계최강 캐나다 호먼팀을 꺾는 이변을 연출한 한국여자컬링대표팀. 이들은 2006년 경북 의성에서 취미로 컬링을 시작했다. 왼쪽부터 김민정 감독, 김초희, 김영미, 김선영, 김경애, 김은정. [중앙포토]

세계최강 캐나다 호먼팀을 꺾는 이변을 연출한 한국여자컬링대표팀. 이들은 2006년 경북 의성에서 취미로 컬링을 시작했다. 왼쪽부터 김민정 감독, 김초희, 김영미, 김선영, 김경애, 김은정. [중앙포토]

“판타스틱 샷! 빅샷!”

올림픽 전초전 그랜드슬램 대회 #손톱 하나 차이 가드 뚫고 3점 샷 #평창 첫 경기 상대 캐나다팀 꺾어 #김씨 7명 한국팀 메이저 대회 3위 #컬링 첫 올림픽 메달 가능성 높여

캐나다 TV 중계진이 한국 여자컬링대표팀의 플레이에 보낸 찬사다.

21일 캐나다 앨버타주 캠로즈에서 열린 한국과 캐나다의 ‘메리디안 캐나다 오픈 그랜드슬램 오브 컬링’ 여자부 플레이오프 8강전 6엔드. 스킵(주장) 김은정(28)이 오밀조밀 모인 상대의 4개 가드 사이로 스톤을 딜리버리했다. 이 스톤이 하우스의 버튼(동그란 표적의 중앙)에 위치한 상대팀 스톤을 쳐내면서 한국은 한꺼번에 3득점에 성공했다. 캐나다의 한 언론은 “스톤이 손톱 하나 차이로 통과해 점수를 뽑아냈다”고 극찬했다.

컬링 여자대표팀은 전원 김씨로 구성돼 팀 킴(Team Kim)이라 불린다. 가운데 김민정 감독을 중심으로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영미·선영·은정·경애·초희. 영미와 경애는 자매고 영미-은정, 경애-선영은 의성여고 동기동창이다. [중앙포토]

컬링 여자대표팀은 전원 김씨로 구성돼 팀 킴(Team Kim)이라 불린다. 가운데 김민정 감독을 중심으로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영미·선영·은정·경애·초희. 영미와 경애는 자매고 영미-은정, 경애-선영은 의성여고 동기동창이다. [중앙포토]

한국(세계 8위)은 이날 캐나다 호먼팀을 7-4로 꺾었다. 호먼 팀은 지난해 세계여자컬링선수권대회에서 13전 전승으로 우승한 현 세계챔피언이다. ‘컬링 강국’ 캐나다에서 국가대표로 선발돼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 출전한다. 한국은 다음달 15일 평창올림픽 예선 첫 경기에서 캐나다 대표팀(호먼 팀)과 맞붙는다.

한국은 비록 4강에서 캐나다의 첼시 케리팀에 4-6으로 아깝게 져 동메달을 땄다. 그러나 월드컬링투어 메이저대회인 그랜드슬램에서 3위에 오르며 18일 앞으로 다가온 평창올림픽에서 한국 컬링 사상 첫 올림픽 메달 획득 전망을 밝게 했다.

왼쪽부터 컬링 여자 국가대표 김민정 감독, 김영미, 김선영, 김경애, 김은정. [중앙포토]

왼쪽부터 컬링 여자 국가대표 김민정 감독, 김영미, 김선영, 김경애, 김은정. [중앙포토]

의성여중·고에 다니던 시골소녀들이 취미 삼아 컬링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06년. 그 소녀들이 한국 컬링대표팀의 주축으로 성장하더니 12년 만에 세계 1위를 꺾었다. 의성군 인구는 5만3474명에 불과하다.

이들이 컬링을 시작하게 된 것은 2006년 경북 의성군에 컬링전용경기장이 생긴 것이 계기가 됐다. ‘한국 컬링 개척자’ 김경두(62) 전 대한컬링연맹 부회장은 “1990년대 초반엔 컬링은 ‘얼음판에 요강을 굴려 빗자루로 쓰는 이상한 놀이’라고 취급받았다. 빙상장에 페인트로 하우스를 그렸다가 쫓겨날뻔한 적도 있다. 그래서 가족과 친구들을 다 끌어 모았다. 2006년 경북과 경북컬링협회의 도움을 받아 고향 의성에 국내 최초의 컬링전용경기장을 지었다”고 회상했다.

 한국 컬링 국가대표팀. 왼쪽부터 여자팀 김경애·김선영·김영미·김은정·김초희와 김민정 감독. 남자팀·믹스더블팀 장반석 감독과 장혜지·이기정. 남자팀 임명섭 코치와 김민찬·오은수·이기복·김창민·성세현. 15명 중 가족이 7명이나 된다. 김경애와 김영미는 자매다. 김민정과 장반석 감독은 부부지간이다. 김민찬은 김민정의 남동생이다. 이기정과 이기복은 일란성 쌍둥이다. [중앙포토]

한국 컬링 국가대표팀. 왼쪽부터 여자팀 김경애·김선영·김영미·김은정·김초희와 김민정 감독. 남자팀·믹스더블팀 장반석 감독과 장혜지·이기정. 남자팀 임명섭 코치와 김민찬·오은수·이기복·김창민·성세현. 15명 중 가족이 7명이나 된다. 김경애와 김영미는 자매다. 김민정과 장반석 감독은 부부지간이다. 김민찬은 김민정의 남동생이다. 이기정과 이기복은 일란성 쌍둥이다. [중앙포토]

당시 의성여중에 다녔던 김영미(27)는 “친구 (김)은정이와 함께 방과 후 활동으로 컬링을 시작했다. 동생 (김)경애(24)는 컬링장에 물건을 건네주러왔다가 얼떨결에 따라하게 됐다. 경애가 학교 칠판에 ‘컬링할 사람 모집’이라고 적었는데, 경애 친구 김선영(25)이 자원했다”고 전했다. 여기에 경기도 고교 유망주 김초희(22)가 2015년 가세하면서 ‘팀 킴’이 완성됐다.

한국여자컬링대표팀

한국여자컬링대표팀

한국 여자컬링대표팀은 현재 팀원 전원이 김씨다. 그래서 컬링대표팀은 국제대회에 나갈 때 마다 “한국은 김(金)씨 가문의 아버지와 딸 6명으로 이뤄진 팀인가?” 라는 질문을 받는다. 한국은 스킵 김은정을 비롯해 김영미·김선영·김경애·김초희 등 선수 5명의 성(姓)이 모두 김씨다. 여기에 김민정(37) 감독과 단장격인 김경두 전 컬링연맹 부회장까지도 모두 김씨다.

컬링은 보통 스킵의 성을 따서 팀명을 붙인다. 그래서 한국팀의 이름은 ‘팀 킴(Team Kim)’이다. 모두 한 가족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지만, 김영미와 김경애 두 사람만 친자매다.

김경애는 “팀원 전원이 김씨라고 하면 외국인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그래서 지난 2013년 아침식사를 하다가 각자 음식이름을 따 즉석에서 애칭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김경애의 애칭은 ‘스테이크’, 김영미는 ‘팬케이크’, 김선영은 계란요리 서니 사이드 업에서 따온 ‘써니’다. 또 김은정은 요거트 이름에서 따온 ‘애니’, 막내 김초희는 과자이름인 ‘쵸쵸’다.

팀워크가 중요한 컬링은 대표팀 구성이 팀 단위로 이뤄진다. 여자대표팀은 모두 경북체육회 소속이다. 컬링은 빙판 위에서 스톤(돌)을 던져 브룸(브러시)으로 빙면을 닦아 하우스 중앙에 가깝게 붙이는 팀이 이기는 경기다. 팀당 4명씩 출전해 엔드당 스톤 8개씩을 던져 10엔드로 승부를 가린다. ‘팀 킴’ 선수 5명은 숙소로 사용하는 같은 아파트에서 이층침대를 나눠쓰며 동고동락한다.

컬링

컬링

한국 여자컬링은 소치 올림픽에서 10팀중 8위를 차지했다. 당시엔 경기도청 선수로 구성된 대표팀이 출전했다. 이들은 당시 걸그룹 이름을 딴 ‘컬스데이(컬링+걸스데이)’란 애칭으로 불리며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김은정은 “당시 TV로 컬스데이가 출전한 소치 올림픽 경기를 시청하면서 언젠가는 올림픽 무대를 밟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여자 컬링대표팀 김선영(왼쪽)과 김영미가 브룸으로 빙면을 닦아 스톤의 방향과 거리를 조정하고 있다. [중앙포토]

여자 컬링대표팀 김선영(왼쪽)과 김영미가 브룸으로 빙면을 닦아 스톤의 방향과 거리를 조정하고 있다. [중앙포토]

‘팀 킴’은 지난해 2월 삿포로 아시안게임에서 중국에 이어 은메달을 땄다. 5월엔 평창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컬링대표팀은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내홍을 겪었다. 지난해 집행부 내분으로 대한컬링연맹이 관리단체로 지정됐다. 홈 어드밴티지가 중요한 종목인데 강릉컬링센터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했다. 경기장 시멘트 바닥이 갈라져 개·보수를 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경두 전 부회장은 2014 소치올림픽 컬링 남자 금메달리스트 라이언 프라이(캐나다)를 최근 한국에 불러들였다. 선수들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지도를 받으며 기량에 물이 올랐다. 현재 대표팀 선수들은 진천선수촌 대신 얼음 상태가 더 좋은 의성컬링센터에서 훈련하고 있다. 김선영은 “우리는 모두 ‘김(金)씨’로 이뤄진 팀이다. 평창 올림픽에서 ‘금(金)’메달을 따고 싶다”고 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컬링 김은정의 빅샷 장면

http://www.sportsnet.ca/curling/kim-nails-shot-narrow-port-score-three-ho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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