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연금 깎느냐 보험료 올리느냐, 절충점은 어디에?

중앙일보

입력 2018.01.21 04:00

업데이트 2018.01.22 13:45

최재식의 연금 해부하기(27)

베짱이는 추운 겨울은 내 알 바 아니라는 듯 따스한 호시절 노래만 부른다. 개미는 여름 내내 쉬지 않고 일하면서 여분의 곡식을 차곡차곡 쌓아둔다.

연금재정 균형 이루려면 제도 개혁해야
수급권자는 연금 인하 보다 보험료 인상 선호
정부는 개선 효과 큰 보험료 인상에 무게

“바우씨, 베짱이에게도 연금을 줘야 하나요?” “기여 없는 연금이 어디 있어요. 개미처럼 젊은 시절에 보험료를 내야 은퇴 후에 연금 받을 자격이 생기지.”

근로 활동 시기에 소득의 일부를 연금제도에 기여하는 것이 ‘보험료’다. 그 보험료에 이자를 붙여 되돌려 받는 것이 ‘연금급여’다. 이것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확정기여방식(DC)의 연금이다. 그런데 오늘날 보편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공적연금은 이것과는 좀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근로 활동 시기에 소득의 일부를 연금제도에 기여하는 것이 '보험료', 그 보험료에 이자를 붙여 되돌려 받는 것이 '연금급여'다. [중앙포토]

근로 활동 시기에 소득의 일부를 연금제도에 기여하는 것이 '보험료', 그 보험료에 이자를 붙여 되돌려 받는 것이 '연금급여'다. [중앙포토]

쉬운 예를 들어보자. 내가 낸 돈을 되돌려 받는 것이 연금이라면 공무원연금이나 군인연금은 적자가 나지 않아야 한다. 또 국민연금기금이 장래에 고갈된다는 소리도 없어야 한다. 왜 적자가 났고 또 기금고갈이 예상되는가? 그것은 보험료와 연금급여 간에 ‘수지상등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공적연금은 통상적으로 자기가 기여한 보험료를 기초로 연금액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근로기간 동안의 소득과 근로기간을 기초로 연금액을 결정한 후 보험료는 사후적으로 책정된다. 이른바 확정급여방식(DB)의 연금이다.

결국 연금재정 적자는 보험료가 연금급여보다 낮게 책정된 것이 원인이다. 개인이 납부한 보험료의 원금 손실이 원인이 아니다. 그렇다면 국가에서 운영하는 공적연금은 왜 적자가 발생할 것을 알면서도 이런 확정급여방식을 도입하게 된 걸까?

연금 혜택 비용, 다음 세대로

가장 큰 이유는 장래의 재정문제보다는 연금제도를 조속히 정착시키기 위한 정책적 필요 때문인 것 같다. 쉽게 말해 ‘줘야 할 만큼 주고 형편 닿는 대로 거둔 것’이다. 좋게 생각하면 ‘당장의 현실 문제를 해결하고 차차 다듬어 가자’는 것이고, 나쁘게 생각하면 ‘내일 일까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어쨌든 연금 혜택에 대한 비용은 결국 다음 세대와 다음 정부가 떠안게 된다.

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제도도입 초기 연금급여보다 보험료를 낮게 책정한 데다 경제성장 둔화와 인구 고령화가 겹치면서 미래세대의 부담이 점점 가중되고 있다. 이것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나타나는 보편적 현상이다.

외국의 경우, 제도도입 초기 연금급여보다 보험료를 낮게 책정한데다 경제성장 둔화와 인구 고령화가 겹치면서 미래세대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중앙포토]

외국의 경우, 제도도입 초기 연금급여보다 보험료를 낮게 책정한데다 경제성장 둔화와 인구 고령화가 겹치면서 미래세대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중앙포토]

그래서 거의 모든 국가에서 대대적인 공적연금 개혁이 추진됐다. 칠레와 같은 일부 국가들은 공적연금 민영화를 통해 확정급여에서 확정기여로 전환하기도 했다. 꼬리표가 없는 돈의 흐름과 같은 확정급여방식은 미래세대의 부담을 가중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확정기여로 전환하는 것이 대안인가?

이러한 고민에 대해 명확한 해법이 제시되기는 어렵다. 공적연금을 완전히 확정기여방식으로 전환하거나 그와 유사한 명목확정기여방식(NDC)으로 전환하는 것은 신중히 해야 한다. 칠레를 비롯해 공적연금 민영화를 택한 남미 주요 국가들은 저조한 기금수익률과 높은 관리운영비 등으로 제도 전환의 취지가 퇴색해가고 있고, 명목확정기여방식을 택한 스웨덴이나 폴란드, 이탈리아는 아직 제도 전환의 성공 또는 실패를 평가하기 이르다.

그렇다면 보험료와 연금급여간의 연계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어떤 것이 바람직할까? 결국 확정급여형을 유지하면서 보험료와 연금급여가 균형을 찾을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지속해서 해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연금개혁을 할 때 보험료 인상이 우선인가, 연금급여 인하가 우선인가? 부과방식 연금제도에서 보험료와 연금급여의 수준은 현역 세대와 연금수급자 세대 간의 협상에 의해 결정된다. 현재의 연금수급자들과 중·고령의 현역세대들은 연금 인하보다는 보험료 인상을 선호한다. 젊은 현역세대들은 당장의 보험료 인상보다 먼 미래의 연금 인하를 선호한다.

그럼 정부 정책결정자들은 어느 쪽을 선호할까? 보험료 인상을 우선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유는 미래의 재정개선보다는 당장의 개선 효과에 더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보험료 인상 효과는 즉시 나타나고, 연금급여 인하 효과는 더디게 나타난다. 연금급여 인하 효과가 천천히 나타나는 이유는 이렇다.

연금개혁을 할 때 정부 정책결정자들은 보험료 인상을 우선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미래의 재정개선보다는 당장의 개선효과에 더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중앙포토]

연금개혁을 할 때 정부 정책결정자들은 보험료 인상을 우선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미래의 재정개선보다는 당장의 개선효과에 더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중앙포토]

예를 들어 연금지급률을 인하할 경우 기존 연금수급자들에게 적용할 수 없고, 현 제도가입자들에게도 향후 가입 기간에 대해서만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입법하는 정치가들도 현역 세대와 연금수급자 세대의 힘이 비슷할 경우에는 보험료 인상을 선호하고 연금급여 인하는 등한시한다. 미래보다는 현재에 더 가치를 두는 시간선호 경향 때문이다.

연금급여 인하가 먼저

그런데 연금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려면 보험료 인상보다는 연금급여 인하가 우선 고려되어야 한다. 연금급여는 기득권 침해금지 등을 이유로 소급해서 조정할 수 없다. 그래서 정작 재정문제가 심각해졌을 때는 손을 쓸 수가 없다. 따라서 현재 정책결정자는 미래 정책결정자의 입장을 고려해서 정책 결정을 해야 한다. 현재와 미래를 한 시폭(time-span)에 놓고 정책 결정을 해야 제도의 지속 가능성이 확보된다.

당장은 누구에게도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니니 연금 제공 약속만큼 손쉬운 것이 어디 있으랴! 그러나 미래 부담을 생각해야 한다. 현재 재정이 흑자라고 미래가 괜찮은 게 아니다. 보험료와 연금급여의 균형은 장기적인 것이어야 한다. 씨를 뿌리는 것과 곡식을 거두는 것 간의 인과관계가 무너지면 안 된다.

최재식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 silver206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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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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